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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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리 형제의 소설 이웃 사냥은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닌 대놓고 호러, 공포 소설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미국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 주인 와이오밍주 산간 오지 마을에 터를 잡은 젊은 부부 해리와 사샤를 노리는 악령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 미국 출장 때 덴버에서 솔트레이크까지 8시간 정도를 운전해 간 적이 있습니다. 와이오밍 주를 경유해서 가는 코스였는데 당시 5월이었음에도 별안간 함박눈이 내리고 어두컴컴해져 굉장히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도로에 차도 거의 없더군요. 그야말로 황량함 자체였고, 이런 곳이라면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죠..

소설 속 부부가 터를 잡은 곳이 바로 와이오밍주 산간 오지입니다. 반경 몇키로 내 이웃이라곤 목장을 운영하는 노부부 단 두 명만이 존재하는 마을이었죠. 그들은 노부부와 인사를 나누던 날 무시무시한 경고를 듣게 됩니다.

연못에 빛이 비추면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곰에게 쫓기는 벌거벗은 남자를 보면 그 남자를 쏘아라.... 그렇지 않으면 악령이 너희를 찾아올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당연히 미친 소리로 취급하고 그들을 내쫓지만 막상 노부부가 경고했던 일들이 발생하자 그들은 악령이 실제로 존재함을 알고 이를 믿게 됩니다.


악령은 끝내 노부부 중 남편의 목숨까지 앗아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임신까지 하게 된 해리 부부... 그들은 악령과의 제대로 된 대결을 준비하게 되죠..

해리와 사샤의 관점에서 차례로 서술되는 이 소설은 일단 굉장히 무서운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계절별로 다른 모습으로 현현하는 악령에 대한 묘사는 에어컨 없이 보더라도 전혀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소설의 제목은 이웃 사냥이지만 이웃은 오히려 이들을 돕는 역할로 나오고 악령과의 대결이 소설 내내 그려집니다.

오지에서 부부 단 둘만이 절대적 힘을 가진 악령에 대항해야 하는 상황은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으스스합니다. 더군다나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이기에 직접 살인까지 해야 했던 해리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악령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한 묘사 또한 섬뜩할 정도이죠..

그야말로 무더위를 싸악 날릴 수 있을 정도의 호러 소설입니다. 그런 가운데 서로를 깊이 신뢰하며, 악령과 싸울 용기를 내는 부부애를 느낄 수 있기에 한편으론 조금은 훈훈하게 느껴지는 결말을 가진 소설이라고 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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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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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분야 유튜버로도 유명세를 떨치는 우케쓰의 추리 소설 이상한 그림은 흡입력 만점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결국 반전을 갖춘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그야말로 천재적이라고 평해야겠네요. 하여간 빠르게,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유튜버가 소설까지 쓰다니 뭐 그렇고 그런 작품이라고 예단할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범주를 벗어납니다. 한마디로 평범한 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의 범주를 깨는 내용입니다.


대학 오컬트 동아리 회원 들이 어느 날 접하게 된 어떤 남자의 블로그... 출산하다 아내를 잃은 남자의 평범한 일상 기록 같지만 거기에 올라와 있는 5장의 그림은 결국 살인 예고이기도 하고 이 소설의 기저를 이루게 되는 내용이 됩니다. 제 아무리 줄거리를 잘 요약한다고 해도 직접 이 소설을 읽어 보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림에 얽힌 의미와 이후 나오게 되는 산자락을 그린 두 살해 피해자의 그림 속 트릭을 간파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진도가 나갈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소설 속 상당차의 시간을 둔 각각의 인물 들의 시각으로 조각조각 서사가 진행되는데 어느새 이 서사와 각각의 인물 들의 관계로 하나로 합쳐지면서 아.. 하며 머리를 때리게 합니다.. 그만큼 잘 짜여진 플롯의 추리 소설입니다.

범인은 충분히 예상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예상에서 아예 벗어났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이 소설의 뛰어난 점 되겠습니다.

