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40자평으로만 쓰려다가. 글자 제한이 답답해 짤막하게라도 쓰다. 

 

1월의 충동구매로 다른 네 권의 책과 함께 산 책이다. 그런데 왜 내가 사고 나니까 선착순 100권 친필싸인본을 판매하는지 ㅜㅜ...  

푸념은 됐고.. 조국이라는 사람의 전반적인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합리적이며 훌륭한 글들이다. 직접 집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전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보집권플랜』에 담긴 주장들을 꽤 많이 다시 접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매력적인 논지전개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장인 '법률에 고한다'에서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나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그의 법률적 논의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법대 교수인 그의 법에 관한 논의를 제대로 접한 게 처음이라니 좀 이상하다.  

그리고 한 가지 신경써 읽어볼만한 특징으로는 글쓴이의 광범위한 독서와 다방면에 걸친 사례인용과 비유다. 각종 활동을 하시면서 언제 그렇게 시와 영화와 드라마까지 다 섭렵하셨는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아직까지는 몇 개 안되는 리뷰들이 모두 호의적인 리뷰니까, 이제부터 아쉬운 점을 말하고싶다. 첫째는 글의 구성이고, 둘째는 가격이다. 

책에 실린 모든 글은 일전에 각종 언론을 통해 발표되었던 글이 약간의 수정, 내용의 추가, 재편집을 거친 글들이다. 그렇기에 기존에 글쓴이의 지적 동향이나 언론 인터뷰를 접해왔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굳이 꼭 사야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읽기 좋게 잘 편집되긴 했지만, 조국이라는 사람이 그동안 꾸준히 말해왔던 사실들이기 때문이다.  

이점 때문에 더욱더 책값이 불편하다. 글쓴이의 글다듬기 노력을 폄하해서는 절대 안되지만, 새로운 저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가가 무려 19000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이' 양장본으로 제본해 불필요하게 가격만 올라간 책으로 보인다. 출판사가 무슨 생각으로 양장본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더군다나 처음 읽으면서 굉장히 화가 난 이유가 또 있다. 1장의 후주 가운데 1번부터 8번까지의 후주의 순서가 모두 뒤죽박죽이다. 본문에서 1번으로 표기된 내용은 후주 3번을 읽어야 하고, 2번→4번/3번→5번/4번→6번/5번→7번/6번→8번/ 이런 모양이다. 반품신청을 하려다가, 대략 훑어보니 어느 주석이 어느 본문에 어울리는지 파악이 되어서 따로 펜으로 표시만 해두었다. 책을 필사로 찍어내지 않는 이상 초판을 가진 대부분 사람들이 이럴텐데, 출판사의 마무리가 아쉽다. 이것 때문에 별점을 두 개 깎았다. 대화를 할 때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만큼이나 중요하듯, 책을 평가할 때 내용 자체뿐 아니라 편집과 책의 제본상태도 중요하지 않은가.  

그러나 불만사항은 내용과 논조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닌 구성과 편집에 대한 것이다.  

글쓴이의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사회-문화적 진보에 대해 생각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진보의 가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수월하게 권할 수 있는 책이며, 좋은 사회를 고민하는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기 위한 입문서로도 적합하다. 물론 이미 그러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자기 논지 강화나 혹시라도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보충을 위해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읽은 기간 : 2011 01 24 ~ 2011 01 27 

정리 날짜 : 2011 01 27

 

 더 읽어볼 책. 

 오연호 기자와 함께한 최근작. 

       그의 다른 독립저작들.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던 참고문헌 

   관심이 생긴 해외 학자. 샹탈 무페. 

 자주 인용된 참고문헌.

 

* 아.......  아이엘츠 공부해야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만간 대한민국의 좋은 점, 아니면 한국 문화의 우수함을 다룬 책을 읽든지 강연을 들어야겠다. 연속해서 대한민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책들을 읽었더니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감정상태도 매우 불편해진다. 어째 이놈의 나라는 이렇게 잘못된 점이 많은건지.. 

