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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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우리에게 정말 친숙한 이름입니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서도 인용되는 이름이고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라는 희곡 작품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그게 다입니다.. 주변을 봐도, 아니 저부터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보거나 제목조차 기억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 듯 합니다.

20세기 초반 세계적인 대문호로 꼽히고 무수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그녀이지만 일반 독자 들에겐 다소 멀게만 느껴지는 작가였습니다.


유년기를 제외한 거의 평생을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끝내 자살로 삶을 마감한 그녀의 삶이 작가 자신의 작품 들보다 오히려 더 극적이었던 이유도 한몫 한다고 봅니다.

일단 책에 실린 그녀의 18편의 단편은 상당히 쉽게 읽히고 문장의 표현력에 계속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서사의 완결적 재미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기승전결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을 그녀의 작품에선 찾아 볼 수 없더군요.. 하나의 상황에서 그 누군가가 느끼는 감정을 수사적으로 표현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간 우리가 알던 소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합니다. 헤밍웨이가 작가 의도의 30% 정도만 보여주기라는 형태로 단편을 완성해 간다면 버지니아 울프는 채 10%도 보여주지 않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한편 한편 다 넘어가게 됩니다. 출장 중 비행기 안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식사가 제공되기 전인 2시간 남짓한 시간 내에 완독했네요. 묘한 매력과 마성이 넘치는 문장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뒷 면에 실린 한국 문인들의 짧은 평론들을 읽어보니 제가 읽으며 생각했던 부분을 상당히 잘 설명해 주었네요.. 읽는 동안은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20세기 초를 잠시나마 경험해 보고 있다는 강렬한 느낌까지 들었으니까요.. 불안했던 그녀의 정신 상태까지도 어느 정도는 반영된 듯 상당한 공허감 또한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봐도 버지니아 울프는 꽤나 매력있는 작가였음이 틀림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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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 샐 싱 미스터리 편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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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탐정(?) 핍의 사건 해결을 그려낸 영어덜트 추리 소설.. 샐 싱 미스터리 편을 읽었습니다.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한 소설이라곤 하지만 주인공이 청소년이고 일종의 학교 과제물인 EPQ를 수행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을 제외하곤 치밀한 구성과 반전이 함께 하는 정통 추리물이었습니다.

작가부터 1992년생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영어덜트 범주에 들어가는 이이기도 합니다.

5년 전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학교의 최고 인기 소녀 앤디가 실종되었고 남자 친구이던 샐 싱이 그녀를 살해했다는 자백 문자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샐 싱의 친절함을 기억하던 핍은 그가 잔인한 살인자였음을 믿을 수 없었기에 학교 과제를 빌어 전면적으로 사건의 재수사에 나서게 됩니다.

그렇지만 핍이 경찰이나 탐정 신분이 아닌만큼 그녀의 조사는 당시 사건과 관계된 주변 인물 들을 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녀는 이를 자세히 활동일지에 기록하며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갑니다.



살해된 앤디는 천사 같은 외모와는 달리 성격적 결함이 컸고, 비밀도 많았던 소녀였습니다. 조사가 거듭될 수록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용의자들이 계속 추가 됩니다. 급기야 핍에게 경고를 담은 쪽지까지 날아오게 됩니다.. 분명 핍이 숨겨져 있던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이겠죠..


여전히 서툴고 뭔가 미숙한 여고생에 불과한 핍이 끝없는 집념과 끈기를 발휘하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과정은 읽는 재미가 확실히 있었습니다. 그녀의 리스트에 오른 인물 들 중 과연 누가 진정한 범인이고 사건에 얽힌 흑막은 무엇일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굉장히 재미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드라마 제작까지 된다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곧 핍이 주인공인 3부작 중 두번째 소설이 출간된다고 합니다. 이 소설 역시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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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의 흑역사 - 시장 질서를 박살 내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무모한 대결의 연대기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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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세계는 이제 경제 전쟁의 시대라고 칭합니다. 외교나 정치 역시 선악의 가치보다는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우방을 국익이란 미명 하에 뒷통수 치는 일도 생각보다 흔합니다.


경제 분야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해 온 이완배 저자는 그간 벌어졌던 각 국의 경제 전쟁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그 결과까지 상당히 재미난 문체로 풀어냈습니다.

각 국의 경제적 이익 추구가 실제 전쟁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허다하기에 책의 제목은 그 자체로도 유의미성을 갖습니다. 후추 전쟁, 아편 전쟁, 남북 전쟁, 걸프 전쟁 같은 뜨거운(?) 전쟁부터 시작해 우주경쟁, 항공기 보조금 경쟁, 플라자 합의, 미중 무역 전쟁 등 실제 전투만 치루지 않았을 뿐인 차가운(?)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재미와 상식뿐 아니라 향후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까지 독자 스스로 도출해 내게끔 합니다.



