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사랑과 이별의 다큐에세이
기하라 부이치 지음, 윤여경 옮김 / 스타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 모든 것은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로 시작된 작은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란 책은 암투병기에 관한 에세이집이지만 암과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죽음을 앞둔 아내와 함께 10년 넘게 투병생활을 겪었던 철학가이자, 문학가인 남편이 많은 사람들에게 쏟아내고 싶었던 말은 과연 무엇일지, 어쩌면 그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보다 깊은 애착과 사랑을 느껴볼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암환자의 가족이 남긴 투병기로도 볼 수 있겠고,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저자가 아내와 함께 10년 간 암투병을 해왔던 기록으로도 볼 수 있다.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었고 단란하고 행복했던 한 가정, 이 가족에게 어느날 아내의 유방에 작은 멍울이 하나 발견되면서 갑작스러운 불행이 다가온다. 그 후로 6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아내의 병은 더욱 악화되었고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두 차레의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결국 시한부 3개월을 선고받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호스피스 병원을 찾게 된다. 언젠가 호스피스에 대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로와 안락을 베푸는 활동을 말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아내의 암은 기적처럼 진행이 멈추었고, 그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너무나 꿈같은 3년이란 시간을 가족과 함께 살게 되지만, 결국 그녀는 암이 재발하고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처음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저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를 보내야 할 것만 같았다. 또, 암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을 잃게 되는 저자의 슬픔에 휩싸여 조바심을 내가며 읽어야 할 책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나는 저자에게 그 어떤 용기와 격려를 보내지 않아도 될 것만 같은 안심이 들었고, 특히나 이 책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는 병마와 싸우는 고통과 그것에 대한 위로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투병중인 아내를 향한 저자의 담담한 일상에 대한 회고록은 암에 맞서 싸워야만 했던, 어찌보면 가장 처절했을 것만 같았던 그 시간이 오히려 삶의 멋과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삶의 기쁨을 느끼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내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와 삶의 가치, 그리고 축복으로 가득한 삶을 선물받았다는 생각으로 진정한 행복이란 바로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것이란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식, 삶과 죽음, 글을 읽고 사색을 한다는 것, 고통과 치유...
살다보면 어떤 일이든지 직접 경험해 보기전에는 그 가치를 진심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음을 앞둔 가족의 상처와 갈등에 대해서, 삶의 행복과 누구나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의 무게에 대해서 겪어보지 않았어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짐의 무게는 인간을 더욱 성숙시키고, 비로소 완전하게 만들어가는 이치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