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말하는 것이며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공정한 도리이다. 책의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행복과 자유, 공익과 개인의 권리가 모두 실현될 수 있는 정의가 과연 이 시대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할까란 질문이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었던 정의란 무엇인가란 이 책은 인문서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하버드대 최고의 명강의란 부제만으로도 솔깃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정의에 대한 명강의를 읽으며 새로운 논쟁을 접해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전세계 석학들이 주목하는 정의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많은 사람들이 정의에 대한 다각도의 고민과 논쟁을 벌이는 이유는 최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이는 서로 다른 치열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하버드 대학의 정의에 대한 법적, 정치적 논쟁을 다루는 수업의 강의로부터 시작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먼저 고대의 정의론과 근현대의 정의론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데 오늘날의 정치를 움직이는 정의에 관한 주장과 의미는 경제적 풍요를 지지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고대의 정의론이 미덕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면 근현대의 정의론은 자유로부터 시작된다는 차이점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행복의 극대화, 개인의 권리존중 강조, 미덕과 좋은 삶에 대한 견해로 나누어 이렇게 세 가지 관점으로 정의를 이해하는 데 접근하고 있다.

책을 읽어갈수록 본래 내가 생각했던 정의에 대한 관점이 흐릿해짐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샌델 교수의 끊임없는 정의에 대한 반론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의란 좋은 삶을 단정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과연 인간을 도덕적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아로만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정의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고 자연스레 도덕성의 근본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었다. 도덕의 최고 원칙과 자유는 과연 무엇일까?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던 칸트는 정의와 도덕을 행복 극대화의 문제로 여기는 공리주의 사고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도덕 원칙을 기호나 욕구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것은 도덕의 진실을 오해하게 되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인간은 이성적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쾌락과 고통을 느끼며 지각력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자유롭게 행동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지을 수 있는데 바로 이 두 가지 능력이 합쳐져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른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정의를 고민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원초적으로 평등한 상황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란 존 롤스의 명제가 정의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깨는데 가장 바람직하지는 않을까 깨달을 수 있었고 정의에 대해 철학적, 정치적으로 확실한 논의를 내릴수는 없더라도 마이클 샌델 교수와 함께 했던 유쾌한 논쟁은 정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었고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가질 수 있었다.

지리산

지리산 ㅣ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5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6월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지리산이라 했던가.
지리산이란 책을 읽기에 앞서 참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외국도 아니고, 환율이나 짐가방의 무게로 고민할 필요도 없는 곳이 지리산이지만 나는 이 날까지 단 한 번도 지리산을 다녀온 기억이 없다. 간편하게만 생각하면 아무때라도 당장 떠날 수 있는 우리의 산천이지만 저자 역시 나와 같은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이었을까? 
본격적인 지리산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저자 역시 50년동안 단 한 번도 지리산에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렇듯 가깝고도 먼 지리산과의 거리감을 이 책으로나마 조금이라도 좁혀볼 수 있을까하는 심정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지리산은 한라산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며 백두대간을 흘러왔다고 해서 두류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최고봉인 천왕봉을 주봉으로 노고단과 반야봉이 3대 고봉인 산이며 그 유명한 지리산 10경을 빼놓을 수 없는 명산이기도 하다. 우리의 역사속에 언제나 살아 숨쉬었던 산이었고 야생 그대로 보전되어 있는 문화재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렇게나 한국을 대표하는 명산이 바로 지리산이다. 
솔직히 지리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때를 생각해봐도 지리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산이었고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자신을 찾아오는 길손에게 까다로운 관문을 준비해놓고 기다린다는 지리산은 그 고운 자태만으로도 지나온 세월과 사람 모두를 아우르는 한국인의 기상이 어려있는 우리의 귀한 산이었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그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하물며 우리나라 최대의 명산인 지리산을 오르는 기쁨이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던 어머니의 품과 같은 포근함을 느끼며 인생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지리산은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섬진강, 연하천, 불일폭포 등 지리산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그 곳의 전경을 사진으로 보는 맛 또한 일품이었고 구례 곳곳에 자리잡은 고택과 사찰을 둘러보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또한 지리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으리라.
책을 읽기에 앞서 나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지리산을 다녀오지 못한 마음이 못내 서운했지만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지리산은 평생을 두고 천천히, 느리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산이란 확신이 들게 된 것 같다. 마른 가지가 산을 뒤덮고 구름이 봉우리와 능선사이에 들어서 있어도 지리산은 어느 계절, 어느 시간 우리에게 늘 의연한 모습으로 그렇게 당당하게 우리의 기상을 뿜어내고 있을 것이다.

