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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전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고전이란 단어만으로는 개념이나 이해가 그리 어렵거나 전혀 낯설지가 않지만,
이탈로 칼비노의 책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보는 고전은 나에게 이탈리아 문학, 고대문학의 생소함과 저자의 약력을 거의 모르고 있었기에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1923년 쿠바 출생인 이탈로 칼비노는 3살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하면서 어렸을적부터 자연을 접하며 농학부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레지스탕스에 참가하며 그의 초기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과 나무위의 남작등 그가 남긴 작품들을 찾아보며 기발한 소재와 엉뚱한 상상력으로 하여금 저자에 대해 먼저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결같은,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진실이 그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나 추천글등을 읽으며 책을 대하게 되는데, 이 책이야말로 유명한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평을 통해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해를 돕는데 많은 도움이 되주었다.
이탈로 칼비노는 이 책의 서두를 고전에 대한 이야기의 정의로 시작한다.
1.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 를 다시 읽고 있어.” 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다시 읽고 있어.” 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2.고전이란 그것을 읽고 좋아하게 된 독자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조건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사람들만이 그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3.고전이란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책들이다. 그러한 작품들은 우리의 상상력 속에 잊을 수 없는 것으로 각인될 때나, 개인의 무의식이나 집단의 무의식이라는 가면을 쓴 채 기억의 지층 안에 숨어 있을 때 그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4.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5.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 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6.고전이란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이다.
7.고전이란 이전에 행해졌던 해석의 그림자와 함께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며, 그것이 한 문화 혹은 여러 다른 문화들에 (더 단순하게는 언어나 관습들에) 남긴 과거의 흔적들을 우리의 눈앞으로 다시 끌어오는 책들이다.
8.고전이란 그것을 둘러싼 비평 담론이라는 구름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평의 구름들은 언제나 스스로 소멸한다.
9.고전이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더욱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창의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해 주는 책이다.
10.고전이란 고대 전통 사회의 부적처럼 우주 전체를 드러내는 모든 책에 붙이는 이름이다.
11.고전이란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작품과 맺는 관계 안에서, 마침내는 그 작품과 대결하는 관계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12.고전이란 그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련의 위계 속에 속하는 작품이다. 다른 고전을 많이 읽은 사람은 고전의 계보에서 하나의 작품이 차지하는 지위를 쉽게 알아차린다.
13.고전이란 현실을 다루는 모든 글을 배경 소음(잡음)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이 이 소음을 없앨수 있는 것은 아니다.
14.고전이란 배경 소음처럼 존속해서 남는 작품이며, 이는 고전과 가장 거리가 먼 현재에 대한 글들이 그 주위를 예워싸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크게는 35가지의 유명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설명하며 칼비노는 고전의 위대함과 독창적이고도 찬란했던 문학사들을 보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한다.
35가지 이야기 중에서 특히나 관심이 가졌던 부분은 유럽 문학 최고의 서사시인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으로써 서유럽 문화에 큰 영향력을 끼친 오디세이아에서 지리적으로 배울수 있는 상식과 지혜를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의 군인이자 역사가인 크세노폰의 대표작 아나바시스를 통해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뛰어난 지략과 책략에 대한 보고의 형식을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대표작 변신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우주 발생론을 시작으로 피타고라스의 사상에 대한 믿음을 보이며 자연 철학을 이론적인 기초와 함께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한 점을 얘기했고, 고대 로마의 군인이며 정치가, 학자였던 플리니우스의 자연사를 소개한다. 플리니우스는 그의 여러 작품에서 복잡한 논제에서조차 조화와 아름다움의 감각을 끌어내면서도 투명한 간결함으로 설명해 낼 줄아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페르시아의 위대한 낭만주의 서사시인 네자미의 일곱 공주와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무용담이나 애정담을 일컫는 티랑 로 블랑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시인 아리오스토, 16세기 이탈리아의 수학자였던 지롤라모 카르다노,자연이라는 책과 그 저자 갈릴레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와 스탕달, 마크 트웨인과 톨스토이, 헤밍웨이에 이르는 현대문학까지 아우르며 칼비노 자신이 애독하던 글과 작가들을 이야기함으로 칼비노가 생각하고, 또 35가지의 작품들의 해석을 바탕으로 고전에 대한 뿌리에 대해 반듯한 토대를 제시해 주기도했다.
칼비노는 또 문학을 원전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 번역본이 그 의미와 기능을 충실히 해낼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함으로써 문학 보전의 중요성과 본래의 취지를 살려내야하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린 주위에서 흔히 그런 경우를 볼 수 있었고, 직접 경험하기도 했을 것이다. 독서가 삶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독서가 앞으로 하게 될 경험을 미리 보여 줄 때, 혹은 세상을 경험하는 데 일종의 모델이 되어 줄 때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책은 읽느냐, 다시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똑같은 책을 여러 번 보게 된다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생각과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우리 자신 스스로가 작품을 바꾸어 놓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솔직히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던 고대 문학의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롭고 이 책을 읽었다는 뿌듯한 자부심마저 든다.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문학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싶은 생각에 큰 수확을 거뒀다는 아주 좋은 기분이 든다. 문학과 고전에 대한 어떤 기준도 없이 책은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는 단순한 사고방식만으로 책을 대하지 않을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누구라도 꼭 한 번쯤 진지한 시간과 자기성찰을 위한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칼비노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전에 관한한 이만한 대어도 없을 것이란 생각과, 그 대어를 낚아 올렸다는 자신감을 선물해 준 칼비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 고전을 읽는가’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읽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고전은 인간이 살아온 역사이며, 미래에 대한 확실한 밑거름이 되주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