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이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부여했다는 것이 바로 '죽음'입니다. 억만 장자도, 권력가도, 세상을 구할 정도의 업적을 남긴 이들이라고 해도 결국은 죽음 앞에서 공평합니다. 삶의 댓가로 모든 이에게 필연적으로 부여 되는 것이 바로 죽음이죠..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유럽의 변방 취급 당하던 러시아를 문학을 통해 대등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19세기의 대문호입니다. 그의 글을 읽어 보지 못한 이들이라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톨스토이의 대표적 장편 소설설의 제목조차 모르는 이들은 드물겠죠. 그만큼 세계 문학사에 엄청난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중 한 편으로 나온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는 '죽음'을 소재로 한 톨스토이의 단편작 3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세 죽음' 한 편을 빼곤 전혀 읽어 보지 못한 소설 들이었습니다.



말년에 종교에 깊게 귀의한 톨스토이이기에 그의 작품 경향은 전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신과 종교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을 정확한 관찰자적 시점에서 다루면서 아주 은근하게, 때론 우화스런 방식으로 기독교적 사랑과 사상을 설파합니다. 전모 목사 같은 현재의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과 명확히 다른 점이죠..



앞에 수록된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주인과 일꾼'은 죽음에 직면하게 된 인간의 모습이 정말 세세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집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우울하거나 죽음에 끝까지 발악적으로 저항하는 모양새가 결코 아닙니다.



주변보다는 자신만을 위주로 사고하고 챙기던 이들이 죽음 앞에 겸허해지고 어느 순간 기꺼이 죽음을 삶의 마지막 단계로서 인정하는 모습이 톨스토이만의 유려한 문체로 묘사됩니다. 어느새 계속 감탄하면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게 되더군요.. 고전은 사실 별로 재미 없다고 하지만 이 작품 들만은 예외였습니다. 여운이 길게 길게 이어지더군요..



죽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죽음조차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대상,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던 톨스토이... 과연 저 또한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잠시 동안이나마 톨스토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탕비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탕비, 초반부를 읽으면서 바로 예측되는 결론이었음에도 무척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 K스토리, 교보문고, 컴투스 콘텐츠 문학상 등에서 수상하며, 이미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인정 받은 청예 작가의 신작 소설이더군요.

디스토피아 시대의 휴머노이드를 주인공으로 그렸다는 것에서 이 소설은 SF 소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조 인간의 성장기를 그렸고 누가 휴머노이드(사탕 인간)이었던가가 밝혀지는 플롯이 중심이 되기에 청소년 소설, 추리 소설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기에 더욱 재밌는 책입니다.

제 5차 세계 대전과 핵 전쟁, 실험으로 대부분의 인류가 소멸한 가운데 소수의 인류가 모여 살게 된 청백성이란 고층 빌딩에서 인간 속에 숨어든 휴머노이드를 색출하기 위한 투표가 정기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게 된 이가 받는 벌칙은 바로 죽음입니다.

방사능의 폐해로 형성된 사탕비가 부정기적으로 내리는데 이를 잘 합성하면 영생에 가까운 효과를 얻는 영약이 탄생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맞게 되면 온 몸이 찢겨 죽게 됩니다. 사탕비가 내릴 때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밖으로 추방되는 벌칙.... 이를 피하기 위해 투표조 인원 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합니다.

부모를 잃은 충격으로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1년 만에 깨어난 주인공 마시안... 그녀 역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지목해야 하는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계속 되는 투표 과정 속에서 그녀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한 명씩 제거되어 나가지만 그들은 휴머노이드가 아니고 인간이었음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나름 긴박감 있게 묘사되며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들어 있어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여러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정말 잘 드러나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이동건은 2000년 생, 이제 24살이 된 젊은 작가입니다. 온갖 음모와 모략이 판치는 '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2부작으로 구성된 연대 소설의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작과는 분리된 내용이기에 별개로 읽어도 내용 이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젊은 작가답게 무한한 상상력과 거침 없는 필체가 상당히 인상적인 이 소설은 킬러와 그를 조정하는 전직 정치 검사의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피카레스크 소설이죠..


각자의 욕망을 위해 서슴치 않고 서로를 이용하고 또 배신하고 심지어 죽음까지 선사하는 악역 들이 이 소설에선 적나라하게 등장합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아이까지도 머뭇거리지 않고 죽이는 킬러 박종혁, 그를 이용해 정계의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검사 출신 이진수... 이들을 둘러싼 여야 정치 세력들...


어찌 보면 서로가 서로를 파멸시키는 단순한 서사의 소설이지만 읽어가는 재미는 꽤 있었던 소설입니다.