인생 전쟁처럼

인생, 전쟁처럼 - 패배를 굴복시킨 처칠의 오만한 비전
앨런 액슬로드 지음, 구세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총리.
전쟁과 위기 때 리더십을 발휘했던 20세기 최고의 지도자.   

승리할 수 없다면 존속할 수 없고 생존할 수도 없는 것이다라고 외치던 윈스턴 처칠은 나에게 정치인 이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화가로 더욱 친근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유명세와는 달리 이 책을 읽기 전 개인적으로 처칠에 관한 책을 읽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윈스턴 처칠이란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크게 다가온 것 같기도 하다.
윈스턴 처칠.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처칠만의 기적같은 성공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인생, 전쟁처럼은 오만한 비전이었다해도 수많은 패배와 역경을 굴복시킨 처칠만의 특별한 원칙과 자기관리법에 대해 알 수 있을 책이란 기대감이 들어 더욱 궁금했던 책이다. 벼랑끝에 내몰려 몇 번이나 패배할 위기를 맞았던 그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삶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보니 처칠의 인생전략이야말로 위기속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조건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처칠은 배경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똑똑하긴 했지만 병약하고 말썽이 많은 아이였다. 몇 번의 낙오를 거듭한 후 청년이 된 처칠은 영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이 살아야 할 인생이 무엇인지, 조국을 위해 어떤 희생을 치루어야할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처칠의 책과 유명한 연설 가운데 실제 인용되었던 부분을 바탕으로 그가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스물 다섯 가지의 이유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스물 다섯 가지의 원칙은 개인적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일 수도 있고 역사적으로는 20세기에 벌어진 사건 가운데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된다. 인생, 전쟁처럼은 처칠에 관한 단순한 자기관리서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 처칠의 출생배경과 그가 자라온 어린 시절,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혹독한 비난을 물리치고 최고의 정치인에 오르기까지 그의 인생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책이란 느낌에 처칠에 관한 자서전을 읽은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처칠의 성공전략 가운데서도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그가 남긴 수많은 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부분이다. 책이 쓰여지게 된 시대적인 배경과 처칠의 개인적인 삶이 어우러져 그가 종군기자로 활약했을 당시를 비롯해 여러 전쟁중에도 책을 쓰며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부분을 엿볼 수도 있었고 그런 상황들이 모여 그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하게 된 배경까지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군인으로서 전장을 옮겨 다니며 전술을 익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글을 썼던 처칠은 역사상 최고의 역경과 불리한 상황속에서도 자신만의 원칙과 의지력을 키워냈던 인물이다. 가장 밑바닥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고집스러운 얼굴 생김새 만큼이나 강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아프리카 야생 중독

아프리카 야생중독
이종렬 지음 / 글로연 / 2010년 6월

 

