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골든슬럼버와 마리아비틀로 익숙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신작 페퍼스 고스트는 그의 작가 생활 20년을 집대성한 특별한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읽었던 마리아비틀이 더 호감 가는 작품이었지만 500여 페이지의 벽돌 책임에도 처 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소설이었다. 중국 소설과 함께 읽고 있는데 확실히 나의 취향은 일본 소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

다른 사람의 비말에 접촉 - 코로나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시의적절한(?) 설정이 재미있다 - 하면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국어교사 단과 고지모(고양이를 지옥으로 보내는 모임) 회원들의 악행을 단죄하는 사냥꾼 러시안블루 와 아메리칸숏헤어가 우연한 사건으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설의 초반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단의 자신의 능력으로 알게 된 사건을 막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이야기와 단의 제자 후토마리코의 고지모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가 액자소설처럼 교차되지만 어느 순간 두 이야기는 단의 특별한 능력 비말 접촉 - 사건의 결정적 단 서를 얻기 위해 일부터 타인의 비말을 접촉하는 장면의 상상은 재미를 배가시키는 보너스다 ㅋㅋ - 에 의한 '선공개 영상'을 매개로 하나가 되어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걱정으로 가득 찬 러시안블루와 한없이 긍정적인 아메리칸숏헤어의 티키타카는 고지모 사냥꾼이라는 특별한 설정을 넘어 서로 다른 고양이 품종의 성격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물한다. 더불어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오로지 고지모를 단죄하기 위해 불도저처럼 움직이는 두 사냥꾼과 우연히 알게 된 사건에서 지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단의 소심한 행동까지 더해져 만화 같은 판타지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역시나 독특한 인물과 함께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사카 월드의 베스트앨범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표지 뒤쪽의 설명을 꼼꼼히 읽지 않고 무작정 직역으로 후추 유령만 찾다가 '퍼페스 고스트'가 홀로그램 무대 기법을 이르는 착시 기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사카 고타로의 치밀함에 감탄하며,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존재할 수 없는 세상사를 들여다 본다.

"니와노 씨는 마침내 죽었어요 바라던 대로요." 나루미 효코가 말했다. "모든 '그러했다'를 '우리는 그러길 바랐다'로 바꾸고 싶었던 거죠." (p.427)

"나루미 씨도 니체의 말을 인용하셨죠. '인생을 살며 영혼이 떨릴 만한 행복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그 때문만이라도 영원한 인생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라고요." (p.482)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페퍼스고스트 #이사카코타로 #소미미디어 #일본소설 #이사카월드 #작중작 #반전소설 #컬처블룸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초난난 -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말쯤인가 아무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음식으로 어루만져 주는 이야기를 담 은 오카와 이토의 힐링 소설 '달팽이 식당'을 읽었다. 달팽이 식당의 소소한 사연들은 오가와 이토가 힐링 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달팽이 식당만큼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기대하며 읽은 오가와 이토의 소설 초초난난.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이야기'라는 예쁜 부제를 달고 있지만 오랫동안 사귀던 연인과 헤어진 한 여자와 가정을 가진 남자의 다소 부적절한 연인 관계 - 물론, 일본 은 우리보다 훠~~얼씬 자유로운 관계를 허용하고 있지만... 예쁜 로맨스 소설로 포장하기엔 아쉽다 - 를 다루고 있는 로맨스 소설이다.

초초난난(ちょうちょうなんなん, 남녀가 서로 마음이 맞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모양) - 네이버 일어사전

하나의 우산 아래 남녀가 소곤소곤 속삭이는 모습의 표지와 딱 맞는 제목을 가진 소설이다. 끝을 알면서도 시작되는 사랑이라는 문장은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이 띁내 비밀을 드러내지 못할 것을 암시하고 있나 보다. 부적절한 관계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가와 이토 특유의 포근한 느낌으로 충만한 소설이다.

도쿄 시타마치의 모습이 남아있는 야나카라는 도시에서 앤티크 기모노 가게 히메마쓰야를 운영하고 있는 시오리가 신년 다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모노를 사러 온 하루이치로를 만나 서로에게 스며들듯 호감을 키워간다. 자극적이지 않은 따뜻한 로맨스이건만 아쉽게도 설정이 불륜인지라 읽는 내내 아쉽다는 마음을 지우기 어렵다.