스스로를 일반 국민과는 다른 종류의 특권층으로 여기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정적을 제거하는 여야 거물 정치인들의 모습은 현재의 정치인들의 모습과도 오버랩 됩니다. 제 아무리 킬러가, 전직 검사가 판을 주도하고 설치고 다녀도 결국 그들의 거대 정치인 들에겐 장기판의 말 정도일 뿐입니다.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허무한 결말이 조금 의아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끝맺는 것 또한 나쁘진 않은 마무리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미 이 소설은 웹툰화, 영상화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문자 매체보다는 영상 매체에서 등장 인물들이 조금 더 입체적 성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더군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노테 다이빙 - 2023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노은지 지음 / 마시멜로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인들에게 꿈의 휴양지, 최고의 허니문 여행지로 꼽히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칸쿤... 아름다운 카리브해의 해변을 접할 수 있고, 마야 문명의 유적지 치첸이사를 볼 수 있으며, 종유동굴 호수인 세노테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그야말로 지상 낙원 같은 곳입니다.


2023 한경 신춘문예 당선작인 노은지 작가의 '세노테 다이빙'은 바로 이 칸쿤이 서사의 주요 소재지로 쓰입니다. 주요 관광지뿐 아니라 실제 존재하고 많은 허니무너들이 선택하는 리조트 들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주로 커플이 찾는 리조트를 혼자 찾아온 젊은 여성 현조... 이유를 궁금해하는 리조트 직원에게 그녀는 직설적인 답변을 남깁니다.


'그는 죽었어, 결혼식 1주일 전에'.....


리조트 내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현조... 그녀의 약혼녀인 도훈이 죽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변형되어 그녀의 고백으로 등장합니다.. 과연 어떤 사연이 그녀에게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던 현지 가이드 하비에르와 짧은 일탈도 경험하곤 하지만 그녀에게 남는 것은 계속되는 공허 뿐입니다..


그러던 가운데 리조트 투어 프로그램의 하나인 세노테 호수 체험을 신청하게 된 현조...


죽었다는 도훈과 현조에겐 그야말로 엄청난 비밀이 있었습니다. 현조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다른 여성도 사랑하게 되었다는 도훈... 현조와 결혼까지 결심했지만 도훈의 가슴엔 늘 다른 여자가 함께 존재합니다. 이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현조의 몸과 마음은 점점 황폐해지고, 결국 혼자만의 신혼여행을 떠나 오게 된 것이었죠..


우연히 자신이 새로 발견한 세노테에서 스노쿨링을 시도하는 현조는 자기를 옭아매던 도훈과의 악연을 드디어 청산할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과연 어떻게!!


상당히 잘 짜여진 내용으로 몰입도가 꽤나 높았던 소설이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추리 소설이 아님에도 현조의 삶을, 그리고 도훈과의 인연을 마치 추적하는 느낌으로 읽어 내려갔던 소설입니다.


작가가 직접 다녀온 칸쿤 신혼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기에 아름다운 칸쿤을 간접적이나마 느껴 보았던 것도 무척 좋았습니다. 꼭 한번 다녀오고 싶고 책 안의 현조처럼 세노테 스노쿨링 또한 반드시 경험해 보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 걸 배드 걸 스토리콜렉터 106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이클 로보텀의 소설 굿걸, 배드걸은 범죄 추리 소설의 정석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570페이지가 넘는 상당히 두꺼운 책인데도 일단 흐름을 타니 쭉쭉 읽혀지는 소설이더군요.

호주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영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추리 소설 작가로 데뷔한 저자는 사이러스 헤이븐이란 심리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을 잇따라 히트 시키며 명성을 구가 중입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들리게 된 소년원에서 역시나 그 못지 않은 아픈 과거를 가진 신원미상의 소녀 이비를 만나게 되고 예측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그녀를 보호인 자격으로 입양하게 됩니다. 이비는 통제 불가 판정을 받은 문제아로 찍혀 있지만 다른 이들의 거짓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녀이죠.


그러던 중 이 마을에서 영국 피겨 스케이팅을 이끌어갈 유망주로 지목되던 '조디'라는 소녀의 변사체가 발견됩니다. 강간 살해된 것이 유력해 보이는 소녀는 부검 결과 임신까지 했던 것이 밝혀지게 됩니다.

바로 범인은 검거되지만 어째 그가 진범이 아니란 느낌이 강하게 대두 됩니다. 이비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진실에 접근하게 된 사이러스는 조디 가족에게 얽힌 엄청난 비밀에 접하게 됩니다..

사이러스와 이비, 두 주인공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줄거리가 진행되는데 정말 잘 짜여진 플롯이 인상적입니다. 소설 끝까지 조디를 죽인 진범은 과연 누구인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전개가 거듭 됩니다. 어느 정도 범인의 윤곽이 잡혔다 하면 바로 다른 용의자가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풀지 못하게 만드는 추리 소설의 전형을 띄고 있습니다.

뜻밖의 인물이 범인이었음이 끝내 밝혀지지만 피해자로만 여겨졌던 조디 역시 스스로 사건의 원인이자 결과였습니다.. 꽤나 충격적인 결말이 독자를 기다립니다..

굿걸, 배드걸이라는 제목이 어느 순간 확실하게 그 의미를 차지하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사이러스와 이비의 과거가 떡밥으로 자주 등장하며, 이미 그들의 사연을 담아낸 2부가 출간된 상태라고 하니 한국 출간을 고대해야겠습니다. 이 소설 정도만큼의 재미라면 반드시 구해서 봐야 할 책이 되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