추리 소설 리뷰인 관계로 더 이상의 언급은 스포가 될테니 자제하겠습니다. 어쨌든 스스로 추리 소설 범인 예측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대놓고 속이려 덤벼드는 작가를 우리가 어찌 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림을 소재로 한 독특했던 추리 소설, 이상한 그림... 작가의 다음 작품도 정말 기대가 될 정도로 빼어난 추리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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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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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와 미나토는 2005년 133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일본 문학상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기에 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보증 수표를 얻었다는 것과 진배 없습니다. 그의 신작 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제목부터 상당히 특이하고 눈길을 끌지만 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소설 속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콜센터 파견직원으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가던 27세의 여성 루리는 어느날 편의점에서 절도를 시도하던 어린 소녀 쥐라를 마주하게 됩니다. 알 수 없는 끌림에 의해 그녀가 훔치고자 했던 물건까지 모두 계산해 주면서 둘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러나 쥐라는 악덕업자의 학대를 받으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처지였으나, 그녀의 순수함에 반한 루리는 그녀를 데리고 도피에 나서게 됩니다. 한화 4억원에 가까운 조직의 돈까지 들고서요..

둘은 어느 사이에 연인 관계로까지 발전하지만 조직의 추적은 어느새 턱밑까지 다가오게 됩니다. 결국 사랑하는 쥐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것을 다짐하게 되는 루리....


일종의 버디 무비처럼 두 여성의 도피 이후 행적이 꽤나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비록 부정한 돈이지만 남의 자산을 들고 튄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결코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참으로 안타까우면서도 예쁘게 그려지니까요..

쥐라는 고양이를 그리기 좋아하는 소녀이며 그림에 재능이 있습니다. 루리는 한때 우주 비행사를 꿈꾸었을 정도이고 안드로메다를 보는 것이 소원인 여성입니다. 어느새 쥐라는 안드로메다를 상상하며 이를 그리기 시작하죠..

이들의 만남이 평범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들의 도피 생활 역시 그저 평온하지만은 않습니다. 조직의 추적은 집요하게 이뤄지고 이들 주변 인물에 대한 살인, 납치까지 자행하게 됩니다. 비극적 결말이 다가올 수도 있음에 계속 불안한 마음으로 읽었고 그 예상은 사실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짧은 동행의 시간이 그리 아쉽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진정한 사랑을 위한 희생이라는 인류 보편의 원칙이 참으로 아름답게 그려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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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왓슨이 해리 포터를 고민했다 - Emma Watson Pondered Harry Potter
박찬준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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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왓슨 등 5명의 배우와 작가의 삶의 궤도를 조명한 이 책은 일종의 자기개발서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영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 들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취할 바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죠.

엠마 왓슨을 필두로 키이라 나이틀리, 피터 딘클리지, 크리스 프랫, 조앤 롤링 등 모두 5명의 인물이 조명됩니다. 4명은 배우 1명은 작가입니다. 영국인이 세명이나 되네요.

엠마 왓슨은 아이비 리그인 브라운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해리포터 꼬마 주인공 세명 중 대학을 졸업한 유일한 인물입니다. 10년을 해리 포터라는 거대한 성과에 묶여 있던 그녀가 별안간 대학 진학을 결정하자 연기를 그만 두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그녀는 그 어려운 것을 동시에 해냈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탈모, 난독증을 딛고 배우로 성공했습니다. 외모가 중시되고 대사를 늘 외어야 하는 배우에겐 치명적인 결함이지만 그녀는 이를 극복해 냈네요..

엠마와 키이라는 또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연예계 내에서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배우들이기도 합니다. 때론 일부 보수 세력 들에게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페미니즘 사상이지만 이 두 배우 들은 비난에 봉착할 때 오히려 더욱 강하게 자신 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피터 딘클리지는 왕좌의 게임에 나온 왜소증 배우입니다. 135cm의 키를 가진 배우지만 그는 이를 자기가 난쟁이 역을 연기한 것에 불과하고 오히려 자기 키를 활용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고 있습니다. 이런 긍정적 태도가 그를 끝내 좌절치 않게 하고 성공의 길을 열었습니다.


