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전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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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란 단어만으로는 개념이나 이해가 그리 어렵거나 전혀 낯설지가 않지만,
이탈로 칼비노의 책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보는 고전은 나에게 이탈리아 문학, 고대문학의 생소함과 저자의 약력을 거의 모르고 있었기에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1923년 쿠바 출생인 이탈로 칼비노는 3살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하면서 어렸을적부터 자연을 접하며 농학부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레지스탕스에 참가하며 그의 초기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과 나무위의 남작등 그가 남긴 작품들을 찾아보며 기발한 소재와 엉뚱한 상상력으로 하여금 저자에 대해 먼저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결같은,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진실이 그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나 추천글등을 읽으며 책을 대하게 되는데, 이 책이야말로 유명한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평을 통해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해를 돕는데 많은 도움이 되주었다.


이탈로 칼비노는 이 책의 서두를 고전에 대한 이야기의 정의로 시작한다.

1.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 를 다시 읽고 있어.” 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다시 읽고 있어.” 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2.고전이란 그것을 읽고 좋아하게 된 독자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조건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사람들만이 그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3.고전이란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책들이다. 그러한 작품들은 우리의 상상력 속에 잊을 수 없는 것으로 각인될 때나, 개인의 무의식이나 집단의 무의식이라는 가면을 쓴 채 기억의 지층 안에 숨어 있을 때 그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4.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5.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 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6.고전이란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이다.

7.고전이란 이전에 행해졌던 해석의 그림자와 함께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며, 그것이 한 문화 혹은 여러 다른 문화들에 (더 단순하게는 언어나 관습들에) 남긴 과거의 흔적들을 우리의 눈앞으로 다시 끌어오는 책들이다.

8.고전이란 그것을 둘러싼 비평 담론이라는 구름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평의 구름들은 언제나 스스로 소멸한다.

9.고전이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더욱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창의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해 주는 책이다.

10.고전이란 고대 전통 사회의 부적처럼 우주 전체를 드러내는 모든 책에 붙이는 이름이다.

11.고전이란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작품과 맺는 관계 안에서, 마침내는 그 작품과 대결하는 관계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12.고전이란 그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련의 위계 속에 속하는 작품이다. 다른 고전을 많이 읽은 사람은 고전의 계보에서 하나의 작품이 차지하는 지위를 쉽게 알아차린다.

13.고전이란 현실을 다루는 모든 글을 배경 소음(잡음)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이 이 소음을 없앨수 있는 것은 아니다.

14.고전이란 배경 소음처럼 존속해서 남는 작품이며, 이는 고전과 가장 거리가 먼 현재에 대한 글들이 그 주위를 예워싸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크게는 35가지의 유명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설명하며 칼비노는 고전의 위대함과 독창적이고도 찬란했던 문학사들을 보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한다.

 

35가지 이야기 중에서 특히나 관심이 가졌던 부분은 유럽 문학 최고의 서사시인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으로써 서유럽 문화에 큰 영향력을 끼친 오디세이아에서 지리적으로 배울수 있는 상식과 지혜를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의 군인이자 역사가인 크세노폰의 대표작 아나바시스를 통해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뛰어난 지략과 책략에 대한 보고의 형식을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대표작 변신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우주 발생론을 시작으로 피타고라스의 사상에 대한 믿음을 보이며 자연 철학을 이론적인 기초와 함께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한 점을 얘기했고, 고대 로마의 군인이며 정치가, 학자였던 플리니우스의 자연사를 소개한다. 플리니우스는 그의 여러 작품에서 복잡한 논제에서조차 조화와 아름다움의 감각을 끌어내면서도 투명한 간결함으로 설명해 낼 줄아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페르시아의 위대한 낭만주의 서사시인 네자미의 일곱 공주와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무용담이나 애정담을 일컫는 티랑 로 블랑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시인 아리오스토, 16세기 이탈리아의 수학자였던 지롤라모 카르다노,자연이라는 책과 그 저자 갈릴레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와 스탕달, 마크 트웨인과 톨스토이, 헤밍웨이에 이르는 현대문학까지 아우르며 칼비노 자신이 애독하던 글과 작가들을 이야기함으로 칼비노가 생각하고, 또 35가지의 작품들의 해석을 바탕으로 고전에 대한 뿌리에 대해 반듯한 토대를 제시해 주기도했다.