"2인분의 불덩어리는 태양의 분신처럼 커다랗게 커다 랗게 부풀었다. 그 순간 문득 오층탑에서 동반 자살을 한 두 사람의 영혼을 상상했다. 몸과 몸, 마음과 마음, 영혼과 영혼, 인간의 가장 깊은 부분까지 녹아들어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행복일지 모르겠다. 언젠가 나와 하루이치로씨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하고 멍하니 생각했다. 이렇게 불의 힘을 빌려 영혼과 영혼을 이어 붙일 수 있다면 우리는 내내 함께 있을 수 있을 텐데. 눈앞의 불덩어리는 우리의 미래를 점치듯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p.242~243)

히메마쓰야의 시오리와 기린 같은 남자 하루이치로의 속삭이는 것 같은 사랑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아버지처럼 그녀를 다독이는 잇세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속삭이듯 관계를 이어가는 시오리의 성장기와 기모노, 음식, 축제 등 일본 문화 또한 색다른 읽을거리가 되어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찾아온 하루이치로와 봄.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 초초난난, 비밀을 간직한 연인이 다시 찾아온 봄에는 모두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랑을 시작할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오가와이토 #초초난난 #힐링소설 #일본소설 #컬처블룸 #서평단 #로맨스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백, 조각들. 치밀한 구성으로 독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미나토 가나에의 전작들이다. 작 가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굉장한 흡입력으로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매력적인 작가로 추리, 미스터리 장르를 선호하는 나 역시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번에 읽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모성'은 인간의 본성으로 치부되는 '모성'에 의문을 제기 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의문을 갖지 않았던 '모성'을 딸과 엄마의 시선으로 신랄하게 조명한다. 요즘 빈번하게 등장하는 '영아유기'와 같은 사건과 맞물리는 흥미로 운 주제다. '모성'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절대적인 본능이 될 수 없다는 씁쓸한 진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성'에 대한 믿음을 잃고 싶지 않은 처절함을 느끼게 된다.

엄마와 딸의 독백이 교차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모녀의 혼란을 담아내고 있다. 같은 사람이지만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로서의 마음과 엄마의 애정을 갈구하는 딸을 가진 엄마로서의 마음을 전한다. 엄마의 무한 애정을 갈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아이를 낳은 여자가 전부 엄마가 되는 건 아니에요
모성이란 게,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는 그냥 낳을 수 있으니까요.”

열일곱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추락하는 사건으로 시작된 이야기. 자살시도로 여겨지던 이 사건은 조사를 이어가면 갈수록 갈수록 소녀의 자살이 아닌 엄마의 살해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11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 모녀의 이야기는 영원히 비밀로 묻어두고 싶었던 특별한 모녀의 애증의 관계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기에 이른다.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딸을 사랑하는 엄마.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불러오기에 모자람이 없다. 지금까지 종교처럼 믿어왔던, 본능이라 여겼던 모성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지만 '불편한 진실'이라는 사실을 반박하기 어렵다. 모녀의 교차된 시선은 서로를 갈망하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상반된 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책장을 넘길수록 '모성으로 포장된 가식'이라는 출판사의 서평이 이해된다.

모녀의 관계에 대한 서사와 함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고부관계 또한 흥미롭다. 무조건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시모와 시모에게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순종하는 며느리 그리고 할머니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엄마를 지키기 위한 어린 딸의 고군분투. 죽을 만큼 =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모녀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관계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화가 예정되어 있는 작품이다. 모녀간의 아슬아슬하고 치밀한 애증의 서사가 어떻게 그려질는지 궁금해진다. 나의 모성은 본능일까, 가식일까,,,

"나는 내 아이에게 내가 엄마에게 바랐던 일을 해주고 싶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서 내 모든 걸 줄 생각이다. 하지만 '모든걸 바쳐서'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중략) 시간은 흘러간다. 흘러가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마음도 바뀌어 간다. 그럼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가 딸이며, 자신이 갈구했던 것을 자식에게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로 모성 아닐까." (p.302)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모성 #미나토가나에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일본소설 #리드리드출판 #컬처블룸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는 좀비 - 엄마가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할래? 생각학교 클클문고
차무진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비는 흉측한 모습의 살아있는 시체를 이르기도 하지만, 흉측한 모습보다는 좀비에게 물리면 같은 좀비가 되어버리는 전염성으로 말미암아 좀비가 주인공인 호러물은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호러물 보다 좀 더 끔찍한 상상을 하게된다. 그럼에도 부산행, 지금 우리학교이 흥행하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좀비호러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왜?! 끔찍하지만 물고 물리는 긴장감 덕분에 러닝타임내내 지루할 틈이 없으니까. ^^;;

떠오르는 Z세대 스릴러 작가 차영훈 작가의 코믹호러 소설 '엄마는 좀비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좀비가 되었다면'은 어느 날 갑자기 좀비가 되어버린 엄마를 되돌돌리기 위한 녹현이의 고군분투기다.

'가끔 엄마 없는 세상을 그려보는 1318들을 위한 코끝 찡한 코믹호러 이야기'라는 한 줄의 소개글에 눈길이 머문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건네는 엄마의 잔소리가 얼마나 지겨우면 - 나 또한 어릴적 엄마한테 야단을 맞을 때마다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보내놓곤 했다 - 엄마가 없는 세상을 꿈꿀까.. 웃프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지겨운건 세월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인가보다.

