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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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은 무엇이며, 마음을 사로잡는 기획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대학내일 인사이트전략본부 본부장, 국내 주요 대기업에 트렌드 리서치 및 영타깃 전략을 제시하는 기획자로서 다양한 공공기관과 함께 청년정책 관련 자문을 해온 저자는 2022년 대한민국마케팅대상 개인 부문 한국의 마케터를 수상했다. KBS라디오 성공예감에서 ‘MZ트렌드에 출연 중이며 다수의 대학에서 기획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책날개 작가소개 발췌>

 

기획은 한마디로 인간의 마음은 언제 움직이는가.”를 알아채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런 기획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획자로 살아남기 위해 소장해야 할 단어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실무 사전 - 알 듯 말 듯 헷갈리는 실무 용어 다듬기

트렌드, 케이스 스터디, 문제정의, 인사이트,

콘셉트, 직관, 공감, 로그라인, 레이어,

페르소나, 이종교배

 

도구 사전 - 기획자의 강력한 무기가 되는 도구 설명서

필기구, 기록, 데이터, 언어, 편지, 수집,

루틴, 취향, 여행, 일기

 

태도 사전 좋은 기획을 만드는 마음가짐에 관하여

등속, 의심, 역치, 호기심, 크리에이티브,

객관화, 성장, 각오

 

기획자란 무엇인가를 읽어나가면서 일에 대한 고민과 함께 다양한 실례를 들어 설명해 기획자가 아닌 내게도 도움 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보라는 게 아닌 나만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위해 시야를 넓힐 것, 즉 기획에 대한 자기만의 관점은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자격이라는 점.

또한 라는 편견은 방해가 된다는 것. 내가 가진 생각이 소수일 수 있다는 것을 언제나 유념할 것, 이에 덧붙여 MBTI로 인간을 단순하게 분류하여 일반화하지 말 것 등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들이었다. 기획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도 와닿는 문장이었다. 이래서 내가 마케팅에 휩쓸려서 정신 못 차리는구나 싶었던 부분.

 

, 이제 내 기획이 필요한 단 한 사람을 떠올려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획 같은 건 애당초 없다. 다만 그 한 사람을 철저히 만족시킨다.”

 

이렇게 작정하고 덤비는데 안 넘어갈 수가!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기획자에게도 힘든 순간은 많다. 실패를 거듭하기도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계속 수정 요청이 들어올 수도 있다. 결과를 내는 일인 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견디며 계속 하는 힘이 기획자에게 가장 필요한 에너지이고 저자는 이를 마음의 등속이라 표현한다.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닌 그럼에도 꾸준히 하는 능력이 기획자의 재능이라는 것에 마음이 착하고 가라앉는다. 기획뿐이 아니라 무엇이든 그럼에도 하려는 마음이 태도 사전에 들어있다.

 

삶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저자의 태도에 밑줄 그어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어쩌면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들이 하나하나 삶의 기획임을 느끼게 된다.

 

, 오랜 기간 기획자로서 일한 그는 실망스러운 평가를 두려워하는 후배들에게 자주 젓가락을 선물한다고 한다. 저전거를 배울 때는 어렵지만 막상 익숙해지고 나면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거나 딴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젓가락질도 그렇다는 것. 배울 땐 고민되었던 것들이 어느새 몸에 익숙해져서 손에 붙은 듯 하지 않은가. 후배들에게 성장의 밑절미가 되어 습관화된 지식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젓가락을 선물한다고 한다.

 

@suobooks 수오서재에서 도서를 보내주셨습니다.

 

#기획자의사전 #정은우 #수오서재 #경제경영 #마케팅 #브랜드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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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동남아 - 24가지 요리로 배우는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현시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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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맛보는 다문화 체험을 목적으로 저자는 15년간 타지 생활을 하면서 동남아시아 친구들과 만들어 먹었던 가정식, 현지 조사 및 출장 때 반드시 찾았던 음식들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개 된 음식은 저자가 직접 먹거나 만들어 본 것이고, 되도록 한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정했다고 한다.

 

-차례

1. 개성이 담뿍 담긴 천연의 맛: 샐러드 이야기

2. 이주민의 애환이 담긴 고향의 맛: 국수 이야기

3.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는 아시아의 맛: 볶음밥 이야기

4. 세계를 사로잡은 소스와 향신료의 맛: 한 그릇 요리 이야기

5. 아시아를 닮은 행복의 맛: 디저트 이야기

 

다양한 음식들의 소개 중 각 나라들이 음식의 종주국 논쟁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원조를 둘러싼 나씨고렝 종주국 논쟁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사이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사이에 잊을 만하면 재점화하는 김치 논쟁처럼 말이다.

 

원래 하나였던 문화권이 제국주의로 인해 분리되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중국 남부에서 시작된 볶음밥을 화교와 화인들이 동남아시아로 가져왔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면서 나씨고렝의 현지화 과정에는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동남아시아의 국경선이 분명해졌고 무한 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브랜드 파워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되어 음식은 그 나라를 상징하는 소프트 파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소프트 파워인 음식이 주목받으면서 비슷한 음식을 공유하는 문화권 내에서 고유성문제가 제기되었고 이것이 종주국 논쟁으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식 나씨고렝이 더 전통적인지 말레이시아 식이 더 진짜에 가까운지 말이다.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서 어떤 것이 진짜 나씨고렝인지가 아니라 이런 질문 자체에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하고 묻는다. (p.141~151 발췌)

 

