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바라본 세상 -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반 고흐의 아포리즘 ㅣ 세계적인 명사들이 바라본 세상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석필 편역 / 창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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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미술에 완전히 문외한인 나도 접해본 경험이 많다. 그의 순탄하지 않은 삶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생을 소재로 한 영화, 뮤지컬, 도서까지 여러 장르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가깝게는 지난 9월 재개봉한 유화 애니 러빙 빈센트부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까지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을 판매했던 불우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그의 작품을 배경으로 흐르는 콘텐츠들이 고흐의 파란만장했던 짧은 인생을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던 그의 아포리즘을 찾아보게 한다. 유화 애니 러빙 빈센트를 본지 오래지 않아 유화로 펼쳐졌던 장면이 눈앞에 흐른다. 밤 하늘 같았던 고흐의 삶과 별을 떠오르게 했던 화가 하지만 너무나 곤궁하고 외로웠던 그의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

거창하게 부제 ‘아포리즘’을 인용하긴 했지만,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터라 초록 창의 도움을 받아 개념을 찾아본다. 사전적 의미의 ‘아포리즘’은 신조, 원리, 진리 등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정의된다. 사전적 정의만으로도 오늘 리뷰하는 고흐가 바로 본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짧은 글들에 대한 부제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반 고흐의 아포리즘’이 이해된다.

고흐가 바라본 세상은 고흐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1부와 고흐의 아포리즘을 담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묵직한 느낌의 책일 것 같았던 첫인상과 달리 1부에서는 그의 생을 되짚어 보고, 2부에서는 짧은 글들로 그의 신념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구성이다.

화가도 그림도 잘 모르지만, 푸르도록 시린 밤을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강렬한 생존을 느끼게 하는 해바라기 그리고 삶을 놓아버린 듯한 자화상까지 고흐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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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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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리뷰하는 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는 '심리학 박사의 전문지식을 십분 활용한 심리 스릴러의 정수'라는 소개 글에 이끌려 홀린 듯 읽게 된 책이다. 진실과 거짓, 상반된 단어를 결합하고 있는 맹세라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있는 '사건'의 의미는 무엇일까?! 쫀쫀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서사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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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이웃이 될 이들의 유쾌한(?) 모임과 그중 어느 누군가의 불안한 시선을 마주한 화자 리케의 회상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조용한 동네를 뒤흔든 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자신과 상관없는 그저 주변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으면 다행이었을 테지만,,, 안타깝게 된 살해된 요르겐은 그녀의 불륜 상대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진실의 압박,,, 그녀는 과연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나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녀가 마주하게 될 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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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오니, 아파트 안은 깜깜했어요. 나는 문을 닫고 그대로 기대섰어요. 머리 위로 요르겐의 발소리가 들렸어요.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으로 들어가더군요. 그 사람은 발걸음마저 단정했어요. 나는 어둠 속에 그대로 서 있었죠. 숨이 가쁘고 뜨거웠어요. 내 몸의 모든 세포가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어요."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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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해 너무나 많을 것을 공유하게 되는 네 가족. 조금의 문제도 없는 듯 일상을 이어가지만 한 발자국만 다가가도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작은 틈을 확인할 수 있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잠시 잠깐의 일탈로 이웃의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 화자 리케와 살인사건의 소용돌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족들에게 불륜 사실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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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온통 고요하기만 하다.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불이 켜져 있었고, 요르겐은 내게 집에 있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내가 들르기를 바라냐고 그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 중략 -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앞에서 망설인다. 내가 너무 부담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가까운 사이처럼 굴고 있지는 않나? 이런 것이 이웃이라서 나쁜 점이다. 우리, 그러니까 요르겐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간의 필요. 분별력의 필요. 이웃인 것은 우리 두 사람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들 역시 이웃이다. " (p.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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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진실과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일어나는 리케의 집착! 우와~ 아주 살짝 늘어지는 전개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리케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불륜과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자극적이기보다는 화자와 처해진 상황에 동화되어 불안과 압박을 느낄 수 있는 데다가 마지막 반전까지~ 제대로 된 심리 스릴러다. 헬레네 플루드의 소설은 처음이었지만 첫 번째 소설 테라피스트가 궁금해지는 '사람의 내면을 치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라는 수식어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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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 ㅣ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5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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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인 제목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간절히 염원하며 계획범죄에 이르는 소설일까~ 쫄깃한 긴장감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긴다. 유난히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느끼는지라 호흡이 긴 소설을 읽을 때면 포스트잇에 등장인물의 이름을 적어두는 습관이 있는데 오모나~ 깜찍하게도 책장을 넘기자마자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이 소개된 페이지가 반갑게 인사한다. 아주 작은 배려에 폭풍 감동 한 번 하고 읽기 시작!!

