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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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김한민의 칼럼을 엮은 책이다. 생태. 기후위기에 대한 저자의 고민들을 탈인간이라는 단어로 해석해보며 우리에게 곧 다가올 미래인 기후위기를 조명해 본다. 비인간 동식물과의 긴밀한 연결이 곧 우리가 되는 길이며, 탈인간을 통해 새로운 우리의 발명을 저자는 말한다.

 

인류세를 받아들인다는 건 뭘까? 그것은 인류의 행동주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지구 차원의 생태 위기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해결 역량도 인정하는 것이다. (p.7)

 

인류세를 넘어 자본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우리의 기후위기는 어디까지 왔을까.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저자의 글들을 읽으니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일회용품 사용규제 철회가 이뤄져서 더 화가 난다. 우리나라만 역행하고 있는 걸까. 대선용일까.

 

과거에 인간중심이란 말이 긍정적 정서를 환기했다면, 이제 인간중심주의는 대개 경우 문명의 비판적인 맥락에서 쓰인다. 이제는 탈인간중심주의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 타자긍정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이 중심의 사고가 불러온 생태계의 파괴가 지구 곳곳에서 목격되는 지금, 이제 기후에 대응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 때의 대응 방식을 기후위기에 맞춰 해보자는 제안에서 저자가 느끼는 기후위기의 시급함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북극에서, 아마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나라에서 가뭄에 폭우에 폭염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그 무서움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가 되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 <탈인간 선언>이다.

 

우리가 먹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지구를 구할 순 없지만, 먹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 구하기란 아예 불가능하다.“ (p.102)

 

오늘날 21세기 한국에선 꿈같은 소리란, 이를테면 이런 세상을 바라는 것이다. 탈성장(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등 경제성장의 한계 요인을 인식하고 경제.사회 목표를 재설정하는 운동)을 내건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산업재해 사망이 0건이 되고, ‘잊혀진공공주거의 상상력을 복원해서 내 집 마련과 공급의 틀에 갇힌 주거 문제를 해결하며, 10년 안에 배기가스 배출 자동차를 퇴출한 다음 30년 귀엔 석탄. 가스.석유 의존도를 0으로 만들고(암스테르담은 이미 이행 중인 계획), 25억 개씩 쓰던 일회용컵 없이 음료를 마시고,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공장식 축산과 육식에 의존하지 않는 저렴하고 맛난 먹거리가 풍부한 세상...(p.159)

 

이대로 가면 꿈을 추구할 미래 자체가 없다는 진실을 밀레니얼들이 외칠 때 우리 꼰대들이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경청이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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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습지 - 어느 유곽의 110년
이수영 지음 / 학고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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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곽의 110

 

대구에 있던 일본 유곽 야에가키쵸를 본으로 만든 이야기이다. 1909년에 문을 연 야에가키쵸는 해방 후에도 이름 바꿔 내내 성매매 집결지였다. 110년이 지난 2019년에야 철거되었다. 부산, 원산, 인천, 서울, 평양, 군산 같은 도시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제강점기에 유곽이 만들어졌고 남한에선 성매매 집결지로 이어지다가 2010년이 훌쩍 넘어서야 하나씩 철거되었다. 이 책은 대구 유곽 야에가키초를 본으로 삼았지만 대구만이 아닌 한반도의 어느 유곽-성매매 집결지이야기이다. -들어가며

 

성매매 집결지는 결코 저절로 생겨나지 않았다. 유곽은 철도, 공장, 신사, 전쟁처럼 정성들여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다. 한반도 일본 이주자를 위한 교육, 토목, 위생, 수도 등 제반 시설을 위한 재정확보에 유곽사업은 요긴했다. 황금알을 낳는 유곽을 유치하기 위해 조선의 일본인들은 마을의 땅을 부동산으로 바꾸었다. 마을의 토성에는 일본의 신사가, 미나리꽝 습지에는 유곽과 공장이, 읍성 밖 갈대밭은 기차역이 되었다. (p.6)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에서 읽은 성매매 당사자의 이야기들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대구 유곽의 탄생에 일제의 촘촘한 계획이, 1909년에 세워진 유곽 (성매매 집결지) 110년이 지나도록 성황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자본주의 논리에서 성매매는 과연 누구의 배를 불렸을까.

 

저자를 따라가 본 발자취는 슬프고 아팠다. 책에 실린 당사자의 이야기를 읽으니 전에 읽은 책들과 겹쳐져 그녀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 겪은 일들이 지금 만연한 젠더 문제와 다르지 않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우리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고 감추고 싶은 그 공간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 공감이다. 우리는 공감함으로써 또 기억해야 함을 느낀다.

