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진 한 장 -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베아테 라코타 글, 발터 셸스 사진,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사진 한 장은 독일의 전문 사진작가와 저널리스트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23인의 환자들을 만난 기록을 사진과 함께 엮어낸 책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움으로 멀게만 느끼며 살고 있지만 마지막 사진 한 장을 보며 가장 절실히 깨닫게 되었던 점은 죽음을 피하고 두려워하기만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생길 일이고, 또 그 마지막을 내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피하지 말고 용감히 생각하며 마주 대할수 있어야 한다.




호스피스 병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죽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얼마나 절망적이고 우울한 분위기일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남은 인생마저 다 포기해 버릴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아닐까? 죽음을 아는 사람들인데 맨 정신으로 어떻게 생활하며 하루하루를 버틸지 의아하기도 했다. 호스피스 병원은 생명 연장 조치도 전혀 실시하지 않는다. 그 곳에는 인공호흡기도 없고, 소생술, 간단한 의료기기도 없다. 의료진은 흰 가운을 입지 않고 엑스레이나 컴퓨터 촬영도 하지 않고, 혈액도 뽑지 않는다. 그대신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랠수 있는 수단은 24시간 구비되어져 있다.




인생에서 죽음을 만난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일은 없겠지만 호스피스 병원은 죽어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병원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삶을 정리할 시간도 갖는다. 자신의 삶이 곧 끝나게 되리란 사실을 알고 있으며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겠지만 죽어가는 사람들은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서 자기 인생을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또는 죽음에 이를때까지 남은 시간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물론 호스피스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중에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그 무엇도 위안이 되지 않았고, 죽음 그 자체만으로도 두려워 헤매이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원이야말로 삶을 정확한 눈으로 되돌아보고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하고픈 희망과 죽음이 끝이 아니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함으로 뭉친 희망의 장소였다.




호스피스 병원에 발을 들여놓는 그 순간부터 인생은 더 이상의 어떤 희망도 없고 슬프고, 절망적일 것이란 생각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지만 의외로 호스피스 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자기 인생을 더 사랑하고,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곳이란 사실이 너무나 뜻밖이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남은 생을 정리할 수 있는 그들의 마음이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다. 죽음이란 단어만으로도 우린 살면서 한 번도 절실히, 그리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늘 그랬던 것처럼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희망에 열심히 살 뿐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내 인생의 마지막 그 날...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진지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 살아야하는게 중요한 것처럼 잘 죽는것도 그만큼의 의미가 있고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태어난지 이제 얼마 지나지 않은 갓난쟁이, 어머니와 아들.. 참 많은 사연에 많은 아픔으로 내 눈에는 힘겹게만 보였던 그들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23인의 모습을 살아서 찍어두었던 사진과 몇 일이 지나, 또는 몇 주가 흘러 죽음을 맞이한 그들의 사진을 한꺼번에 같이 보고 있자니, 내 머릿속에 참 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가 죽음을 맞이 한 후에 찍은 사진에서 모두 편안한 모습이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산 그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내 인생.. 정말 죽을 각오로 살아보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죽는 것보다 힘든 일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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