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 삶의 벼랑 끝에서 침묵을 택한 어느 은둔자의 이야기
피코 아이어 지음, 최지숙 옮김 / 서사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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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할 여지가 없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어쩌면 우리 중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믿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불확실성 앞에서 나는 언제나 확실한 것만을 선택하려 했다.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길을 고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며 살아왔다. 그것은 신중함이라 믿었지만, 어쩌면 불확실성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나만의 예방책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다괜찮아질겁니다 #피코아이어 #최지숙_옮김 #서사원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는 피코 아이어가 32년 동안 수도원을 오가며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다. 집은 산불로 잿더미가 되었고, 사랑하는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으며, 딸은 암 진단을 받았다. 삶이 가장 가혹한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그는 수도원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은 위로나 해답을 얻는 장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외면해 왔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공간이었다.


"때로는 이곳에서의 삶이 더 격렬할 수도 있어요. 모든 갈등이 내면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이죠."

이 책이 말하는 침묵은 세상을 등지는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세상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올바른 균형을 되찾을 뿐이다."라는 문장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삶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다. 수도원은 세상을 떠나는 곳이 아니라,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힘을 기르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래서 '믿음'이라는 단어는 늘 나와 조금 거리가 있는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믿음을 신에게 향하는 마음이 아니라,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끝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하나의 확신으로 다시 바라보게 했다.

그 문장을 읽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믿음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사실 요즘 아침에 눈을 뜰 때면 문득 '왜 살지?'라는 질문이 떠오르곤 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섣불리 답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 질문을 품고 살아가야한다는 걸 깨닫는다.


가끔 도심 속 사찰을 찾는다. 특별한 기도를 하기 위해서도, 답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걷고 잠시 머물다 돌아오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시간을 왜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그곳에서 찾고 있었던 것은 대답이 아니라, 세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침묵의 시간이었음을.

돌아오는 주말에도 나는 아마 사찰을 찾을 것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비워두기 위해.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믿음이 무엇인지, 조용히 귀 기울여 보기 위해.


📖 이 책은 '결국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쉽게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질문 하나를 건넨다.


'당신을 끝내 살아가게 하는 믿음은 무엇인가.'


삶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끝내 살아가게 하는 믿음이 무엇인지 묻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seosa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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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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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캐나다로 대학 유학을 떠난 딸과 브라질에 남은 엄마.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매일 밤 켜지는 스카이프 화면이다. 함께 마시던 커피와 따뜻한 치킨 수프를 대신하는 것은 노트북이 내뿜는 푸른 빛 뿐이지만, 그 빛은 물리적인 거리를 조금씩 지워낸다. 이 소설은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엄마와 딸이 서로의 하루를 견디고,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놀라울 만큼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푸른빛이내리는시간 #브루나단타스로바토 #김보람_옮김 #다산책방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엄마한테 약속하지?", "나는 점점 더 나다워 지고 있어.", "우리 딸이랑 진짜로 떨어진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어." 작품 속 문장들은 거창한 사랑의 고백이 아니다. 서로를 걱정하고, 믿고, 기다리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시간들이다. 손톱이 자라고 다시 깎이는 시간, 프라이팬에서 달걀이 익는 소리,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작가는 거대한 사건 대신 사소한 일상으로 사랑의 깊이를 증명한다.


이 소설은 자녀의 독립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부모의 독립을 함께 말한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 어쩌면 독립이란 서로를 놓아주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믿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을 조금 삐딱한 마음으로 읽었다. 기억 속에서 엄마로부터 한 번도 따뜻한 포옹을 받아본 적 없는 K장녀인 내게 이 소설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다. 정말 이런 모녀가 있을까, 내 이야기는 왜 이렇지 않을까. 아름다울수록 현실과 멀게 느껴졌고, 그만큼 부러운 마음도 컸다.


그럼에도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이 그려낸 엄마와 딸의 애틋함은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나에게 없는 사랑이라서 낯설었을 뿐, 누군가에게는 분명 현실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자 자연스럽게 내 엄마가 떠올랐다. 소설 속 치킨 수프처럼 나에게도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들이 있다. 없는 살림에도 먹성좋은 삼 남매를 먹이느라 애쓰던 엄마의 밥상이다. 다정한 말 한마디보다 배불리 먹이는 것이 먼저였던 사람. 그때는 왜 그렇게 무뚝뚝한 엄마라고만 생각했을까. 이제 와 돌아보니 사랑을 표현할 여유보다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더 절박했던 시간이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니 엄마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모마저 떠난 뒤에는 더욱 그렇다.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촌 언니들과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엄마와 이모를 다시 불러낸다. 기억을 나누는 일은 떠난 사람을 다시 살아오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삶의 흔적을 더듬으며 지금의 나를 이해하게 된다.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후회였다. 