크리스 프랫 역시 긍정왕이라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합니다. 작가인 조앤 롤링은 어린 딸을 둔 이혼녀이고 생활보조금까지 받는 처지였지만 30번에 가까운 거절을 딛고 해리포터를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로 만들었죠.

책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박찬준 작가가 수집한 이들의 인터뷰 내용이나 언론 보도, 대학 졸업사 등을 이용해서 서두를 던지고 있고 작가의 어느 정도 들어간 부연 설명이 함께 합니다.


워낙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고 매력이 넘치는 인물 들이기에 그들의 몰랐던 사연을 접한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 또한 성공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얻은 이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여러번 좌절을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같은 보통의 인간들일 뿐입니다. 그들이 해낸 일을 우리라고 못할리는 없습니다. 물론 엄청난 성공까진 아닐지라도 소소한 성공을 이뤄내 가며 실패에 결코 좌절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생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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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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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비영 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100만부가 넘게 팔리고 손예진 주연의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덕혜옹주와 여성 독립운동가 하란사에 이어 이번 '잃어버린 집'까지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한제국과 일제시대를 주로 그려내고 있는 작가네요. 이번 소설은 고종의 막내 아들이자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 이은과 그의 아내 마사코(한국명 이방자) 비, 그리고 그들의 아들 마지막 황태손 이구와 아내였던 줄리아 멀록의 이야기입니다. 이구가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기에 정통 조선 왕조의 계보는 이은의 형이었던 영친왕의 후손들로 이어져 오고 있죠..


일제의 식민지가 된 조선에서 왕족이란 신분은 사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습니다. 영친왕마저 채 10살이 안된 나이에 이복동생인 덕혜옹주와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 그들이 강요하는 일본식 교육을 강제로 받아야만 했습니다. 말이 좋아 조선왕족이지 사실상 볼모 신세나 다름 없었죠.

둘 다 원치 않는 정략 결혼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후 이혼하고 정신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던 덕혜 옹주에 비해 영친왕 이은 부부는 나름 화목한 삶을 살았습니다. 비록 일본 황태자비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마사코 비가 영친왕에게 시집오게 된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체질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조선 왕실의 계보를 끊고자 하는 일제의 모략이 배후였긴 하지만요,,


일제의 꼭두각시지만 그래도 평온한 삶을 살아가던 이들 부부에게 해방은 또다른 시련이었습니다. 자신이 양녕대군의 후손임을 내세워 조선의 프린스라고 칭하고 다녔던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까요. 자신의 정통성이 위협 받을 것을 염려한 이승만은 조선 왕실 사람들에게 영구 귀국 금지 조치까지 취하게 되어 이들은 해방 이후에도 꿈에 그리던 조국을 한참이나 밟을 수 없었습니다.

아들 이구는 어쩔 수 없이 미국 유학에 나서 미국에 정착하게 되고 여기서 만난 아내가 바로 8살 연상의 줄리아 멀록입니다.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이었죠.. 그를 그런 상황에 몰아 넣은 것도 모자라 서양 여자와 결혼했다고 욕하고 이혼을 요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고국에 발도 못붙이게 했던 이 땅의 위정자, 기득권 층이었습니다.

불행한 결혼 생활 끝에 이구는 끝내 줄리아와 이혼하고 혼자 쓸쓸히 낯선 일본 땅에서 눈을 감습니다.


조선의 마지막 왕족들이 많이 무능했고, 일제의 도구로 쓰여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씌우는 것 역시 온당치는 않습니다. 6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한국 땅을 밟게 한 것은 그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처사였습니다.

슬프게 막을 내린 조선의 역사처럼 그들 또한 슬픈 말년을 살았고, 이렇게 소설 속에서나 기억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못내 쓸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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