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이들과 무료급식소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야채 다듬고 무썰고 설겆이하고.
이나이를 먹도록 헛살았나보다.
칼질은 여전히 노련하지 않고 설겆이 하는 내내 구정물이 앞자락을 적신다.
특별한 감회를 느낄틈도 없이 점심을 먹은 이들은 익숙하게 식판을 놓고 돌아서고 우리는 서둘러 뒷 설겆이를 마쳤다.
2010년 대한민국의 변두리 건물에서 그렇게 한끼를 마친 이들이 돌아가고, 우리는 누구나 이 건물의 잠재 수요층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며 식탁을 닦았다.
돌아오는 길,
선배가 한마디 한다.
<5년후쯤 나도 식판들고 거기 줄서 있을지 몰라.>
대한민국의 중산층은 소멸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존재한적이 없었던지도 모르겠다.
발밑이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