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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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는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준 소설가이자 수필가입니다.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칼의 노래를 비롯, 영화화까지 된 소설 남한산성 등 실존하던 역사에 자신만의 색깔을 가미하여 무언가 새로운 느낌의 이야기를 창조해내던 작가이죠..

건조하면서도 단문체의 문체가 그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 소설 또한 앞에 조금만 읽어 내려갔을 뿐인데도 김훈 소설이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역사에는 없는 상고 시대를 배경으로 각각 농경민족과 유목민족을 대표하는 단과 초의 대립, 그 상황에서 힘차게 자신의 삶을 살아낸 비혈마 야백과 신월마 토하가 주역으로 등장합니다.

무언가 있었음직한 설화가 연이어 이어지지만 극히 감정을 배제한 김훈 특유의 문체에서 오는 드라이함이 소설의 그 어떤 등장 인물, 말 등에도 감정 이입을 허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부딪혀 서로 침몰해 가는 초나라와 단나라의 전쟁, 그리고 짧게 이어지는 말 들의 인연... 그 들의 사멸이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특이하게도 사람의 이름은 모두 한 글자이고 말의 이름은 두 글자로 지어집니다. 작가의 의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야기의 중심은 사람이 아닌 말에게 있음을 강조하는 듯 합니다., 제목부터가 달 너머를 달리는 말이기도 하구요..

지금까지도 인간 들은 전쟁을 불사하거나 다른 이를 억누르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긴 역사 속에서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인 말 같은 동물과 인간 들의 모습은 서로 다를 바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영속하는 삶, 국가, 사상, 종교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만이 그런 신기루적인 요소에 끊없이 욕심부리고 집착할 따름이죠...

작가의 소설 속에 나오는 말 들은 결코 100% 자유롭게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갖고, 부여된 삶 속에서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한 삶을 찾아갑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로서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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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심 씨의 인생 여행 -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엄마에게로 떠난 여행
전난희 지음 / 메종인디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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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심 씨의 인생 여행'이란 책의 제목만으로 처음엔 고령의 엄마와 딸의 해외 여행기인가 싶었습니다. 조금은 식상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막상 책을 받아 읽어 보니...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저절로 머금게 되는 수필집이더군요..

사실상 전업주부로 살았던 저자는 50대를 넘어 가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는데 주로 자신이 태어났던 시골 생활의 향수를 그리거나, 이번 수필집과 같이 팔순을 훌쩍 넘어선 어머니의 삶을 딸의 입장에서 반추해보는 내용의 수필 들을 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수필집의 주인공 길심씨, 그리고 그 남편 성수씨... 그리고 딸들의 고향은 월출산이 터를 받치는 전남 영암군입니다. 사실 지금에 와서도 도시라고 할 수는 없는 소위 '촌' 지역이죠..

남아 선호 사상이 강했더 시대에 길심 씨는 딸만 둘을 낳습니다. 어렵게 가졌던 아들은 조산되었죠.. 그럼에도 씩씩하게 딸 둘을 키우고 다소 철 없는(?) 남편 성수 씨를 아들 삼아 여전히 멋드러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적당히 소박하고, 적당히 물욕적이고, 그렇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은 남다른 전형적인 시골 부모님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두 딸들은 고교 졸업 후 일찌감치 객지로 나가 생활하고 결혼 생활도 서울 등에서 꾸려나가고 있기에 온 가족이 다 모이게 되는 것은 일년에 몇 차례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딸들의 방문에 언제나 행복해 하는 길심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어머니 상이 그대로 떠오르게 되더군요..

또한 책의 상당 부분이 길심씨가 만들어내는 남도 음식의 진수를 소개하는데 할애됩니다. 전국 제일이라고 불리우는 남도 음식 소개 부분을 읽는 내내 극심한 식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음식도 맛깔날테지만 글 또한 워낙 맛깔나게 정리해 써놓으신지라....

떠나고 나서야 부모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곧 영원한 이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길심씨와 그녀의 딸이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어머니의 삶으로의 여행을 시도했네요... 한편으론 애틋하기도 하면서, 한편 그분 들의 소박한 삶에 계속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길심씨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어머님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아울러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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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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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시 나름 역사가 길고, 지역별로 꽤 많은 인구들이 모여 살았던 나라인지라 상당히 많은 전래 동화가 전해 내려옵니다. 모모타로라든지 가쿠히메 등이 대표적이죠. 어렸을 때 계몽사판 일본 전래 동화 등을 읽으면서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괴 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은 제외하면 무언가 한국적인 정서와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꽤 있었거든요..

저자인 아오야기 아이토는 기존 본격 추리 소설의 기조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추리에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의 전래 동화 들을 모티브로 하여 이 책을 저술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이런 시리즈의 세번째 발간본이라고 하며 학원 강사로 일할 때 가르쳤던 중학교 2학년 생 정도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합니다.

가쿠히메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죽세공 탐정 이야기 등 5편의 단편이 이 책엔 소개되어 있습니다. 일단 전래 동화가 배경이다 보니 인간뿐 아니라 쥐, 너구리,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 들이 탐정으로 등장하고 타임슬립이나 둔갑술 등 판타지적인 요소까지 등장하기에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더군요..

