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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누구야? - 미국에서 내 아이 당당한 한국인으로 키우기
한윤정.신동혁 지음 / 푸른향기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큰 고모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도 벌써 20여년이 훨씬 넘었다. 가끔씩 엄마와의 연락으로 알게 된 고모의 모습을 보며 미국에서 한국인이 살아남는 일과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버거운 일이었는지 자세히는 아니지만 내 눈에도 여러모로 참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어린 나도 무척이나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이민을 가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했을 것이고, 모든 생활이 바뀌어 적응해 나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학교생활에서도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는지가 고모에게도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엄마, 난 누구야? 이 책의 저자도 어린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미국에서 18년동안 생활하며 직접 경험하고, 터득하게 되었던 부분을 책으로 엮어냈다. 미국학교 생활, 아이들의 세상, 가족의 소중함과 이국땅 이야기, 그리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주제별로 18년의 이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그녀의 삶속에서 우리가 배울수 있는 부분을 책을 통해 기록한 것이다.
동혁이의 짧막한 영어와 국어로 된 문장일기로 시작되는 책속에 저자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나를 반겨준다. 한국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미국의 교육제도는 주에 따라 5학년을 마치고 중학교는 6학년에서 8학년, 고등학교는 9학년에서 12학년으로 편성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은 부모들의 간절함은 똑같지만 학비문제나 지역에 따라 어쩔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크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문제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문제이겠지만 이국땅에서의 아이들은 사춘기에 이르고, 대학생이 될 무렵쯤 그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 ‘나는 누구인가’ 또는 ‘나는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의 시기는 누구나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기 울타리 안의 기본을 확실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요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내 아이를 끔찍히 사랑하고 챙기는 것은 부모로써 모두 공감할 문제이겠지만 한국과 미국의 큰 차이점이라고도 말 할수 있는 부분이 미국에서의 교육환경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모두 아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믿고 맡겨버린다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던 것 같다. 특히 학교생활에서 실수를 하게 된다면 한국 부모들은 심하게 꾸짖는다거나 아이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미국의 부모들은 무심하게 그대로 두는 편이다. 아이가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시키고, 자기 행동의 결과를 체험하게 내버려둔채 다시는 이같은 실수를 만들지 않게 하기위한 믿음에서다.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면서도 한 인격체로 더욱 성숙할 수 있도록 키우는 일에 신경써야 할 점이 이렇게나 많았는지.. 미국에서 크는 아이에게 한국인으로써의 자긍심을 키워주고, 한국말, 한국 음식과 예절을 가르치며, 미국 아이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게 키워내는 일을 보며 어머니로써의 저자에게 새삼 감탄을 하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이가 점점 클수록 장래의 꿈이 생기면 그 꿈을 위해 엄마는 같이 노력해야 했고, 생활은 생활대로 유지하면서 아이들의 교육문제에도 발 벗고 나서야했다.
어머니란 이름의 위대함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낯선 이국땅에서 저자 역시 처음 생기는 일들에 당황하고, 적응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더구나 남편의 뒷바라지와 아이들의 교육문제까지.. 타국에서 생활하며 외로움과 서글픔을 견디고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그녀를 책으로나마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 가슴 뿌듯한 만남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