'엄마도 그랬을까.'

나는 왜 늘 바쁘다는 이유로 전화를 미뤘을까. 왜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당연하게 여겼을까. 아이를 낳고 키워 성인이 된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지금에서야 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소설은 내게 엄마를 이해하게 하는 이야기이자, 딸이었던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작품을 읽는 내내 나를 감싼 것은 노트북 화면의 푸른 빛보다 엄마라는 존재의 온기였다. 몸은 멀어질 수 있어도 마음은 끝내 함께 머문다는 것. 사랑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매일의 안부와 기다림, 함께 먹었던 음식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는 것을 이 소설은 조용히 전한다. 

200여 페이지 남짓 한 이야기지만 그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마음이 먹먹한 이유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딸에게, 그리고 모든 엄마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이키다서평단 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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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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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우리는 왜 소설을 읽을까.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일까.


#바다여인의선물 #데니스존슨 #김승욱_옮김 #다산책방


『기차의 꿈』과 『예수의 아들』로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데니스 존슨.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두 차례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평단과 독자의 찬사를 받은 그는 2017년 간암으로 투병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원고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 완성한 마지막 소설집이 바로 이 책이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며 남긴 말은 단 한 문장.


"그 무엇도 건드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그 말은 어쩌면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소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삶과 죽음이 뒤섞인 기묘한 순간들을 무심한 얼굴로 바라본다. 알코올중독자, 노작가, 기억이 흐려진 사람들, 삶의 끝자락에 선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그들을 동정하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 작가는 인물들의 모습 속에 자기 자신을 투영했는지도 모른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삶을 되돌아보며 느꼈던 회한과 기억들이 인물들의 면면마다 깊숙이 배어 있다


"이제는 내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잠시 책을 덮었다. 살아온 시간이 앞으로의 시간보다 많아지는 어느 시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갈까.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알츠하이머로 기억과 정체성을 잃어가는 리즈가 오직 한 사람, 링크만은 기억하는 모습이었다. 미래도 과거도 사라진 세계에서 끝내 남는 것은 거창한 업적이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친절하지 않다. 이야기는 갑자기 튀고, 설명은 생략되며, 장면들은 꿈처럼 이어진다. 처음에는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복잡한 생각들이 아무런 순서 없이 떠오르는 것처럼.


그래서 한 번 읽어서는 쉽게 붙잡히지 않았다. 의미를 찾으려 애쓸수록 더 멀어졌고, 오히려 의미를 내려놓았을 때 문장들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미국식 유머가 불쑥 고개를 내미는 순간들이 있다. 피식 웃다가도 곧 삶의 허탈함과 마주하게 된다. 웃음과 허무가 함께 존재하는 이 묘한 균형이 데니스 존슨만의 문체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은 결국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조용한 메시지처럼 읽혔다. 무엇도 건드리지 말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더 잘 살아라", "다정하게 살아라" 같은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기억은 희미해지며, 죽음은 늘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냉정함이 오히려 삶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몇 번이고 문장을 곱씹으며 읽어야 했고, 아마 10년 뒤 다시 펼치면 또 다른 문장 앞에서 오래 멈춰 설 것 같다.


무엇보다 이 한 권을 덮고 나니 『예수의 아들』과 『기차의 꿈』을 비롯한 데니스 존슨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한 작가의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것. 타인의 삶을 따라가다 결국에는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좋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소설이었다.


#이키다서평단 으로 함께 읽었습니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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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이명숙.이서원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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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에서 40년간 관계의 끝을 마주해 온 이명숙 변호사와, 다친 마음을 봉합해 온 이서원 상담가가 하나의 사건을 두 개의 시선으로 기록한 책.

#오늘도가정법원에서인생을배웁니다 #이명숙 #이서원 #마디북


책 속에 펼쳐진 이야기들은 ‘설마 진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충격적인 실제 사건들이었다.


*헤어진 아내를 소송 기간 6년, 그 후 10년 동안이나 쫓아다니며 통제하려 한 남편의 무서운 집착.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범죄였다.

*평생의 폭력을 견디다 "영감 죽기 전에 이혼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던 정 할머니. 1심에서 승소했지만 판결 확정 딱 2시간 전 남편이 숨을 거두며 소송은 무효가 되고 '사별'로 정리되는 냉정한 현실.


읽을수록 사람 사이에 당연히 있어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신뢰가 결여된 민낯을 보게 되어 마음이 참 무거웠다.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도 당당한 이들 앞에서, 정작 피해자가 숨죽여 눈물 흘리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라게 된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며 너무 화가 나 책을 몇 번이나 덮었는지 모른다. 무더운 날씨에 속까지 타들어가 시원한 빙수가 절실해지는 '분노 유발자들의 총집합' 같은 책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묵묵히 내 곁을 지켜준 배우자에게 새삼스레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새가 만 번의 날갯짓을 거쳐 마침내 올바르게 날아가듯,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참 많다는 숙제를 안겨주는 책이다. 차가운 법의 테두리를 넘어, 결국 사람이 사람을 진심으로 돌보고 품어주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아직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저자의 말을 정말 간절히 믿고 싶어지니까.