아빠의 외도로 말미암아 엄마와 단둘이 살게된 중학생 녹현이는 성실하게 학교에 다니지 않는 소심한 반항중이다. 녹현이 눈에도 아빠의 경제적 지원도 거부하고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엄마가 위태롭기만 하다. 아빠가 밉지만 엄마가 이제 그만 아빠를 용서하고 예전처럼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녹현이의 반항은 점점 더 거칠어져간다.

엄마와의 다툼 끝에 '이게 다 엄마 당신 때문이야!'라는 모진말까지 건넨 녹현. 엄마와 아빠가 화해를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던진 말이지만 마음이 좋지않다. 매번 먼저 녹현을 달래주던 엄마는 녹현에게 곁을 내어주지않고,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녹현이 엄마에게 화해하고 싶은 마음을 전하지만, 일상에 지쳐버린 엄마는 녹현이 내민 손을 뿌리치고 급기야 이성을 잃어버린 좀비가 되어 사랑해 마지않던 녹현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3학년 녹현이 아이같은 좀비로 변해버린 천하무적 슈퍼맨이었던 엄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의 진심을 알게되기까지 고되지만 의미있는 여정이 먹먹하게 이어진다.

좀비가 되어버린 엄마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녹현도 녹현이지만,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채 좀비가 되어버린 엄마의 모습에 '힘들게 키워놨더니 저 혼자 큰 줄안다'고 말씀 - 아이가 크면서 나도 예전의 엄마처럼 말하게 된다 ㅜㅜ - 하시던 엄마의 쓸쓸함이 투영된다. 그럼에도 내 아이가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세상의 모든 엄마들 화이팅!!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엄마는좀비#차무진#생각학교#코믹호러이야기#청소년소설#좀비사건#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극히 개인적인 편견이지만 ,, 이정도 분량의 소설책이라면 보통의 경우 문고판으로 제작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던터라, 조금 싱거운 생각으로 100페이지 남짓의 얇은 두께의 책이 양장본으로 제작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장르는 고르는 편이지만, 작가는 집착하는 편이 아니어서일까,,,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와 견주어지며 국제 문학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불리고 있는 작가임에도 이 책의 작가 클레어 키건이 익숙하지 않다. 리뷰하는 책의 두께만큼이나 얇은 나의 문학적 소양을 다시 한 번 마주한다. ^^;;

맡겨진 소녀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이자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말 없는 소녀"의 원작 소설로 2009년 출간된 소설이 국내 영화 개봉일정애 맞춰 출간된, 국내에 출간된 클레어 키건의 첫 번째 소설로 알려져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르기에는 너무 완벽히 준비(?)된 책이다. 아마도, 단편이지만 고급진 양장본으로 탄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 "

가난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진실한 애정과 제대로 된 돌봄을 나눠 줄 수 없었던 어린 소녀의 부모는 다섯 번째 아이의 출산을 앞둔 어느 여름,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먼 친척에게 그녀를 맡기고, 마치 부모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낯선 곳에 맡겨진 어린 소녀가 그들로부터 진심이 담긴 사랑을 나눠 받으면서 겪게 되는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동생의 출산을 앞둔 엄마는 귀찮은 물건을 맡기듯 소녀를 친적집에 맡긴다. 익숙한 가족들의 곁을 떠나 홀로 친적집에 맡겨졌다는 두려움도 잠시, 소녀는 그곳에서 형제들이 북적대는 집에서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아이의 말 못 할 실수도 자신의 잘못이라며 아이를 감싸고,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가족의 구성원이라 여길 수 있도록 매일 우편함까지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따뜻한 음식과 깨끗한 옷, 사랑이 가득 담긴 포옹으로 말미암아 소녀는 난생처음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 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친다. 아저씨가 팔로 나를 안아든다. 아저씨는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p.97)

어느 날 갑자기 홀로 낯선 곳에 남겨진 아이가 화자가 되어 풀어가는 이야기는 아이의 불안했던 마음이 자신에게 사랑을 전하는 이들의 곁에 남고 싶은 마음으로 변하는 과정을 진실되게 전한다. 따뜻한 감정의 교류는 없었지만 함께하던 가족과 떨어져 홀로 낯선 곳에 맡겨졌을 때의 불안함, 쫓겨나지 않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낯선 곳에서 필요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조급함까지 아이의 시선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작은 배려가,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온기를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친부가 아니지만 자신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눠줬던 킨셀라 아저씨를 진심으로 아빠라 부르며 품에 안기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마지막 장면 때문에 영화를 보러가고 싶어진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맡겨진소녀#클레어키건#허진#다산책방#영화원작소설#감동소설#가족소설#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말없는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