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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 산에 사네 - 산골에서 제멋대로 사는 선수들 이야기
박원식 / 창해 / 2009년 5월
평점 :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과 수많은 자동차, 쫓기듯 바쁜 사람들...
익숙한 풍경들에 새삼스레 이런 모습들을 생각한다는 사실이 어색하기만 하다.
너무나 친근해진 그런 모습들은 어느새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며 자연스러운 생활이 되어버린지 오래되었고, 숨이 막히고, 갑갑하다는 생각조차 갖을 수 없다.
드넓은 초원에 아득한 뒷산의 절경, 고추밭에 가지런히 서서 싹을 틔워 낸 열매, 그런 모습들을 흐뭇하고 여유롭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미소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예전에는 몰랐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연을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자연을 닮았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도시적인 것에 반대말 같기도 하고, 인위적인 멋은 전혀 없이 자연스러운..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무척이나 편안해 보이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보인다는 말이 맞는것 같기도 하다. 시인의 마음이 딱 산에 사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다른 분야보다도 시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친구를 삼는 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바람과 햇살, 새소리와 물소리를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친구삼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생각도 든다.
산골에서 제멋대로 살아가는 일명 ‘산의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
산이 좋아 산에 사네는 요즘 산행에 부쩍 맛을 들인 내게 마침 시기적절하게 다가와 준 책이었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어서 그런지 언제나 산에 대한 동경과 자연으로의 회귀는 너무나 멋지고, 꿈같은 일로 생각되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이 책은 꼭 보고 싶었던 책 중에 하나였고 또, 평소에 좋아하는 여러 작가분들의 글이 실려있다는 소갯말도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는데 도종환님이나 이외수, 한승원님의 산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자연속에서 어우러져 사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 궁금하고, 흥미롭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산으로 들어가서 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원하던, 원치 않던 도시생활에 많이 익숙해져 있고, 그러면서 더욱 편한 것만을 추구하고 욕망은 욕망대로 키워왔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자연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환상일 수도 있고, 막상 산촌살이가 현실로 닥쳐 온다면 무작정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만으로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산중 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부러워 보였던 이유는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속의 도시와는 너무 많이 다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책 속에 담겨 있는 명산을 바라보며,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하고, 웅장한 산을 대할 때마다 평화롭고, 아늑한 기분에 저절로 흥이 났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산에 사는 이유들은 모두 제각각 달랐지만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삶의 모습은 단 한 가지의 모습이었는데 가난하고, 불편한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며 인간은 결국 자연의 일부란 사실이었다. 또, 산에 사는 사람들이 다르게 보였던 이유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인생의 가치관이나 목표가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기준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의 삶, 산촌에서의 삶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각자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소박하고, 화려한 삶의 차이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만큼의 자부심을 갖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가 의미있는 인생의 잣대가 되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자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속에서 나를 찾는 일은 분명 꽤 가치있고, 보람된 일일 것이다.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