 

 

우리는 장소에 매여 있다. 장소는 공간적이라기보다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옆 사람들의 시선들이 교차하는 곳이다. 우린 그들의 시선에서 밀려나고 실패할까 봐 두렵다. 공부가, 싸움이, 초이스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인정받기 위해서다. 인정 투쟁에서 실패할 때, 그 시선들의 바깥으로 밀려날 때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생을 끝내기도 한다. 습지가 지옥이더라도 살아야 한다. (pp.148~149)

 

20196411. 기자들과 여성인권 활동가들, 업주들이 분홍습지에 모였다. 업소 60호 건물을 포클레인으로 부수며 철거공사가 시작됐다. 무너지는 건물을 배경으로 기자들은 110년 역사의 성매매집결지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한때 이 분홍습지에는 70여 성매매업소, 600여 명의 성 판매 여성이 살았다. (p.171)

 

이제 분홍습지는 없다. 없어졌다. 마땅히 없어져야 할 곳이라 없어진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짓기 위해 없어졌다. 아파트는 힘이 세다.

성매매집결지였던 전주 선미골, 아산 장미마을은 철거 후에 집결지의 폭력적 역사를 성찰하기 위해 기억장소와 아카이브, 여성소수자 센터를 운영한다.

이 도시는 분홍 습지를 기억하지 않기로 했다. 기억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습지는 더 낮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흩어져 스며들 것이다. 성구매자들은 어디선가 분홍 불빛을 안심하고 다시 켤 것이다. 망각은 힘이 세다. (pp.179~180)

 

창녀는 사건이다. 누군가를 특정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이름은 창녀가 사건이라는 것을 감춘다. 보이지 않게 한다. 혼자서는 절대 창녀가 될 수 없다. 성 구매자가 있어야만 창녀 사건을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성매매가 작동될 수 있게 하는 자본주의 장치들, 혐오와 배제라는 감금장치가 없다면 창녀 사건을 일어날 수 없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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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들 :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
앤디 필드 지음, 임승현 옮김 / 필로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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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만난 아홉 가지 평범한 만남을 따라가 본다. 우리 모두가 일상의 만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통해 서로를 더 잘 돌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책 <만남들>이다.

 

앤디 필드는 우리가 소홀하게 여겼던 일상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이로워하는

어린아이의 상태로 되돌려놓는다. 매우 매력적이며

사랑스러운 책이다.”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저자

 

다소 낯선 주제의 책을 만나 읽기 시작했다. 보통씨가 추천 했다구? 하면서.

6월에 만남이 생각이 났다. 길상사에 혼자 가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한성대 입구에서 내려서 길상사까지 가는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도착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여기가 맞나 두리번거리며 지도 앱을 보고 또 봤다. 더웠던 6월이었는데 길상사 경내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주었다.

 

마침 점심 공양 시간이었고 식권을 하나 샀는데 식당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앞서서 식권을 사신 분을 따라가려고 한 걸음 멈춰 섰더니 그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혼자 온 사람들끼리 점심 친구 하자고. 낯선 이와 밥을 먹는 것은 내키지 않았으나 그날은 왠지 모르게 그러자 했다. 같이 식권을 내고 비빔밥을 한 그릇씩 받아서 먹으며 스몰토크를 나눴다. 밥을 다 먹고 경내를 같이 걸으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손녀를 낳은 둘째 딸에게 가기 전에 개인 시간을 갖기 위해 여기에 왔고, 가끔 혼자 길상사에 온다, 남편은 대전에 있다, 최근 재혼한 친구는 남편이 부자다, 아이들 교육에 너무 올인하지 말라 등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가끔 그날의 점심 친구가 생각이 난다. 길상사에서 같이 공양을 하고 함께 걸었던 시간이 꿈처럼 느껴지면서 나도 누군가를 만나서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일까.

 

혼자 길을 나서는 일이 외롭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날 기회라는 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우리는 헤어질 때 다음에 또 우연히 만나자 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의 점심 친구를 만나러 길상사에 가야겠다.

 

적어도 잠시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세계가 된다.”

 

사람들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손을 잡았다. 본능적인 위로와 인간적인 접촉이었다. 깨어나면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가 평생 추구해 온 것과 같은 확신을 위해 손을 잡았다.”

 

붐비는 술집에서 자리에 앉아 이 책을 꺼내서 읽는 시늉을 하자. 그동안 여러분이 실제로 하는 일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화, 취객들의 논쟁, 어색한 데이트에서 오가는 이야기, 복잡한 음료 주문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 발휘하는 집중력으로 바 내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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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2 - 일상의 이면을 들추는 쓸모 있는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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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이 어떤 이면을 가지고 있는지 경제학자들이 밝힌 이론들을 통해 알아본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합리적인 결정들이 어떻게 그런 논리를 형성하게 되는지 알아보고, 그 합리적인 결정은 삶을 개선시키기도 혹은 악화시키기도 한다.

 

왜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할까?-일물일가의 법칙

 

결혼시장은 수요와 공급, 경쟁이 함께하는 시장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같은 시간에 같은 시장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상품의 가격은 같다는 것을 작용한다. 남녀성비의 불균형에서 오는 권력, 골드미스가 인기가 없는 이유, 피임약으로 인한 여러 변화, 남녀의 업무분담 등으로 인한 영향 등을 설명한다.