2007년 한국 사회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쓴 책이다. 목차를 둘러보면 알 수 있겠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검찰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삼성에 입사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때, 그리고 비리 고발 이후 삶의 모습까지를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재벌'이라는 단어는 결코 좋은 느낌의 말이 아니다. 비리를 저지를 것만 같고, 정치권력과 결탁해 부당한 이득을 얻어낼 것만 같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러한 심증을 확실히 뒷받침해주는 여러 사실들을 만날 수 있다. 여러 나쁜 짓들이 소개되지만, 글쓴이가 생각하는 가장 근원적인 나쁜 짓은 바로 '비자금 조성'이다. 그리고 그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 중 한 가지가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방법 말고도 수많은 방법이 동원되겠지만..

354쪽) 전례를 따른다고 돼 있는 '샘플비'가 거래금액의 15.8% 가량을 차지한다. "100 + 20 = 100 + 1 + 19"라는 표현도 나온다. 여기서 '1'은 삼성물산이 가져가는 수수료, '19'는 '샘플비'다. 샘플비가 바로 비자금이다. 거래금액을 120%로 부풀린 뒤, 적정가격(혹은 원가)과의 차액 가운데 20분의 19가 비자금이 된다. (...) "100(원가), 19(샘플비 반송), 1(은행수수료 포함 총수수료)"이라는 내용이 옆에 기재돼 있다. (...) '샘플비 반송'은 부풀려진 거래금액의 15.8%(부풀려진 가격과 원가와의 차액 가운데 20분의 19)인 비자금을 삼성 비서실(나중에는 구조본, 전략기획실)로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위의 인용문은 1994년 삼성물산 영국 법인과 삼성 전관(현 삼성SDI) 두 회사가 주고받은 문서 중 일부이다. 삼성전관은 필요한 물품을 삼성물산 영국 법인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이 때 원가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고 수입한다.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은 삼성물산 영국법인은 그 중 19%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시 한국에 있는 삼성 비서실로 돌려보낸다. 이 과정을 통해 삼성 비서실(=구조본=전략기획실)은 어마어마한 금액의 비자금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비자금은 삼성이 우리나라 각계의 사람과 조직을 '조련'하는 데 쓰인다.  

삼성 비리의 실체, 삼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 국가기관들의 모습, 이건희 일가의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각종 언행들이 이 책에는 다양하게 소개된다.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건희 회장이 가장 좋아한다는 정장 브랜드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셔츠가 1500만 원, 코트가 5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옷이 저렇게까지 비싸질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과 또 그것을 '즐겨'입는 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또한 이서현씨는 제일모직 내부 의류기획과정에서, 100만원 '짜리' 옷을 대체 누가 입냐고 말했다고 한다. 비싸서 안 입는다는 표현이었으면 좋겠지만, 그 반대라고 한다.

글쓴이가 기본적으로 법률가이기 때문에 글이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는데, 다행히 전반적으로 읽기 쉬운 편안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과 삼성 SDS BW헐값 발행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부분을 비롯한 몇몇 부분에서 약간 어려운 용어가 쓰이는데, 법률 용어나 검찰 조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나로서는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좀 건너뛴 부분도 있다ㅜㅜ)  

 

마지막 부록인 천주교 사제단의 기자회견 전문을 읽다보니, 본문을 읽을 때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날짜'들이 새삼스럽게 내 눈에 들어왔다. 김용철 변호사의 비리 고발 사건은 바로 2007년 10월에 발생한 사건이다. 그때 대체 나는 무얼 하고있었던가.... 내가 기억하는 2007년 10월의 모습은 오로지 대학교 축제와 중간고사뿐이고, 11월로 넘어간다고 해도 동기들과 함께 놀러다닌 기억뿐이다. 지금의 내 시선과 지적 역량으로(얼마 되지도 않지만...) 그때의 나를 재단해서 당시의 나를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당연히 합당한 태도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중요한 시기에 이런 사건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넘어갔던 내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그저 [김용철이라는 사람과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같이 삼성의 내부 비리를 고발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직접 겪게 되는 수많은 사건들, 직접 겪지는 못하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각종 사건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의롭지 못한 일들과 마주쳤을 때, 외면해야 할까 맞서야 할까.