이제껏 그 어디에서도 이토록 실감나는 아프리카를 경험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 야생중독은 세렝게티에 서식하는 수많은 야생 동물이 금새라도 책 속에서 튀어나올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만큼 생생한 야생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백만 년간 전해져 내려온 아프리카 자연의 법칙이 이렇게나 놀라울 것이라고는 진작에 생각지 못했다. 간혹 tv를 통해서 세렝게티 대초원과 생생한 야생을 접할때마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는 문명과는 거리가 먼 곳이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쉽게 범접할 수 없을것만 같은 두려운 곳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야생중독은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아프리카를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을것만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고 세렝게티 무상출입 촬영권을 획득한 작가의 책이란 소갯말에 더욱 궁금한 책이었다.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땅 아프리카의 생생한 현장과 야생 동물을 만나볼 생각에 무척이나 설레였고 한편으로는 낯선 자연과 동물에 쉽게 내 마음을 열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잠깐씩 볼 수 있었던 아프리카의 모습도 이 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었고 너무나 생생한 자연과 야생 동물의 사진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깜짝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야생중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를 상하로 나누는 적도 바로 밑에 위치한 나라이다. 동쪽으로는 인도양에 접해 있고 세렝게티 초원이 바로 이 탄자니아에 있다. 자연적인 생태가 잘 보존된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빅토리아 호수는 탄자니아의 손꼽히는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마사이어로 끝없는 평원이란 뜻을 갖고 있는 세렝게티.
동물의 왕국인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지구상에서 자연상태가 태초의 모습에 가장 가깝도록 잘 보존되어 있는 공원이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만이 아프리카인의 미래에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선언했던 탄자니아 초대 대통령 줄리어스 니에레레의 공헌으로 오늘날 탄자니아는 전 세계인의 지지를 받으며 자연보호 모범국가가 될 수 있었다. 사자와 기린, 하이에나와 치타, 코뿔소와 누, 자칼 등 세렝게티를 대표하는 야생 동물에게도 그들만의 법칙이 존재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한 법칙을 느끼며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살면서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것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저 멀게만 생각했던 아프리카 대초원의 생생한 삶과 자연을 통해, 그리고 아프리카인들의 인생을 통해 낯설게만 느껴졌던 아프리카를 더욱 가깝고도 친근하게 만날 수 있었다.

서니사이드 시드니 (로맨틱, 트렌디, 오가닉을 찾아 떠난 진짜 시드니 여행)

서니사이드 시드니
류수연.김홍기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6월

 

로맨틱과 트렌디를 찾아 떠난 실제 커플의 진짜 시드니 여행. 
서니사이드 시드니는 그동안 접해왔던 여행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소개팅으로 만나 한 눈에 사랑에 빠진 저자들도 그렇고 웰빙과 역사, 유명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시드니에 대한 정보서는 무척 신선한 느낌을 가지게 했고 무엇보다 연애하는 사람의 낭만적인 시선으로 바라 본 색다른 시드니의 진짜 모습이 궁금했다. 시드니에 대한 여행서를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신기할 정도로 호주 시드니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나는 실상 시드니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런 이유로 광활한 대지만큼이나 호기심을 안겨주었던 시드니를 만날 생각에 무척이나 설레였고 로맨틱한 시드니 여행을 상상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시드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오페라하우스일 것이다.
호주의 상징이자 시드니의 첫 관문이었던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 그리고 록스를 시작으로 시드니의 아름다운 여행이 시작된다. 시드니는 온갖 축제와 페스티벌, 카니발과 공연 등 1년 365일 축제가 끊이지 않는 화려한 문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주요 관광지에서는 늘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서니사이드 시드니를 통해 호주만의 신비로운 문화와 예술을 만날 수 있었고 호주가 맥주 강대국이었다는 사실 또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아보리진의 아픈 역사를 가진 호주를 대할 때는 우리와 같은 듯, 다른 역사를 느낄 수 있었고 처음으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아보리진의 삶을 접하며 천혜의 자연과 가까운 호주에서의 실생활과 전통을 알 수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먹거리를 가진 도시이기도 한 시드니의 엄선된 레스토랑은 독특한 분위기를 뽐내며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자랑하고 있었고 골동품 백화점과 박물관 역시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시드니에 새롭게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캥거루나 시드니의 대표명소보다도 오히려 이름모를 어느 골목에 위치했던 바나 숍, 낡은 선착장이나 작은 갤러리 등에서 느낄 수 있었던 호주만의 열정적인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시드니다운 매력이 무엇일지 찾아 볼 요량에 설레였다면 이제 책을 다 읽은 후에 느낄 수 있었던 시드니를 정리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시드니의 의외의 모습에 조금은 놀라게 된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된 모습에 그 안에서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가장 시드니다운 매력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아름다운 시드니의 자연은 사람들이 조금씩 이루어놓은 진짜 시드니의 특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