한국으로 치자면 심청전의 심청이가 알고 보니 스스로 인당수에 몸을 던진게 아니라 살해 되었고 심청을 죽인 범인을 의외의 인물인 뺑덕어멈이 나서 잡아내는 과정을 그린 내용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중살인, 밀실트릭, 교환살인 등 추리 소설의 다양한 클리세가 각각의 전래 동화에 입혀져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 것을 보면 사실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을 보낼 수 밖에 없죠..

일본 동화에 그닥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혀지는데 어려서부터 이를 접하고 자라난 일본인들에겐 더 말할 나위가 없겠죠.. 무려 4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전래 동화의 인물(동물) 들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탐정물입니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누군가가 짠하고 나타나 멋지게 트릭을 깨며 권선징악을 실현합니다. 의외로 범인을 미리 추정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익숙한 클리세 들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끝까지 범인의 정체를 독자들 앞에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동화로서의 재미와 탐정물로서의 짜릿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소설집입니다.


최근 다양한 장르와 시도의 추리 소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작가의 시도 역시 참으로 참신하고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시리즈 역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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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이재영 지음 / 림투자자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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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작가의 애널리스트는 증권가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지만 증권맨 들의 두뇌 싸움을 그렸다기 보다는 전형적인 미스테리 하드 보일드 소설로 분류 할 수 있습니다.

재벌 기업의 비리가 주된 소재이질 않나 그 비리를 알게된 증권맨들을 처단하고 다니는 킬러 세력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살인 장면 또한 적나라하게 묘사되구요..

물론 작가가 오랜 기간 증권계에 몸담았던 현직 투자자문사 대표이기도 하기에 풍부한 증권가 소개 및 지식도 함께 전달해 주는 소설이죠..


주가 조작 등의 행위는 자본주의의 공정한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에 어느 나라건 상당히 큰 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안그런듯 합니다만....

소설상 재벌 그룹의 계열사로 나오던 동성건설의 재무와 전망이 탄탄함을 분석해낸 애널리스트 성욱은 매수 의견을 법인영업부와 기관 투자가 들에게 전달하지만 동성건설의 주가는 계속 약세를 보이게 됩니다. 무언가 내부자 비리나 외부 세력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던 찰나 성욱은 동성 그룹 내부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수상쩍은 우편물을 전달 받게 됩니다.

그 우편물은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 4명에게 전달이 되었는데 모두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클라이맥스로 치닿게 됩니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우편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동성 그룹 내 내부자는 과연 누구였는지... 전혀 의외의 인물로 밝혀지는 킬러의 정체 등... 나름의 반전 요소 또한 요즘 추세에 걸맞게 펑펑 터지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스피디한 전개가 책 소개에 나온 것처럼 영화를 보는 듯 인상 깊었고, 조금 억지스런 부분도 있긴 하지만 미처 생각 못했던 반전 들이 펼쳐질 때 소설 자체의 묘미 또한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던 증권가 내부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 또한 소설이 주는 또다른 재미였습니다.


일단 소설의 전개만큼이나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본적 재미는 보장되는 책이었네요..

대한민국 내에서라도 주가 조작을 일삼고 비호하는 무리 들이 반드시 척결되어지길 아울러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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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름날의 록스타 - 여전히 가슴 뛰게 하는 음악들에 대하여
이승윤.당민 지음 / 클로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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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댄스, 팝 음악에 밀려 한물간 음악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20세기 음악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록 음악.. 헤비메탈로도 대표되는 장르죠.. 현란한 리드 기타와 폭발적인 밴드의 사운드, 몇 옥타브를 자유롭게 오가는 보컬 들로 대표되는 록 음악은 정말 수많은 불세출의 스타들을 배출해 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개그맨으로 유명한 이승윤씨와 유튜버 당민 씨의 공저입니다. 주로 이승윤 작가의 시선으로 집필되고 있죠.. 개그맨과 락음악..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80~90년대 학창 생활을 지냈던 이들에게 락 음악이 미친 영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일단 락의 역사를 이루는 그룹과 대표곡 들이 빼곡하게 책자를 메우고 있습니다. 레드제플린, 건스앤로지스, 본조비, 메탈리카, 오지오스본, 주다스 프리스트 등 그들이 남긴 곡까진 몰라도 이름만큼은 선명한 록 밴드 들이 빠짐 없이 그들의 대표곡과 함께 소개됩니다. 밴드와 곡에 얽힌 뒷 이야기 들도 꽤 상세히 저술되고 있구요.

청계천에서 구매하던 빽판과 수십 차례 듣다보면 자연히 늘어지게 되는 카셋 테이프에 담겨 있던 그들의 음악은 당시 무언가 분출구를 찾던 젊은이들에겐 해방과 위안의 도구였으며 지금에 와선 아련한 향수를 간직한 추억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비틀즈, 아바도 유명하고 그 음악의 생명력도 최소 수세기 동안 남겠지만 록스타들의 음악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실 락 음악은 유튜브나 방송 화면으로만 봐서는 그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당연히 헤드셋 끼고 듣는 것만으로도 쉽게 정붙이기는 어려운 음악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기타나 드럼이 터뜨리는 폭발적 사운드와 경이로울 정도로 퍼지는 보컬의 노래를 직접 들을 때 락 음악이 주는 환희를 제대로 느낄 수 있죠.. 이는 뮤지컬 같은 장르 역시 마찬가지이죠..

락 음악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현장이 거의 사라진 현재, 이러한 책을 통해 잠깐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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