미국은 우리의 우방, 거의 혈맹으로까지 추앙받는 국가이지만 참으로 더러운 전쟁을 수없이 많이 치룬 국가입니다. 자국의 군산복합체, 금융 자본의 이익 앞에서 우방이라는 이름은 상황 여하에 따라 그저 호구일 따름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산업 혁명 이후 이어져 왔던 유럽 각 국의 제국주의적 작태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 제국주의 또한 식민지 근대화니 산업화를 이룬다는 명목 하에 가혹한 수탈을 전개해 지금까지의 부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국민과 정부로부터 온갖 지원을 받아 성장해 온 기업 들의 태도 또한 굉장히 이율 배반적입니다. 그렇게 성장해 놓고는 세금을 더 못내겠다, 더 이상 기업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 등의 모습은 국민에 대한 또 하나의 경제 전쟁에 불과합니다..

결국 강대국과 기득권에 의해 경제 전쟁은 촉발되고 있고, 그들의 논리로 세계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미국 등 강대국에 일방적 기대를 가지거나 스스로 나서서 기득권을 쉴드 치는 일은 그들의 노림수에 정확히 걸려드는 것이겠죠..

중화주의에 기반한 중국의 패권주의는 분명 나쁜 짓이지만 중국은 언제까지나 미국의 하청 공장으로만 남아있으라는 미국의 요구 또한 또 다른 패권주의입니다. 이러한 강대국의 이기심에 우리까지 나서서 휘둘릴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우리 역시 치열한 경제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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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 정조의 리더십과 무예도보통지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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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조선 시대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중흥을 이끌어낸 군주입니다. 정조 이후의 조선은 외척의 대두와 뒤쳐진 개혁으로 인해 끝내 시들고 말았죠... 사실 어느 정도는 외적과의 싸움에 있어 기가 막히는 실력을 발휘했던 고려만큼은 아니지만 조선 역시 어느 정도까진 실력 발휘를 했던 나라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순신 장군이 있고, 만주에서 싸움에 단련되었던 여진족 역시 꽤나 많은 희생을 치루고 나서야 삼전도의 굴욕을 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왜란, 호란을 모두 치루고 어느 정도 평화의 시대로 자리 잡은 조선에서 정조가 무예를 문예만큼 숭상했고 키워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물론 양대 전란에서 호되게 당하기도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저자인 최형국은 스스로가 무도인을 자처하는 작가입니다. 냉병기 시대의 종말로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알려진 전통 무예를 여전히 수련하고 있는 분입니다.

당연히 정조의 사상, 정책, 리더십 등만을 소개하는데서 더 나아가 세계문화유산에까지 지정된 무예도보통지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관우나 적청 등 중국 고대의 무장 들의 사례까지 가져와 전혀 딱딱하지 않고 재미를 느끼게끔 집필하고 있습니다.


상세한 그림이 남아 있기에 동작 하나하나가 더 잘 이해가 되더군요. 드라마로 제작되어 이미 그 이름이 귀에 익은 무사 백동수 역시 등장합니다. 사실상 무예도보통지 제작의 일등 공신이었죠.. 서자 출신이라 입신에 한계가 있던 그를 역사에 남게 한 이 또한 바로 정조였습니다.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무술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는 것은 당시 조선의 무관 들에게만 해당하는 과제는 아닙니다.. 누군가를 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보다 나은 노년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운동(?)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정조 역시 무예를 숭상한 주목적은 자주 국가로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함이겠지만 한편으론 이를 통해 모든 백성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게 하는 것 또한 목표가 아니었을까요. 이러한 부분이 바로 정조의 애민 사상과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정말 생소한 분야를 나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즐거운 독서 체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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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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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남유하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입니다. 호러 소설 창작 그룹에도 속해 있는 작가답게 여기에 실린 8편의 단편 중 우화적 소설인 뇌의 나무 한편을 제외하곤 7편 모두 호러 소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전 이 책에 나온 소설 중 4편만이 실린 가제본 책을 본 적 있는데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지라 추가된 4편의 이야기가 궁금해 다시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호러 쟝르에 속하는 소설 자체가 상당히 황당무계한 전개와 결말을 품고 있기 마련이지만 남작가의 단편 들은 그런 가운데서도 어느 정도 개연성을 품고 있습니다. 좀비나 외계 생물, 살인 숟가락 등 소재는 현실 밖에서 찾아오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은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욕구에 촛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상당히 설득력을 갖춘 호러물로 느껴집니다.


정체 모를 괴수의 습격에 한 반에 속한 모든 아이들이 희생되지만 끝까지 살아 남는 주인공은 그 반에서 왕따였던,, 그래서 아무도 그녀의 이름에 관심이 없었던 인물입니다.

12시간 안에 누군가를 죽여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 주변엔 가족만이 남아 있을 따름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족 들의 선택은 어떻게 내려질까요...

이런 식으로 작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을 기반으로 공포를 창조합니다. 이는 단순히 허황된 내용으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꽤나 공감되는 스토리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소설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재미 또한 더하게 되죠.

현실적으론 주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창조해주는 작가.... 우리가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파고 드는 작가.. .남유하 작가는 그런 소설가가 아닌가 싶네요.. 내가 전혀 생각치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읽는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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