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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 손턴 와일더의
손턴 와일더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y/o/yoomi535/1_2_125.JPG)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란 책을 통해 손턴 와일더란 작가를 처음 접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이유가 있었다.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는 출간과 동시에 문장가들의 교과서로 찬사를 받았고 20세기 미국 문학의 백미로 불리며 퓰리처상 수상이란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작품이었는데 무엇보다 장영희 교수가 그토록 번역하고 싶어했던 작품이란 소갯말은 오랫만에 읽게 된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불러 일으켰고 최고의 영미소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설레임을 안겨 주기도 했다.
1714년 7월 20일 금요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져 여행객 다섯 명이 다리 아래 깊은 골짜기로 추락했다. 리마와 쿠스코를 연결하는 큰길에 있는 이 다리는 매일 수백 명의 사람이 지나다녔다.
페루 사람들에게 이 다리는 영원히 존재할 것처럼 보였던 다리였고 무너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내 1994년 성수대교 붕괴란 커다란 참사가 일어났던 때가 떠올랐다. 책의 스토리와 그 당시 실제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이름없이 죽어간 이들이 가슴 아프게 떠올랐던 것이다.
어느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가, 성수대교가 무너질 것이라고..
이 엄청난 참사에 모든 페루 사람이 심하게 동요했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프란체스코회 선교사인 주니퍼 수사만큼은 다리가 붕괴되는 것을 목격한 후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의 붕괴는 신의 행위라 확신하게 된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y/o/yoomi535/2_1_25.JPG)
우연히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불의의 재난을 당해 함께 목숨을 잃은 사람들.
우리는 우연히 태어나 우연히 죽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정해진 섭리에 의해 태어나 정해진 섭리에 따라 죽게 되는 것일까?
십 분만 늦었더라도 그 끔찍한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사람들이었지만 주니퍼 수사는 다섯 사람의 비밀스러운 삶을 조사하고 그들의 추락 이유를 밝혀내기로 결심하게 된다.
못 생기고 말을 더듬는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였을까?
딸에 대한 집착으로 인생을 망쳐버린 몬테마요르 후작 부인과 수녀원에서 성장한 고아 페피타,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라난 쌍둥이 에스테반과 마누엘, 그리고 다리에서 죽은 나머지 두 사람은 카밀라를 발굴해 배우로 성공시킨 피오 아저씨와 카밀라의 아들 돈 하이메이다.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비탄에 빠져 저마다 조금씩 문제가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다섯 사람의 인생을 알아갈수록, 이들이 금요일 정오에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를 건너야 했던 이유를 알게 될수록 죽음에 몰린 다섯 사람의 운명에 초점이 맞춰진 소설인만큼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따라가며 신앙과 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모순적인 인간의 본능과 삶에 대한 집착과 치유의 과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삶과 죽음.
그 커다란 의미에 대해 다가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