칼비노는 또 문학을 원전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 번역본이 그 의미와 기능을 충실히 해낼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함으로써 문학 보전의 중요성과 본래의 취지를 살려내야하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린 주위에서 흔히 그런 경우를 볼 수 있었고, 직접 경험하기도 했을 것이다. 독서가 삶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독서가 앞으로 하게 될 경험을 미리 보여 줄 때, 혹은 세상을 경험하는 데 일종의 모델이 되어 줄 때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책은 읽느냐, 다시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똑같은 책을 여러 번 보게 된다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생각과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우리 자신 스스로가 작품을 바꾸어 놓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솔직히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던 고대 문학의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롭고 이 책을 읽었다는 뿌듯한 자부심마저 든다.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문학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싶은 생각에 큰 수확을 거뒀다는 아주 좋은 기분이 든다. 문학과 고전에 대한 어떤 기준도 없이 책은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는 단순한 사고방식만으로 책을 대하지 않을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누구라도 꼭 한 번쯤 진지한 시간과 자기성찰을 위한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칼비노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전에 관한한 이만한 대어도 없을 것이란 생각과, 그 대어를 낚아 올렸다는 자신감을 선물해 준 칼비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 고전을 읽는가’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읽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고전은 인간이 살아온 역사이며, 미래에 대한 확실한 밑거름이 되주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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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in BLUE - 꿈꾸는 여행자 쥴리와 져스틴의 여행 에세이
쥴리.져스틴 글.사진 / 좋은생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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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이 되면

떨어져 버리는 것이 있다.

 

늘 쓰는 비누가 그렇고,

늘 마시는 차가 그렇고,

늘 바르는 로션이 그렇다.

 

새로 사거나

다시 채워 넣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다행이다.

 

늘 추억속에 잠겨 살아도,

그 추억을 마시고, 바르고, 문질러도

추억이 떨어져 불안에 떨 날은 없을테니까.

 

지중해,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들과의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아주 오래 전 프리윌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속에서 봤던 아주 파란 빛깔의 바다는 이제껏 어디에서 봤던 바다보다 내겐 큰 감동으로 남아있다.

처음 이 책은 단지 그 때 봤던 프리윌리의 바다 빛깔처럼 너무나 파란 색의 표지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생기게 했던 것 같다. 여행 에세이집은 부담없고 편하게 읽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책을 구입하게 될 때면 늘 몇 권씩은 빠지지 않는 책중에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여지껏 블로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쥴리와 져스틴의 이렇게 멋진 글들과 사진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 책의 저자들 모두 블로그에 올렸던 멋진 사진들과 글들을 책으로 엮어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던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책을 기다리는 시간이 다른 때보다 더 지루하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면 하얀색과 파란색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산토리니를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쥴리와 져스틴은 산토리니 이아 마을 말고도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저녁 무렵 물들었던 석양과 노을, 길가에서 군밤을 파시던 할머니, 공항과 바다 등.. 아주 낭만적이지 않은 소재로도 너무나 공감이 갔던 글들과 멋진 사진들로 나를 충분히 감동시켰다.

비가 내렸던 그 날. 그리스를 떠나던 밤..

그 낭만적인 밤을 기억하게 된다.

 