 

읽은 기간 : 2011 01 20 ~ 2011 01 21 

정리 날짜 : 2011 01 22 

더 읽어볼 책 :  

 프레시안 기자들이 펴낸 또다른 삼성 비리 고발 책(알라딘 품절ㅜㅜ)

  삼성을 생각한다의 후속작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김용철 변호사가 참여한 또다른 책들 

 이런 책도 얼마 전 나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선들의 대한민국 - 한국 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 부쩍 경제 관련 서적, 그것도 우석훈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편향된 독서는 그 방향이 어떻든 결코 좋지 않지만, 그동안 내 시각 자체가 약간 편향되어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교정으로 우석훈의 저작을 많이 읽는다면 결코 나쁜 독서방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직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이 본문의 내용과 꽤 어울린다. 그렇지만 우석훈이라는 글쓴이의 평소 성향을 모르는 이가 제목만 보고 책을 골랐다면 당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표지에는 제목과 함께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  이 문구만 본다면 한국 사회, 그것도 경제에 대한 '경제학적 혹은 사회학적' 일갈이 담긴 책이라 생각할만 하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책은 철저히 '미학'적인 책이다. 즉 '아름다움'을 다루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도 당연히 종류가 여럿 있는데, 글쓴이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개발과 도시의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생태적 아름다움을 찾아나서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 경제적, 사회적 현황과 정책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5쪽)동아일보사 옆의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흘리고 이 물에 물고기를 풀어놓는다. 이 수도꼭지에 물을 트는 행사를 '통수식'이라고 불렀다. 비가 올 때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이 청계천은 환경운동가 사이에서는 어항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청계 인공 하천'이라는 정확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논의가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청계천은 실제 하천이 자연형으로 복원된 양재천과는 다르고, 중랑천과 다르고, 복원 중인 탄천과도 다르다. 지금의 청계 인공하천을 보고 가슴이 설레거나 아름답다고 느껴진다면, 아마 도시 미학에 심하게 중독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와 같이 글쓴이는 서문에서부터 이 책이 '도시 미학'에 반대하는 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도시 문명과 경제개발 전반에 대한 '경제적'인 논의가 아니라, '미학'적 논의가 주축이 될 것이라는 예고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알아둘 사실이 있다. 출판된 시기를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주요 비판대상은 출판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도시 미학 혹은 개발 미학의 최대 발현이라 할 수 있는 '(당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다. 경부운하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거쳐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거의 이름만 바꿔 이루어지고 있는 이 거대한 '삽질'은 결코 이명박 정부만의 독창적인 정책이 아니다. 개발 논리에 함몰된 대한민국이 십수 년 전부터 꿈꿔온 '숙원' 사업이다. 이에 대해 우리가 알아둘 사실이 이 책에는 많이 나오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28쪽) 경부운하의 원형에 해당하는 운하 계획을 나는 현대건설에 다니던 시절인 10년 전에도 본 적이 있고, 중간에도 다른 경로로 이 계획에 대해 여러 번 더 검토한 적이 있다. 여론의 힘으로 한국 사회에서 불도저를 잠깐 세울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세울 수는 없다. 장담하건데 이 대운하 혹은 그를 대체하는 유사한 계획은 오고, 또 오고, 또 올 것이다. 왜냐하면 대운하는 단순히 이명박이 지나치게 토목선설을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벌어진 일도 아니고, 통합민주당에 비해 한나라당이 건설자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정당이라서 벌어진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다면, 3장「대한민국 개발 오감도」부분을 읽어보면 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글쓴이의 '미학'적 탐구를 따라가보자. 2장「청계천은 어항이다」에서는 사람들의 행위의 근거로 '경제이성'과 '상식' 두 가지를 설명한다. 그 다음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81쪽)청계천 복원 사업은, 어쨌든 아름다운 조경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래서 일단 가시적 아름다움이 있으면 많은 한국인은 "그것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삶 속의 많은 것은 이렇게 아름다움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내는 2008년 한국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람의 행위를 결정하는 요소 중에서 적어도 한국인들에게는 경제이성이나 상식만큼 미학이라는 범주가 중요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집단의 차원이 되면, 그 힘은 강력하다.

