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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평점 :
이번에 리뷰하는 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는 '심리학 박사의 전문지식을 십분 활용한 심리 스릴러의 정수'라는 소개 글에 이끌려 홀린 듯 읽게 된 책이다. 진실과 거짓, 상반된 단어를 결합하고 있는 맹세라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있는 '사건'의 의미는 무엇일까?! 쫀쫀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서사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긴다.
이제 곧 이웃이 될 이들의 유쾌한(?) 모임과 그중 어느 누군가의 불안한 시선을 마주한 화자 리케의 회상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조용한 동네를 뒤흔든 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자신과 상관없는 그저 주변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으면 다행이었을 테지만,,, 안타깝게 된 살해된 요르겐은 그녀의 불륜 상대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진실의 압박,,, 그녀는 과연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나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녀가 마주하게 될 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집에 들어오니, 아파트 안은 깜깜했어요. 나는 문을 닫고 그대로 기대섰어요. 머리 위로 요르겐의 발소리가 들렸어요.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으로 들어가더군요. 그 사람은 발걸음마저 단정했어요. 나는 어둠 속에 그대로 서 있었죠. 숨이 가쁘고 뜨거웠어요. 내 몸의 모든 세포가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어요." (p.101)
서로에 대해 너무나 많을 것을 공유하게 되는 네 가족. 조금의 문제도 없는 듯 일상을 이어가지만 한 발자국만 다가가도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작은 틈을 확인할 수 있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잠시 잠깐의 일탈로 이웃의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 화자 리케와 살인사건의 소용돌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족들에게 불륜 사실을 알려야 한다.
"위층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온통 고요하기만 하다.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불이 켜져 있었고, 요르겐은 내게 집에 있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내가 들르기를 바라냐고 그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 중략 -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앞에서 망설인다. 내가 너무 부담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가까운 사이처럼 굴고 있지는 않나? 이런 것이 이웃이라서 나쁜 점이다. 우리, 그러니까 요르겐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간의 필요. 분별력의 필요. 이웃인 것은 우리 두 사람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들 역시 이웃이다. " (p.39~41)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진실과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일어나는 리케의 집착! 우와~ 아주 살짝 늘어지는 전개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리케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불륜과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자극적이기보다는 화자와 처해진 상황에 동화되어 불안과 압박을 느낄 수 있는 데다가 마지막 반전까지~ 제대로 된 심리 스릴러다. 헬레네 플루드의 소설은 처음이었지만 첫 번째 소설 테라피스트가 궁금해지는 '사람의 내면을 치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라는 수식어를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