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는 요리에서 간장에 넣어서 찍어먹거나, 냉면, 초장에 활용하는 것이 다라고 알고 있다. 냉국도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식초병은 항상 가득 차있다. 그래도 좋은 식초를 먹고 싶은 마음에 발효식초라고 써진 제품을 고르고 있는데 활용도가 낮아 아쉽기만 하다. 사실 식초는 만들기가 쉽다. 김치도 신 김치가 되고 동치미도 시어지듯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식초 이야기에서 알게됐다. 부드러운 식초를 음식에 활용하다보면 더 건강해질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우리 외할머니는 신 음식을 잘 자셔서 건강하시고 장수하고 계신다.
우리 집에서 냉국이라고 하는 창국은 [조선셰프 서유구의 식초 음식 이야기]에서 8가지가 나온다. 외창국, 메역창국, 파창국, 부루창국, 마늘창국, 가지창국, 참외창국이다. 마늘창국은 마늘 30개, 식초, 설탕, 간장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참 간단하다. 역시 창국은 여름에 만들어먹으면 최곤데... 꼭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 부루는 내가 모르는 재료인데 조선시대의 말이라 그렇다. 부루는 상추다. 안양에서는 상추국을 먹는다고 하는데 부루 창국을 말하는 건가 싶기도하다. 상추 20장, 식초, 청장, 간장, 고춧가루, 물만 있으면 쉽게 만든다. 청장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엄마에 물어보니 된장 간장의 일종이라고 한다. 19세기 조선시대 백과사전 임원경제지다 보니 내가 모르는 식재료가 많이나와서 만들 엄두가 안나는 식초 요리가 많지만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요리법은 많은 가치가 있다. 단순한 요리를 통해 음식의 영양을 잘 흡수하고, 미각과 건강을 다 찾아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간단하고 싸다. 바쁜 하루를 배추를 볶고 식초와 간장만 넣으면 되는 숭개법은 딱 내 취향인걸.
요리는 시대를 많이 반영할 수 밖에 없는지 중국와 일본이 우리 나라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전쟁과 수탈이 많았던 한국은 과거에 많이 먹었던 것들도 지금은 먹을 수 없는 식재료도 있고, 전래되어온 식재료가 과거의 요리를 바꿔놓은 것들이 많다. 특히 고추에 밀려난 산초류의 이야기는 훙미로웠다. 겨자와 산초도 맵고 활용요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일률적으로 고추가루를 사용하니 한국의 음식에서 매운맛의 다양성이 많이 사라지게되어 아쉽다.
그동안 몰랐던 식초 음식을 알게되니 입에 침이 고이고 식재료와 음식 사진들을 모면서 맛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가공식품으로 조리하는 것을 줄이고 밥상에 식초요리 하나라도 더 올려보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시간이었다. 임원경제지를 복원하여 다른 주제로 출판될 책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