 

남녀의 업무분담을 설명할 때 애덤스미스의 핀공장을 예를 들었다. 핀 공장에서 근무하는 남녀가 결혼을 함으로써 여성이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는 것을 두고 남성들이 돈 버는 일을 잘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말이다. 그들은 가사를 돌보는 일을 돈 버는 일보다 못하기 때문에 돈을 벌게 된 것뿐이다.”라는 말에는 수긍이 가지 않았다. 이 말로 다 설명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2008년에 나온 초판 책을 2023년에 읽으며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빈둥대는 상사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가?-토너먼트 이론

뒷통수를 치는 동료, 바보 같은 상사는 하루종일 어슬렁대는데도 거액의 연봉을 받는지, 재능은 보상받지 못하는 건지, 여러 불합리한 상황들이 모두 합리적인 현상에 의해 발생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합리적이라는 것이 결코 훌륭하다라는 의미는 지니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모든 일뒤에 감춰진 논리가 씁쓸함을 준다. 회사에서 토너먼트로 성과를 낸다면 이 얼마나 무서운가.

 

사장의 임금은 사장에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부사장에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p.198)

 

이상한 후보가 당선되는 이유-정치와 선택

유권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공부하지는 않음을 합리적 무지로 설명한다. 소수의 이익이 다수의 이익보다 크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합리적인 정치의 이상한 논리에 소수에게 다수가 이용당한다. 이상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우리는 단결되지 않았고, 누군가는 다수를 위한 행동을 했을거라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안일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나는 어떤 정치를 원하고 선택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지점이다.

 

얻을 게 많은 소수의 시민들은 잃을 게 거의 없는 수백만명의 시민들보다 휠씬 열심히 싸우고, 운동하고, 로비를 펼친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이면을 보게되어 흥미로운 책이다. 최신의 경제경영책들이 출판되는 지금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은 경제가 차갑고 논리적이라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삶을 설명하는 경제학 콘서트를 함께 들어보자.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세계는 사랑이나 증오 등의 감정이 결핍된 곳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고, 그런 합리적 선택으로 생활 속 미스터리들을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세상은 바로 그런 곳이다.”

 

당신의 일상과 가장 가깝다고 느껴졌던 경제학 이론을 하나 뽑는다면?

정치와 선택-이상한 후보가 당선되는 이유-지금의 이야기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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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스위치 - 최신 과학으로 읽는 후성유전의 신비
장연규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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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살아라는 옛말이다. 타고난 유전자만으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무수히 많다면? 그 궁금증을 파헤쳐보는 후성유전학의 세계 <유전자 스위치>이다. 좀 어렵지만 읽다 보면 재미있어지는 신비로운 후성유전학의 세계이다.

 

후성유전은 우리몸을 구성하는 체세포에 새겨진 후성유전적 변화가 모세포에서 딸세포로 전달되는 세포간 유전을 말한다. 생식세포에 새겨진 후성유전적 정보는 세대간에 유전되기도 한다. DNA가 아닌 후성유전 조절 시스템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후성유전학이 기존의 유전학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음식, 약물, 화학 물질등의 환경 요인은 생식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에 후성유전 변화를 새긴다는 사실을 초파리나 설치류를 통한 연구로 알게 되었고, 세포에 새겨진 후성유전적 변화는 개체의 형질 변화를 일으키며, 특히 생식세포에 새겨진 후성유전적 변화는 자손에게 대물림된다. 또한 유아기에 겪은 경험으로 생긴 후성유전적 변화는 뇌에 각인되며, 생식세포에 생긴 변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손에게 유전된다. 인간의 경험이 뇌에 각인된다는 것은 사춘기 이전의 성장 환경과 교육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일란성 쌍생아는 DNA가 같아도 다른 형질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똑같은 DNA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발생 과정의 후성유전적 변화로 태어나는 순간부터도 형질이 완전히 같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것도 후성유전적 변화로 인해 쌍둥이의 형질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쌍생아의 형질의 차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성장 과정에서 경험하는 일상이나 노출되는 환경에 따라 형질 차이가 점점 커지는데 이는 후성유전적 변화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쌍둥이는 어렸을 때보다 나이가 들수록 구별하기가 쉬워진다.

 

후성유전은 유전자가 같아도 선택과 노력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학문이다. 태어난대로 살아진다면 다소 억울하게 느껴지는데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하니 좀 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유아기의 아이의 양육환경이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에서 더 책임감이 느껴졌다. 개인의 노력뿐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과 올바른 양육환경을 위한 부모교육도 절실하게 생각된다.

 

최근 <소년을 읽다> 책모임 중 청소년의 폭력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원인이 뭘까 고민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물론 원인은 한가지가 아니겠지만 입시위주의 경쟁적인 시스템과 스트레스의 과중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후성유전학을 읽으니 어떤 후성유전적 정보가 우리의 DNA에 새겨져 세대를 거쳐 유전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후성유전학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이지 않을까. 서로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지금, 이 책이 주는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후성유전학이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기 위한 학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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