글쓴이는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미학, 즉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기준'을 의사결정의 중요한 원인으로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뉴타운 공약이나 청계 인공하천 조성사업 등이 칭찬받을리가 없으며, 난지 생태공원이 골프장으로 타락하는 것을 막아낸 이유도 하늘공원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91쪽) 시대 미학, 그것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물론 우리가 공유하는 2008년 대한민국의 미학은 정상적이거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미의 세계에서도 만약 '전도'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가 공유하는 미학은 전도되고 왜곡된 형태의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만의 주도적인 미학은 '건설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원래 있던 것을 없애고 그 위에 무엇인가를 짓는 바로 그 행위를 '위대한' , 그래서 '아름다운' 행위로 간주한다. 사실 이런 책을 읽고 있는 나조차조 오늘 낮 신도림역 앞을 지나다 건설중인 디큐브시티의 외관에 깜짝 놀랐다. 그 순간 나도 어쩔 수 없이 건설 미학에 빠져있다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그런데 이렇듯 건설 미학에 비판적 칼날을 들이대는 책을 읽은 나조차도 그런 커다란 건물에 놀라고 멋지다는 생각을 하는데, 보통의 대한민국 사람들이야 어떨까..  

이러한 미적 감각은 정치권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나타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새만금을 옹호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대표주자로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이 언급되는데.. 솔직히 불편했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 아직까지도 노무현과 유시민을 '우리 편'으로 생각하는 내 마음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나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글쓴이가 특히나 공들여서 '까는' 사람은 바로 참여정부 시절 문화재관리청장이었던 '유홍준'씨다. (사정을 알고 싶다면 93쪽을 읽어보면 된다.) 

121쪽)정말로 시대 미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한국의 최근 10년은 민주화·정의·인권과 같은 단어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결합된 단어에 의해 움직인 것인데, 하나는 '도시 미학'이고 그 뒤에 숨은 힘은 '건설 미학'이다. 이 두 개의 힘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조감도이다.

다시 한 번 '도시 미학'에 대해 언급하며, 글쓴이는 '조감도'의 위력을 설명한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대규모 사업을 관철시키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시각적으로 대중을 압도해버리는 조감도이다. 위에서 내가 잠깐 말한 디큐브시티 또한 마찬가지로 조감도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압도적인 크기와 '땅값이 올라가면 더 잘살게 될 것이다'라는 허황된 명제가 결합되면서 무시무시한 힘을 과시하는 '도시 미학'은 점점 기세를 더 확장해간다. 글쓴이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124쪽)불도저는 이성과 상식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미학의 힘으로 달리고, 이 시대 미학은 여전히 '도시적 감성'이 절정을 달한다. 한국에서 정말 강하고 무서운 것은 물리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미학이고, 이 미학이 투기 심리와 결합되면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대마왕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이명박은 안다. 그게 중요하다. (...) 그는 문화가 뭔지 잘 알고, 예술이 뭔지 잘 알고, 시대 미학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다.

이정도까지 글쓴이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데?'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오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솔직하게 그게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174쪽) "과연 이렇게 하면 세상이 나아질까?" 이 질문은 생태주의가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불이익 혹은 불리함이다. (...) 이 지역에 아파트를 지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건축 미학의 광적인 지지자는 땅값 상승에서 시작하여 국민경제와 국민의 삶 혹은 민족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보존하자고 말하는 생태 미학의 예술가는 막연하게 이렇게 하면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 아니, 무슨 이런 바보 같은 전선이 다 있어? 물론 이런 일은 역사 속에 수없이 존재했다.

