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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편집 후기 ㅣ 여름, 책
에밀리 헨리 지음, 이미정 옮김 / 윌북 / 2026년 8월
평점 :
여름휴가 시즌에 딱 맞춰 등장한 "여름 편집 후기" 적지 않은 두께와 깨알 같은 글씨가 촘촘하게 있는 책이었지만 등장인물에 대한 세심한 심리묘사와 저마다의 이유로 단단한 알 속에 있던 그들이 성장하는 스토리는 로맨스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간질간질함을 넘어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낸다.
여름 편집 후기와 처음 만난 작가 에밀리 헨리는 매해 여름 신작을 발표하는 작가라고 한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름을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하는 작가라는 설명에 괜스레 고개가 끄덕여지며 왠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서로가 만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서로에게 날을 세운 대화를 이어가는 두 주인공 편집자 찰리와 에이전트 노라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로맨스 소설의 정석 같은 시작과 다시 만나는 장면 또한 클리셰를 가득 담고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풀어가는 방식이 남다르다.
미리 정해진 체크리스트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노라. 그녀는 출판계 관계자들에게 상어로 불릴 정도로 유능한 에이전트지만 자신의 삶보다는 어린 동생 리비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리비와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균열을 메우기 위해 모든 일을 뒤로하고 리비가 제안한 긴 여행길에 오르기로 한다.
"스킨케어 10단계를 끝내고, 으스스한 추리 소설에 푹 빠져 다섯 챕터를 읽어나간다. 내 몸에 맞춘 듯이 완벽한 매트리스에 눕자, 그랜트나 그 인간이 텍사스에서 새로 시작할 인생 따위는 생각할 틈도 없이 잠에 빠져든다. 나는 아기처럼 곤히 잠이 든다. 아니, 얼음 여왕처럼 평온하게 잠에 든다고 해두자." (p.24)
노라가 담당하고 있는 약간은 까다롭고 소심한 작가 - 편집자 찰리와의 인연도 있고 - 더스티의 소설 평생의 단 한 번의 배경인 선샤인 폴스에 도착한 노라.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해 주기를 바라는 리비와 뉴욕의 에이전트 일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던 노라는 그녀들 사이에 생겨난 틈을 메울 수 없고,,,
알 수 없는 리비의 비밀에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던 노라 앞에 등장한 까칠한 찰리. 그들의 인연을 확인시키듯 코앞에 닥친 더스티의 신작 - 주인공이 노라와 닮아 있다 - 메마른 여자의 편집에 문제가 생기는데,,, 까칠하기만 했던 찰리는 노라의 구원투수가 되어 메마르기만 했던 그녀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네이딘은 즐기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인생의 목적은 즐기는 게 아니다. 네이딘이 생각하는 인생의 목적은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 남으려면 돈과 생존 본능이 필요하다." (p.96)
어찌 보면 로맨스 소설이 갖춰야 할 클리셰 - 앙숙 같은 주인공의 조우, 가족에 대한 무게, 서브남의 등장까지 - 가 가득 찬 책이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가는 전개가 마음에 드는 여름에 딱 맞는 로맨스 소설 여름 편집 후기였다.
"노라, 우리한테는 모든 순간이 하이라이트야. 찰리가 답장한다. 이루지 못해 가슴 아픈 꿈이겠지만 그 꿈이 좀 더 오랫동안 이어지게 내버려둔다." (p.426)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