이집트의 나일강에서 마주쳤던 맑은 눈망울의 소년들, 아타바 시장 상인들의 친절함에도 너무 친근할 수 있었고, 카이로 도로에서 만났던 인심좋은 택시 아저씨까지.. 모두들 너무나 만나보고픈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코샤리에서 먹었던 500원짜리 스파게티(?), 끝도 없는 사막과 하늘, 자그마한 마을에서부터 룩소르 왕가의 계곡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날 그 곳으로 안내한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참으로 멋진 글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신기루를 말로만 듣다가 사하라 사막의 신기루를 직접 대한 소감은 아찔하기까지 했다. 100원이 안 되는 사탕수수 주스로도 맘껏 누릴수 있었던 여행에서의 달콤한 행복까지 난 그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직접 느끼고 생각하며 대화도 했고 여행의 참맛을 같이 알아가게 되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맞은 새벽 여명을 시작으로 터키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스탄불 해안가를 구경하며 그 많던 생선들을 보고 아무리 찾아봐도 결국 횟집은 없었다는 말에 친한 친구의 농담처럼 한참을 웃기도 했다. 블루 모스크에서 봤던 무슬림들의 성스러운 기도 의식과 신시가지인 베이오울루의 상반되던 느낌은 같은 나라가 아닌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고 애거서 크리스티가 머물며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썼다는 페라 팰리스 호텔이 벌써 100년이나 넘었다는 얘기는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위대함과 카파도키아 비둘기 계곡에서 만난 눈 위의 낙타 모습이 너무나 신기해서 몇 번을 다시 넘겨 보았고, 중간중간에 여행했던 곳에 대한 티켓을 찍어 올린 사진들과 겸한 설명도 너무 친절했다. 일상에 찌들어 있다가도 단지 떠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언제, 어느 곳으로든 그들은 길을 떠난다. 목적지가 어디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두근 거리는 마음과, 그들을 반겨주는 햇살 넘치고 평화로운 곳..
그들이 있는 곳에 언제나 나 역시 함께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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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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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한국 문학의 위대한 별이셨던 박경리 선생이 세상과의 끈을 놓고 타계하셨다. 우리는 이제 다시 살아생전 그녀의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찬란했던 그녀의 문학을 만날수가 없게 된것이다. 한국 문학을 일컬으며 박경리 선생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고, 위대한 그녀의 업적이자 한국 문학의 유산인 토지를 이야기하지 않을수가 없다. 무려 26년간의 기나긴 시간과 4만여장이나 되는 그 거대하고 웅장한 스토리에 한국인의 정서를 이만큼이나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낼수 있었던 작가로 그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한국 문학의 거대한 산맥이었던 것이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 (計算)과 1956년 흑흑백백 (黑黑白白)으로 현대문학에 데뷔하게 되는 그녀는 주옥같은 명작들을 남기게 되는데 그녀의 주요작품으로는 파시,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 불신 시대, 전장과 시장, 가을에 온 여인, 토지, 거리의 약사등 이루 다 헤아릴수 없을 정도이다.
작품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르게 선보이셨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가치있게 다루며, 가장 한국인다운, 그야말로 한국 대중들의 살아있는 역사 그대로를 거대한 소설로 재탄생 시킨것이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란 이 책은 돌아가시기전 마지막으로 남기신 39편의 시를 모아 엮어낸 유고시집이다. 소설가이셨던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은 제목 그대로 한 많았던 그녀의 인생을 아무 미련없이 정리하며 회상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니를 비롯한 일가 친척되시는 분들을 그리워 하시는 모습도 있으셨고, 가진 자와 없는 자들이 채워나가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 모두 다 훌훌 털어버리셨던 그녀의 내면 세계까지..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시는 모습을 보며 남게 되는 이들은 그녀처럼 홀가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고픈 거였나보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제 더이상 그 분을 만날수가 없음에 내내 맘이 저려왔다. 그녀가 남겼던 소설만큼이나 굴곡졌던 그녀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모질고 고단했던 그 인생을.. 살아왔던 만큼이나 무한한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전쟁통에 남편과 아들을 잃고, 그녀는 부모와 자식을 위해 글을 써야만 했다. 언젠가 이런 글을 본듯한 기억이 난다. 내가 행복했더라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터뷰의 내용을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던 인생을 살아왔나 싶은 마음에 너무도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살아났다. 그러나 유고시집에서 만날수 있었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힘들어하지도 않았고, 많이 아파하고 있는 모습도 아니었다.

인생이란 한 번 살아볼만 한 것이란 확실한 증거를 내게도 보여주는 것처럼 그녀의 글은 어디에서 봐왔던 것들보다 더욱 더 편안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마치 이젠 더 이상의 한도, 배울것도, 가질것도 없는듯 인생에 있어 모든 감정이나 생각에 통달이라도 하신듯 말이다. 감사하게도 책 후반에 보면 그녀의 살아생전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만날수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해본다. 화려하고 멋진 모습은 아닐지라도 고무신을 신고 밭을 가꾸고, 담배 한 개피에 먼 훗날을 내다 보시는듯한 평온한 표정, 집필하시는 동안의 모습은 내 마음 한구석을 참 든든하게 메꿔 놓는다. 좋은 곳으로 가시었기를.. 부디 저 세상에서는 고통스럽지 않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만을 갖게 되시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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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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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며, 미국 소설계의 거장인 유명한 코맥 매카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책으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소설을 직접 읽어보진 못했기 때문에 유명한 베스트셀러에 대한 기대치만을 가지고 로드를 만날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 만났던 로드는 나로 하여금 많은 끈기와 용기를 필요로 했다.

 

잿빛 풍경으로 꽉 채워진 책의 도입부의 풍경에선 죽음보다 더한 끔찍한 세계를 내 상상속에 그려주었고, 속이 타들어가는듯한 갑갑함을 느끼며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이내 난 인내에 한계를 느끼고 말았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아직 이처럼 지독하고 고약한 글을 만나지 못했었다. 도대체 책을 쓰는 작가는 읽는 사람들의 입장도 좀 고려해야 되지 않는가.. 읽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작가도 존재하는것이 아니냔 말이다. 지독하고 고약하다란 표현이 아주 딱 들어맞던 책이 바로 로드였다.

