근현대 전쟁으로 읽는 지정학적 세계사 - 강대국들은 더 좋은 영토를 위해 어떻게 전쟁을 했는가?
다카하시 요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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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들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전쟁은 사실 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로 바뀝니다. 전쟁사나 무기 등을 연구하는 관련 학문이 있는가 하면 속칭 밀덕 들도 양산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침체된 세계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다카하시 요이치는 일본인입니다. 사실 2차 대전 당시 전범국이었던 나라의 국민이며 더군다나 아베 내각 등에서 브레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는 자국 중심의 입장에 서서 서술해 나갔을 것이란 예상이 들더군요..

저자는 세계 근현대 전쟁의 기조를 일단 유럽 각국, 러시아, 중국, 미국 등 4개의 축으로 나누어 서술합니다. 유럽과 미국, 제정 러시아 등이 일으켰던 전쟁은 사실 패권주의, 제국주의 전쟁의 성격이 강했다면 소련으로 변한 러시아나 중국 등은 주로 외세의 침입에 맞서는 형태(독소전쟁, 아편전쟁 등)로 이뤄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 소련,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의 첨병에 서있어 냉전을 주도할 당시 일으킨 전쟁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중국-베트남 전쟁 등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일어난 전쟁의 3/4은 미국이 주도했죠.. 러우 전쟁의 경우 러시아가 사회주의 노선을 포기하고 푸틴의 등장 이후 다시 극우화 되면서 벌인 전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소련과 중국의 전쟁은 악의 전쟁이고, 미국의 전쟁은 선의 전쟁이었을까요? 통일을 외치던 베트남이나 대량살상무기가 없었음에도 당해야 했던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착한 전쟁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1,2차 대전을 겪으며 대량 살상의 시대를 경험했던 인류는 조금씩 전쟁을 멀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작가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 가장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곳으로 중국이 야욕을 앞세우는 동아시아 지역을 꼽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하나의 나라였던 대만을 넘어 알류산 열도, 남중국해 등으로 중국이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죠.. 역시나 일본인의 입장이기에 미국과 강력한 연대 하에 베트남, 필리핀까지도 포함한 대중국 대항 전선을 살짝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북한은 오히려 크게 대두되진 않고 있네요..


결론이 어쨌든 최근 3세기 내로 발생했던 주요 전쟁을 상세하게 정리해 잘 분석해 놓은 책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미,중,러,일.. 그리고 북한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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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타르튀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4
몰리에르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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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사람의 시카고 플랜 시리즈... 고전 희곡 등을 현대어로 풀어 읽기 편하게 만든 시리즈인데 1~3권이 세익스피어였다면 4번째는 드디어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였습니다.

몰리에르.. 워낙 유명한 극작가이기에 몇몇 작품을 연극으로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원 희곡을 문자로 읽어 볼 줄은 몰랐네요.. 영국에 세익스피어가 있다면 전통적 라이벌 국가인 프랑스엔 몰리에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그의 대표 희곡이기도 한 타르튀프... 소위 신을 믿는다는 성직자와 그런 성직자에 맹목적으로 눈이 먼 이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품입니다. 몰리에르의 작품이 주로 희극이기에 이 작품 또한 나름의 통쾌한 권선징악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부유하고 명망 있는 귀족 집안에 기생(?)하게 된 타르튀프.. 집안의 최고 연장자와 가장의 마음을 사로 잡은 후 온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스라이팅을 행해 갑니다. 집안 가장인 오르공은 자신의 전 재산을 타르튀프에게 바친 것도 모자라 정혼자가 있던 딸까지 그에게 시집 보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타르튀프는 오르공의 부인에게까지 마수를 펼치려고 합니다..

신만 아는 신실한 사람이라 타르튀프를 신성화하고 그에게 맹목적으로 빠져있던 오르공이 부인의 기지로 타르튀프의 실체를 자각하지만 또다른 추종자인 그의 어머니에게 다시 배척 받는 장면은 인간의 어리석음이 어디까지 뻗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대사와 약간의 지문으로만 구성된 희곡이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히더군요.. 몰리에르의 천재적 언어 구사력 외에도 인간의 본성과 위선, 어리석음을 정말 제대로 파악해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이와 같은 행태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무능하고 거짓된 지도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목사 등 성직자 들의 가증스런 위선, 위악이 거듭됨에도 여전히 그 추종 세력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죠.. 이 작품이 정말 재미있게 읽혔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몇 백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그러하기에 이 작품의 유효 기간은 아직도 한참 남았다고 할 수 있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의미있는 작품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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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구
윤재호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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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 겸 소설가인 윤재호의 장편 소설 제3지구는 미래 시대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 인간 들의 삶과 투쟁을 그려낸 전형적인 SF 소설입니다. 환경 오염 등으로 지구가 종말을 맞아 인류가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SF 영화, 소설의 흔한 클리세이기도 하죠..

인류가 세번째로 정착하였기에 제3지구로 불리우게 된 행성.. 이곳에서 기존 괴생물체와 인류 사이에 끼어든 우월한 다른 행성인들과의 투쟁을 그려낸 모험 소설이기도 합니다. 괴물 들에 맞서며 각성해 점점 강해져 가는 주인공 들의 모습을 보면 우주판 무협지가 연상되기도 하구여..

본업인 영화 감독으로서의 상상력이 더해져서인지 500 페이지를 훌쩍 넘는 장편 소설임에도 읽는 시간이 그닥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빠른 전개와 재미를 두루 갖춘 소설이었습니다.

