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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을 보다 - 100년 만에 드러난 새 얼굴 ㅣ 다큐북 시리즈 1
황병훈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겨낭한 세 발의 총성이 울린다.
몇 억의 중국인도 감히 생각지 못했던 거사를 치룬 인물은 대한민국의 31살 청년 안중근이었다.
올해는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지 정확히 100주기가 되는 해이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사건, 잘린 손가락, 독립운동가.
오로지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쳤던 진정한 영웅.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던 실천가.
나는 과연 안중근 의사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이유는 강제로 을사늑약을 맺어 대한민국의 외교권을 박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려했던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100년 전 동양평화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세웠던 안중근은 세계 평화를 바라며 국제 언론에 그의 뜻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무엇이 서른 한 살의 젊은 청년을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당당할 수 있게 했던 것일까?
그동안 알아왔던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안중근 의사를 만날 설레임과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마음에 자못 비장함마저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당당한 기상을 느낄 수 있는 안중근 의사를 대면하고 있자니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나를 어지럽혔다.

통찰력을 지니시오!
당장의 이익만을 바라는 좁은 마음으로는 미래를 내다볼 수 없음이오.
폭넓은 시각으로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시오. 미래가 보일 것이오.
드넓은 시각으로 나와 우리를 바라보시오. 세계와 우주가 보일 것이오.
-의사 안중근-
안중근을 보다는 다큐북시리즈로 제작된만큼 책에 실린 생생한 사진들은 당시의 배경과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갈수록,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후 뤼순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부터 일본의 형법으로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기까지의 구체적인 상황과 감옥 내부, 사형실의 생생한 사진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엇인가 뜨거운 것을 치밀어 오르게 했다. 하지만 당당한 한국 국민 안중근은 마지막까지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이런 당당함과 논리적인 주장에 제국주의 일본의 많은 관리들조차 기가 눌렸고 심지어 그를 존경한 검찰관마저 생겨났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의 유해가 어디에 묻혔는지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안중근은 독립운동가이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았던 사상가이자 철학가였고 종교인이자 민권운동가, 교육자이기도 했다. 겨우 서른 두 해를 살다 짧은 생을 마감한 그였지만 안중근 의사가 이룩한 업적은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였다. 안중근을 보다란 책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었던 젊은 독립군 안중근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아니었다. 안중근 의사의 출생배경과 어린 시절, 그리고 한 집안의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로서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이 담겨져 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독립군 안중근 의사에 대한 사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그를 이해하기에 충분했던 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는 우리곁에 없지만 그의 정신과 사상은 대한민국의 더욱 깊고 강한 뿌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란 자부심을 느끼며 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었음이 무척 뿌듯함으로 남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