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요리는 나의 모험이 아니다. 이모의 모험이다. 언젠가 이모댁에 놀러 갔더니 김밥 싸긴 귀찮고, 조카가 왔으니 뭔가 해주긴 해야겠고 싶어서 이모가 해주신 것인데... 달걀도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먹어도 참 맛있었다.
집에 돌아와 엄마한테 해달라고 했더니 예상했던 반응. "귀찮구로. 입에 밥 들어가는 거 고마운 줄 모르고 네가 해 먹던가." 라고 하셨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다 대학에 가고 자취라는 걸 하고, 휴대용 가스렌지에 코딱지 만한 부엌이란 게 생기자 맨 먼저 해 먹었다. 맛있었다.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밥을 볶음밥 식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밥을 초밥 식으로 하는 것이다. 뭐가 더 맛있는가는 각자의 입맛에 딸린 게 아니겠는가마는 나는 밥 볶고, 다시 식히고 하는 게 귀찮아서 걍 초밥 식으로 자주 한다.
자 그럼.. 레시피 출발.
1. 식은밥이면 전자렌지나 찜기를 이용해 살짝 데운다.(식은밥은 잘 안 섞인다.. 재료가. 자취할 때에는 그냥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지 않고 밥 넣고 살짝 데웠다)
2. 원하는 재료를 넣고 밥을 볶는다.(볶음밥 버전)
2. 맛살이나 오이, 우엉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밥과 잘 섞는다.(초밥 버전) 이 때 식초 1: 설탕 1 : 참기름 1의 비율로 섞은 물을 적당히 뿌려준다.
3. 달걀을 풀고 소금을 살짝 넣는다.(볶음밥 버전)
3. 달걀을 잘 푼다.
4. 볶아둔, 혹은 섞어둔 밥을 밥 한 입 크기로 적당히 떠서 살짝만 뭉쳐둔다.(여기서 세게 뭉치면 괜히 밥에서 점성이 나와서 목이 메어 못 먹을 정도가 되니 살짝만 뭉쳐둔다. 유과 모양이나 초밥 모양으로 뭉치면 되겠다). 그것도 귀찮으면 걍 놔두시라. 익숙해지면 안 뭉치고도 잘 할 수 있다.
5. 기름을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한 숫가락 뜬다. 달걀물이 다 익기 전에 뭉쳐둔 밥을 얹고 남아있는 달걀 쪽으로 굴러서 밥을 감싸도록 한다. (글로 설명하려니 어려운데 해보면 간단하다. 달걀물을 한 숟가락 뜨면 걔들이 저절로 퍼지는데 그 한 쪽에 밥을 얹고 남은 달걀을 위에 덮어도 되고 굴려도 되고.. 뭐 그렇다.) 일일이 하나씩 만들자면 속 터지니 달걀물을 여러 숟가락 서로 붙지 않게 떠 넣고 밥 올리고 한번에 굴리고 이러면 된다.(불이 세면 달걀과 밥이 붙기도 전에 달걀 윗면까지 익어버리니 약불에 하자)
6. 달걀이 다 익으면(사실 순식간에 익는다) 꺼낸다.
7. 먹는다. 초밥일 경우에는 겨자 간장이랑 먹으면 되고... 볶음밥으로 한 경우에는 김치랑 먹어도 되고, 케찹이랑 먹어도 된다.
오므라이스, 달걀 프라이, 달걀 볶음밥에 질린 사람들이라면(혹은 아이들이라도 좋고) 요렇게 해주면 또 새로운 맛에 몇 개 잘 집어먹는다. 몇 개만 집어 먹어도 배가 부르다. 모양만 예쁘게 만들면 도시락으로 싸도 된다. 괜히 들이는 품에 비해 있어보이는 요리다.
다시 한 번 말씀드려요. 밥을 너무 많이 뭉치지 마세요. 목 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