워낙 우월한 전투력을 가진 존재들과 대립하다 보니 많은 등장 인물 들이 목숨을 잃거나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로 회상되곤 합니다. 외계 종족 내에서도 인류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대표하는 세 가문(아리아, 가디언, 쉐도우)이 각각의 방식으로 인류를 도와 인류를 먹이화 하려는 페르다 왕국의 군부 세력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괴물과의 개별적인 전투 과정도 상세하게 묘사되구요..

사실 이 소설은 어느 정도 여운을 남긴 미완성의 상태로 끝나게 됩니다. 제3지구의 지도자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인류 먹이화에 앞장서고 있는 케이가 본국 황제의 자리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되는 상황에서 마무리 됩니다. 당연히 후속 작품이 준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격인 해성(페르다와 인류의 혼혈), 아리아(페르다인), 헤나(순수 인류) 등도 제대로 된 각성과 전투력 보강을 통해 케이의 음모에 전격적으로 맞설 힘을 형성하게 되구요....

이렇게 읽고 나니 참으로 후속작이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SF 쟝르에선 후발국에 속하는 한국의 SF 작품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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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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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계의 장점을 하나 들자면 정말 다양한 쟝르의 소설 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SF나 판타지, 호러 부문이 다소 마이너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문학계와는 사뭇 다른 부분이기도 하죠.

흔히 호러 쟝르로 여겨지는 기담 내지는 괴담을 싫어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 분야만을 파는 독자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일본 작가들의 호러 소설은 이 분야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되어 주는 듯 합니다. 물론 한국 작가 들의 역량이 미비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호러 쟝르 소설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와 작품 들이 소수라는 이야기죠..


마쓰다 신조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테리 및 호러 소설 작가입니다. 보통 다양한 상상력을 선보여야 하는 미스테리 작가가 호러물도 같이 쓰는 경우가 많죠.. 사실 작가 이름만 들어봤지 제대로 그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이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책엔 5편의 호러물이 살짝살짝 상호 연관성을 지닌 채 단편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단 첫편 '은거의 집'부터 꽤나 오싹하더군요.. 일본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신이나 요괴의 숫자가 타국과 비교할 때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긴 하지만 이러한 '그것'들이 집대성된 단편 들이었습니다. 굳이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스포가 될 듯 하여 읽으면서 느낀 점 중심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간담 약한 분들이라면 밤 중에 혼자 읽기 힘들 정도로 오싹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한 작가의 지인이나 일상 생활과 슬쩍 결합시켜 가며 모든 이야기들이 마치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것이양 포장되어 서술됩니다. 그러니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선 더욱 소름 끼치고, 자기 주변에서 실제 일어난 괴담인 양 여기게 되는 것이겠죠. 이런 부분에서 탁월함까지 느껴지는 작가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포심을 느꼈던 단편은 '부르러 오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의 간단한 심부름을 제대로 수행 못한 주인공은 결국 그것을 불러내게 되고 '그 것'이 부르러 올 때마다 주인공의 할머니, 어머니가 차례로 숨을 거둡니다. 드디어 그녀에게까지 그것의 마수는 뻗치게 되죠..


쓰면서도 슬쩍 소름이 돋네요.. 그만큼 독자 들이 어느 부분에서 공포를 느끼게 되는가를 잘 포착한 소설 들이었습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접하게 된 정통 공포 소설이었고 그것도 5편이나 되기에 한편한편 정말 즐기며 읽었습니다. 꿈자리가 뒤숭숭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읽는 내내 긴장감 또한 느껴졌구요..

공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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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지음, 홍민경 옮김 / 책과이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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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신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참으로 불공평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주 가끔 신도 공평하다고 생각하는게 인간의 노화와 죽음을 보면서입니다. 노화와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전무하죠..

저 역시 언젠간 이 세상을 떠날 것임을 150% 이상 확신하고 있기에 남은 삶에 크게 미련을 갖기 보다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보다 보람 있을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럼 없게 살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천추의 한 같은 것은 남기지 않고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 유명작가 저우더신의 소설 우아한 인생은 나이 들어 점점 사그러지는 한 인간의 노년의 삶을 그의 간병인의 시각을 통해 재치있으면서도 흡입력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세상 사는 사람 중 그 누구도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는 것을 환영하는 이들은 결코 없습니다. 불로불사의 약을 찾아 헤매거나, 노화를 막는 특정한 비법을 알고자 일생 동안 노력한 이들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때론 역사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진시황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죠..

그럼에도 인류 역사상 단 한명도 노화와 죽음을 거스른 이들은 없었습니다. 지금 갓 태어난 아이도, 꽃같은 청춘을 누리는 청년 들도 이 잔인한 자연스런 과정을 필히 겪게 됩니다.

판사까지 지낸 샤오 할아버지를 10여년 넘게 간병하게 된 젊은 간호사 증샤오양... 처음 만났을 때 이미 73세의 나이였던 샤오 할아버지는 중풍, 청각 시력상실 등 전형적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다 결국 중증 치매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샤오양은 샤오 노인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이미 가족과 같은 관계가 형성되었고 샤오양이 낳은 혼외자를 위해 서류상 혼인신고까지 하게 됩니다. 샤오 노인은 모든 재산을 샤오양에게 양도하는 유언장까지 쓴 관계구요..

결론은 어느 정도 충격적이면서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열린 결말의 형태를 취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정했던 한 인간이 노화의 짐을 전면으로 떠안게 되는 과정은 씁쓸하면서도 아쉽기까지 합니다..

중국 작가의 소설이지만 우리가 안고 가야할 사회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미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국가이기도 하거니와 노년층에 대한 복지나 배려가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보면서 또한 희망을 보게 됩니다. 나만이 예외일 수 있는 과정은 아니거니와 모든 이들이 함께 겪어야 할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루는 소재는 무겁지만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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