 

지난 달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 이유로 난 코맥 매카시에 대한 첫 인상이 좋을수가 없었다. 이렇게 암울하고 우울하고 재미없는 소설을 만들수도 있구나.. 더군다나 이런 소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니.. 어이상실이었고, 그의 소설에 대해 내 맘의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좀처럼 집중할 수 없어서 다른 책들을 읽으며 어수선해진 맘을 가라앉히는 동안 로드는 쳐다 보지도 않았었다. 무엇때문에 책을 가까이 대할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건지.. 지금 생각해보니 코맥 매카시만의 특유한 필력의 힘이라 보여진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생각난 김에 조금씩 읽기 시작했는데 100페이지를 넘어갈 무렵부터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온통 로드생각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모든 세상이 불 타버리고, 살아있는 생물은 아무것도 없다. 잿빛으로 물들어버린 세상 위에 덩그러니 어린 소년과 아버지가 있다. 소년과 아버지는 지옥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아 생존을 위해 쉬지않고 걸어야 했으며,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아야 했고, 간혹 등장했던 살아 남은 다른 사람들은 미쳐가며 살아남기 위해 결국 사람을 양식으로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만을 의지한 채 계속 길을 걷는다.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한 가지도 없다. 온 세상은 모두 불타버리고, 겨우겨우 끼니를 때워가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남자와 아이의 모습은 위태롭게만 보이고.. 그런 상황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절실하다는 말의 뜻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듯 보인다. 만일, 남자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혹은 아이에게 남자가 없었다면.. 잠시동안이지만 생각만으로도 너무 비참하고 마음이 힘들어 진다.  

 

이런 암울하고 지독한 세상을 그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낸 작가에게 처음엔 원망의 마음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그가 거장이란 수식어가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그를 몰랐을 때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싫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의 지금은 보석과 같은 존재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다. 책의 내용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홀로 두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장면에서 코맥 매카시가 내게 원했던게 바로 이거였구나.. 란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눈물로 대답해야 했다. 비로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가를 아주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소년에게는 그 어떤 고난보다 힘겨운 일이었겠지만 다행스러웠던 일은 소년에게는 다른 인물들이 나타나며 그 암흑 천지속에 혼자 남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을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말이 참 다행스럽게 보였다. 제 3의 인물이 소년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줄테고, 또 소년 또한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는 존재로 이 소설이 막을 내린다는 사실만으로 이제야 한시름놓고, 한 숨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아 속이 다 후련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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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위기보다 강해져라
김형환 지음 / 팜파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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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때보다 전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제위기로 인해 위기 상황에 맞물린 기업들도 주위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얼마 전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을 본 기억이 나는데 경영자가 기업을 경영만 한다고해서 경영자의 위치에 올라설 수는 없는 것이다. 또 경영자는 단순히 기업을 경영하고 성공시키는 의미로밖에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CEO야말로 세상과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훌륭한 경영자, 즉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경영자란 과연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회사가 안정되고 직원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라면 그런 기업이야말로 제대로 된 가치와 기준이 있고, 확실한 기업의 경영방침이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또 이 모든것을 제대로 경영할 줄 아는 최고의 경영자도 있다. 최고의 경영자란 모든 일을 직접 나서서 처리하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능력껏 직원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기업에서 경영자의 존재 가치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 경영의 목적을 수익 창출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영자는 이제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고객에게 가치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업의 수익이 우선이 아닌 기업의 존재 가치를 고객에게 두며, 내부와 외부 환경 모두에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음속의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만 한다. CEO는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이지만 직원과 고객 모두를 포함한 사람과 자신을 되돌아 볼 줄 알아야 진정으로 강한 CEO가 되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글로벌 그룹의 예를 들어서 위기상황마다 극복해냈던 다양한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기업의 경영자만이 아닌 사람사는 세상이라면 어느 집단이나 모임에서도 통할 수 있는 통찰력과 소통의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위기 자체는 위기가 아니었다. 문제는 위기에 흔들리는 CEO였고, 위기를 경영할 수 있는 CEO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단, 이 이야기는 CEO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에 대해서, 또 자신과 같이 가치와 기준이 분명한 사람을 얻는 기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개인적인 수양과 더불어 진정한 융합이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던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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