💬 "사건에서 이겼다고 삶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이긴 사람이든 진 사람이든, 수많은 마음의 생채기를 안고 삶을 지속해야 한다. 그것이 법 너머에 존재하는 생생한 삶의 자리다."


#미친북벤 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thing_book

@sympa03 

@hyejin_bookangel

@mydear__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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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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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은 말하지 않는다? 역사상 가장 귀여운 반론!


“모여라~ 치지지지! 뱀이다~ 츠르르르르-🐍 매가 나타났다 삐삐삐!”


지금 제가 무슨 외계어를 하는 거냐고요?  이건 오늘 아침 우리 동네 아파트 화단에서, 혹은 지난 주말 이름 모를 숲속에서 박새들이 진짜로 주고받은 대화랍니다!


 #나에게는새의말이들린다 #스즈키도시타카 #오팬하우스 #모모


그동안 찰스 다윈을 비롯한 위대한 과학자들은 “동물의 울음소리는 그저 단순한 감정 표현일 뿐!”이라며 코방귀를 뀌어왔다.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 유일무이하고 특별한 존재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스즈키 도시타카 교수는 그 오만한 인류를 향해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라며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진다.


20년간 숲속에서 박새들과 동고동락하며 세계 최초로 ‘동물 언어학’을 창시한 저자의 연구 스토리는 그야말로 한 편의 유쾌한 모험 다큐멘터리 같다. 박새들이 무더기 먹이를 발견하면 타종까지 불러 모으려고 ‘치지지지(모여라!)’하고 울고, 둥지에 뱀이 나타나면 새끼들을 대피시키려고 ‘츠르르르르(뱀이다!)’하고 울부짖는다고 한다. 소름 돋는 건 이 소리들을 조합해서 문장(경계해+모여라 = 삐-쯔비.치지지지)까지 만들어 쓴다는 사실! 🤯 이 발견으로 전 세계 동물학계가 충격에 빠져 《네이처》, 《사이언스》에 논문이 실렸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 빵 터진 포인트. 🤭 무의식중에 자기가 연구하는 대상을 닮아간다는 ‘연구자 외모 싱크로율 법칙’! 박쥐 연구자는 박쥐처럼 행동하고, 침팬지 연구자는 침팬지를, 사마귀를 연구하면 사마귀를 닮아간다고. 저자 본인도 주변에서 박새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현재 관련 자료를 진지하게 수집 중이시라는데 너무 귀여우신 거 아닌가요? 칠판 낙서 같은 유쾌한 친필 일러스트도 책 곳곳에 가득!🎨)


사실 새와 인간의 조상은 약 3억 년 전에 이미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유사한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화시켜 왔다는 게 소름 돋는 지점이다. 인간의 언어나 박새의 언어나, 거대한 지구 생태계 안에서는 그저 수많은 동물 언어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한없이 겸손해진다. 


책 뒤에 있는 QR코드로 실제 박새 울음소리를 몇 번이나 돌려 듣고 숲길을 걸어봤는데, 세상에... 늘 배경음악처럼 흘려듣던 새소리 중에 박새 목소리가 ‘또렷하게’ 제 귀에 꽂히는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 🎧


요즘 모르는 게 있으면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AI한테 물어보면 3초 만에 답이 나온다. 하지만 AI가 결코 줄 수 없는 딱 한 가지가 바로 내가 몸으로 부딪쳐 얻는 ‘경험’과 ‘새로운 깨달음’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우리 집 고양이도 매일 아침 나를 향해 “밥 내놔라”, “문 열어라” 하며 눈빛과 울음소리로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었는데, 내가 눈치가 없어서 인간 중심적으로만 생각했던 것. 😂


지루하고 딱딱한 과학 책은 가라! 친절하고 위트 넘치는 길잡이와 함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의 언어를 배워보는 시간. 이번 주말엔 이어폰을 잠시 빼고, 우리 주변의 작은 날개 달린 친구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여러분도 새들과 인사 나누다가 날개가 돋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실지도! 🕊️✨


#이키다서평단 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ofanhouse.official

@momo.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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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언어를 지닌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에게는 인간의 언어가 있듯 박새에게는 박새의 언어가 있다. 진화학적으로는 인간의 언어도 박새의 언어도 동물 언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게 옳을 것이다. 

어떤 조건에서 단어가 진화했는가, 어떤 조건에서 문법이 진화했는가 하는 생물 진화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을 포함한 복수의 동물 종을 비교함으로써 비로소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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