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원비 결제가 밀려 낮에 잠시 학원에 들렀다.

두아이 학원비를 내고 나니 잠시 등허리가 뻐적지근했다.

달랑 수학학원이 어쩌자고 두달분이 180만원 가까이 나오는 것인지....

 

이걸 계속 보내야 하나, 갈등이 밀려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건우 아빠였다.

<애들 한우 부지런히 먹여야겠더라>

<왜, 뜬금없이?>

<너무 심각해서.... 축산농민들이 소를 청와대로 보낸다네. 네가 키워보라고...>

<목장 근처에도 안가본 나도 송아지값이 만원이라는 기사를 보니 피눈물이 나겠더만....

근데 쇠고기값은 여전히 비싸거든...>

<큰일이네...>

<근데 피눈물 이전에 제발 투표나 잘하라고 해.>

 

농민들의 피눈물이 안타깝고 분해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갉아먹는 극우에 표를 주는 농민들의 투표행위가 더 화가났다.

그래서 아침나절 송아지값 만원이라는 기사에 가카와 정치인들한테 보낸 분노만큼 늙고 허리 휜 할아버지들한테도 울컥했었다.

그런데 학원비를 내자마자 애들 한우먹여야겠다는 전화라니....

순간 대상도 없이 울컥했다.

도대체 왜 이놈의 대한민국은 외환위기에도 서민만 금붙이를 팔아가며 애틋해야 하고, 송아지만원기사에 FTA를 앞장서 체결하고 쇠고기시장 개방에 열올리며, 구제역에 무방비와 무식으로 대처한 정부는 저리 뻔뻔한데, 또 우리만 안달해야 하는 것일까?

 

등골이 휠 것같은 사교육비를 과감히 잘라낼 용기도 없으면서, 만원에도 팔리지 않을 송아지에 나를 투영시켜 놓고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채 전화기만 노려 보았다.

송아지는 만원인데, 고기값이 싸야 고기라도 맘껏 사주지.

도대체 이 빌어먹을 유통구조는 어떻게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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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12-01-15 04:38   좋아요 0 | URL
속삭님 님의 글이 종종 올라올것을 기대해도 돼지요?
그동안 뜸하셔서 서운했어요^^
이제 알라딘이 좀 따순것 같아요...^^

2012-01-04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12-01-15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그래서 올해는 손놓고 있지 말고 뭐든 좀 해보려고요...
제가 뭘 할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님도 올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