부유한 아내 조세핀의 지갑을 여는 대신 극도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아내를 이해하고 보듬어야 하는 주인공 쇼 델란시. 조세핀을 사랑하지만 반복되는 그녀의 신경질을 이해하기가 버겁기만 하다. 델란시는 이웃의 로버트와 로절린드의 소박하지만 평범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이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로버트의 비밀과 갑작스러운 로절린드의 사고는 델란시를 혼란에 빠뜨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편, 어린 아가씨 엘시의 위험한 사랑을 알게 된 백만장자의 아들 휴 애치슨은 엘시를 위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한 로절린드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과연 휴는 사고의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두 부부의 속내를 섬세한 심리묘사로 풀어간다. 출판사의 서평처럼 누가 범인인지를 쫓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어째서, 왜에 집중하고 있는지라 지금까지 경험했던 추리소설의 형태가 아닌 색다른 범죄 추리소설을 경험할 수 있다. 1934년 출간된 소설임에도 이질감 없이 읽히는 클래식한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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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무덤에서 돌아온 여자 ㅣ 아르테 미스터리 23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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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의 긴 머리를 늘어트린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 여자. 말 못 한 사연을 가진 여자이자 엄마. 텍스트로 이루어진 벽에 갇힌 듯한 여자 이자 엄마를 표현하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무덤에서 돌아올 만큼 한이 맺힌 사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 부족함이 없다. 한 많은 여자의 사연도 사연이지만 엄마의 사연이라면 무덤 아니라 겹겹이 쌓인 돌무덤에서라도 돌아올 수 있으리라. 나의 아이를 위해서!

’무덤에서 돌아온 여자‘라는 부제의 미스터리 소설 마더는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한 아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핀과 시오의 엄마 헤더는 10년 전 남편 리엄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10년간의 끔찍한 감옥생활 후 가석방되었다. 오해로 시작된 리엄과의 사소한 다툼, 매주 반복했던 금요일 밤의 음주 그리고 그녀를 불리하게 만든 몇 가지 증거들로 인해 헤더는 순식간에 남편을 살해한 피도 눈물도 없는 얼음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살인범이 되고 만다.

"사람이 정말 많다. . 내 기억보다 많다. 나는 저 사람들이 모두 교도소에 걸맞은 칙칙한 옷차림의 나를, 빛바랜 바지와 스웨트셔츠를, 브랜드가 없는 운동화를, 지친 얼굴과 거뭇한 눈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평가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저 여자는 여기 어울리지 않아. 우리와 달라. 저들은 돈과 지위, 재산, 또 결혼과 가족, 친구를 믿고 자신들은 안전하다고, 우월하다고 여긴다. 잔인한 운명은 남의 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눈에 저들은 순진해빠진 사람들일 뿐이다. 어쩌면 저리도 모를까. 누구든, 언제든 전부 다 잃을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하룻밤 사이에, 한순간에,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는 도로 붙일 수 없게 될 수 있다. 내가 바로 이 불편한 진실의 살아 있는 증거다." (p.59)

평범하고 행복했던 일상과 두 아이를 앗아간 누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마 헤더는 10년 전 자신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쫓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녀는 무사히 누명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급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의 결과로 여겼던 리엄의 살인사건은 진실에 가까이 갈수록 거대한 음모의 일부분이었다는 추악한 진실을 들어내고,,, 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끔찍한 현실은 그녀를 막다른 곳으로 몰기에 바쁘기만 하다.

쫓고 쫓기는 추격 속에서 이어지는 반전. 그녀가 따라가고 있는 조각들은 과연 진실일까,,,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들어라는 리엄의 살해 이유와 진범 그리고 헤더가 살인범이 되어 아이들과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추악한 진실은 출판사의 서평처럼 온몸을 전율하게 한다. 백 점 만점에 이백 점을 주고 싶은 쫀쫀한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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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의 시대
이석용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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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사회를 생각하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설정이다. 얼마 전 70세에 이르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고령사회의 폐단을 그려낸 영화 플랜 70을 보고도 섬뜩함을 느끼면서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는데, 급기야 며칠 전에는 버튼만 누르면 5분 안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조력 사망 캡슐의 불법 사용을 다룬 뉴스까지,,, 그만큼 우리에게 죽음이란, 안락한 죽음을 갈망하는 본능과 함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과정이라 하겠다.

암시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이끌어 낸, 잠에 가까운 상태를 이르는 최면. 최면이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상의 시대, 한 정치인의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병약하고 가난한 노인을 위한 행복한 죽음을 돕는 최면술은 정부가 공리청이라는 기관까지 만들어 시행하는 노인복지정책을 만들기에 이른다.

최면술사 중에서도 최고 레벨의 최면술사 T는 가난하고 병약한 노인을 위해 일하면서 오로지 T에게만 마음을 여는 말을 잃은 소녀 승애를 치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항 자살 코드를 시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이 생기고,,, T는 그들의 죽음이 공리성으로부터 시작된 자살로 위장된 타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레스 구트,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이상을 따라 노인들의 행복한 죽음을 위해 시작된 최면술은 어느새 추악한 욕망의 수단이 되어간다. 고령화 사회를 다루고 있는 많은 콘텐츠들이 한목소리로 늘어나는 노인 때문에 피폐해지는 청년을 말한다. 일부 맞는 설정일 수도 있으나,,, 무자비하게 극단적인 설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T가 목도한 박련섬 할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따라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다소 판타지스러운 설정으로 빠르게 우리의 일상을 변하고 있는 현 세태를 극단적인 소재로 그려내고 있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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