사실 이는 생태주의 미학 진영에서만 나타나는 문제점은 아니다. 거칠게 재단한다면 한국의 정치지형을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 있을테고, 또 그들의 특성을 거칠게 포착한다면 보수는 '물질'을, 진보는 '가치'를 내세우게 마련이다. 이 점에서 모든 진보주의자들은 약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먹고사니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인들은 뜬구름 잡는 몽상가로 보이거나, 심하면 '그래도 잘 굴러가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질서'를 교란하려는 빨갱이로 보이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서 조국 교수는 분명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래도 글쓴이는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나름의 대안과 기준을 제시한다. 5장의 175쪽에서 시작해 6장 마지막까지 제시되는 대안과 기준들은, 아직 생태 미학에 대한 입장이 거의 전무한 나로서는 그저 별말 없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글쓴이는 생태 미학이 갔으면 하는 방향 다섯 가지로 1.지속 가능성 2.공동체 3.자치 4.소통 5.다원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가지 말았으면 하는 방향 세 가지로 1.우월적 계몽주의 2.선험적 패권주의 3.근엄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5장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서 마지막까지 미학적 가치를 논하고자 하는 자세를 유지한다.

181쪽)경제학자가 미학이라는 주제넘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김에 이제는 각 분야별로 생태 미학이 어떻게 전개되면 좋을지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그렇게 마지막 장인 「생태 미학 상상도: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름다움이다」가 펼쳐진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건축의 생태 미학이라는 관점에 맞춰 '복원','보존','공존','골목길'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예술과 스포츠, 그리고 마케팅 분야에 이르기까지 생태 미학적 태도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다 읽고나면, 정말이지 이놈의 대한민국은 어디 하나 똑바로 굴러가는 데가 없는 천덕꾸러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 다 일장일단이 있고, 모든 현상은 한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안 된다. 대한민국은 통시적으로 보나 공시적으로 보나 유례 없이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정말 초단기간에 나름 '세계적'인 국가가 되었다. 갑자기 키가 크면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책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은 그만큼 성장통을 치료할 약이 많아졌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생태 미학적 경제개발이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이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민 분야가 하나 더 늘었는데,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항상 애매하다. 

읽은 기간 : 2011 01 18 ~ 2011 01 19 

정리 날짜 : 2011 01 19

 

 더 읽어볼 책 :

  요새형 주택이 출현하면서 부의 분배와 더불어 공간이 분리되는 현상에 대한 책 

   한국의 독특하면서도 기형적인 문화에 대한 프랑스 학자의 연구

생태요괴전 생태페다고지 글쓴이 우석훈의 '생태경제학 시리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한 심리학 1 - 내 마음 속 미로를 찾아가는 109가지 심리 이야기
박지영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대학교 2학년때 심리학 입문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지만, 워낙 공부를 안했던 탓에 기억나는 내용은 거의 없다.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심리학'과는 사뭇 다른 내용을 배운다는 인상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fMRI등 몇몇 뜻도 모르는 전문용어정도..? 

처음으로 접하는 대중 심리학 서적이다. 2년 전에 소통의 심리학 어쩌구 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긴하지만 워낙 대충 읽었기에 그냥 없던걸로 쳐도 무방하겠다.  

누가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꽤나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데, 거의 모든 장에서 쉬운 사례와 함께 설명하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읽어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워낙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있어서인지, 다 읽고나니 정확히 딱딱 기억나는 내용이 별로 없다. 기억에 관한 설명 정도가 잘 기억나는듯 하고, 그 외에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내용을 흥미롭게 다루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맞딱뜨리는 단점이다.  

그래도 심리학이라는 분야에 입문하기에는 안성맞춤인듯 하다. 나처럼 심리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즐겁게 봤다는 점을 생각해보니 그렇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만, 이런 책을 두세번 읽으면 그래도 그 한 길 사람 속을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되겠지?

 

읽은 기간 : 2011 01 13 ~ 2011 01 18 

정리 날짜 : 2011 01 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 특강 "정의" (6disc)
마이클 샌델 / EBS미디어센터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now.or.kr/lecture/social_sciences/political_science/2677.html 한글스크립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