한 나라, 혹은 한 공동체의 음식은 그들이 속한 사회, 경제, 정치, 문화,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음식 문화는 해당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상징이다. 그렇기에 음식과 사람, 그들이 속한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어떤 음식의 기원과 종주국을 가려내는 일보다 중요하다. (p.226)

 

19세기 후반 영국 통치하에 산업화를 경험한 미얀마에서 모힝가는 노동자 계급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2차 세계 대전과 일본 점령을 겪고 1948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동안 대중화되었다고 본다. 워낙 사랑을 받은 탓에 196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민간 영역 활동을 강력히 통제했지만, 모힝가 식당과 제조업체들은 허가를 내주어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모힝가는 메기 같은 민물 생선을 끓여낸 육수에 레몬그라스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를 넣고 맛을 낸 뒤 쌀국수를 넣어 만든 요리다. 뜨거운 국물 요리 모힝가는 미얀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그리고 가장 많이 찾는 아침 식사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음식이고 집에서도 만들어 먹기도 한다. 19세기까지는 요리책에서 찾아 볼 수 없던 서민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미얀마에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5대 음식 중에 하나로 명실상부한 미얀마 국민 음식이 되었다. (p.222~224 발췌)

 

군부 쿠데타로 인한 독재와 내전으로 무고한 희생을 치르고 경제 위기로 나라 전체가 휘청 거렸던 미얀마. 그런 미얀마 사람들의 속을 채웠던 소박한 음식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책 속 많은 아시아의 음식들이 훌륭하고 맛있어 보이고 그들 나라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는데 미얀마에 이르러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민주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음식을 보면서 ‘12.3 내란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저자는 말한다. ‘어쩌면 그들의 음식에 대한 이해가 궁극적으로 그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미얀마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음식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그들의 민주화 노력이 결실을 보는 데 끊임없는 지지를 보내는 원동력이 되듯이 말이다.’(p.227) 정치적 위기와 경제 위기에 가려진 미얀마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그들의 음식인 모힝가를 그들의 나라의 거리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만약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우리도 우리의 일상이 점거된 채 알려지지 않고 차단된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음식을 먹어야 사람은 산다. 살아야 음식을 먹고 음식은 곧 그 사람의 삶이 된다. 그런 개인의 삶이 모여서 사회가 되고 문화가 되듯 우리의 민주주의로의 문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hanibook 한겨레출판사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미식동남아 #현시내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역사 #아시아사 #요리로배우는동남아시아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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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유진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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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로 탄생한 무민은 2025년이면 80년이 된다. 어린이 동화책의 고전이라 불리는 무민 시리즈를 원작에 바탕을 두어 각색한 무민 골짜기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을 만나봤다.

 

매년 11월부터 4월이면 겨울잠을 자는 무민 가족. 겨울 잠을 자던 어느 날 무민은 햇살에 그만 눈이 반짝 떠지고 난생 처음 겨울을 만나게 된다. 엄마 아빠는 모두 겨울잠에서 깨지 않고 혼자서 처음 만나는 겨울은 낯설고 춥기만 한데...

 

무민이 좋아했던 푸르른 나무는 사라지고 눈 덮인 하얀 세상이다. 마치 다른 세계로 여행을 온 듯 신기한 가운데 겨울잠을 자지 않는 친구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도록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맛있는 잼 창고를 개방하여 함께 음식을 나누고 사라진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우정이 싹튼다. 어쩌면 북방의 핀란드라는 추운 겨울 나라에선 추위를 피해 온 손님을 이렇게 대접했겠구나 하고 헤아려본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피하도록 대문을 열고 몸을 녹일 달콤한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의 온기를 더했을 것이다. 그림책으로 만난 무민 역시 그러하고.

 

생생한 캐릭터들과 다양한 사건들로 깜짝 놀라게도 하지만 어느새 다시 겨울잠을 자는 무민을 보며 낙천적인 성격이 참 부러웠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처음 만나고도 결국엔 겨울도 참 좋아하게 되는 그 마음이 나는 부러웠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그 나름의 좋음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세상에는 무엇이든 처음이 있고 다름이 꼭 틀리거나 나쁘지만은 않으니까. 동화 세상의 무민을 만나 더욱 따스한 연말이 되었고 자칫 폭력의 시대로 갈 뻔한 시간을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한 오늘이다.

 

@jakkajungsin 작가정신출판사의 작정단13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무민골짜기와무민의첫겨울 #토베얀손 #이유진 #어린이작가정신 #작정단 #작정단13#그림책 #무민골짜기시리즈 #새로운세계로의모험 #어린이책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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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디즈니 로얄 클래식
릴리 머레이 지음, 한소영 옮김 / 반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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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디선가 “Let’it go~”를 들으면 그때 그 마음으로 아이들은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른다. 그해 겨울 소녀들의 마음에 토네이도급 얼음 바람을 몰고 왔던 <겨울 왕국>을 아름다운 장정의 그림책으로 만나봤다. 은은한 보랏빛 바탕에 마치 얼음 조각 같은 은박이 입체적으로 캐릭터들을 그려내어 표지부터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인어공주>를 극장에서 보고 한동안 내 마음에 담았다면 내 아이들은 단연코 <Frozen>이고, 애니메이션을 몇 번을 봤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깨에 두르기만 하면 엘사가 되었고 어디든 닫힌 문 앞에서는 “Do you wanna build a snowman?”을 부르며 노크를 했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목청껏 부르던 그 노래들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할 정도이니. 그만큼 아이들의 머릿속에 엘사, 안나, 올라프는 깊이 자리했고 그 시절을 지켜본 나로서 이 책은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Frozen>은 작업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만 70명 이상이었고, 모두 합하면 대략 600~650명이 함께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노르웨이와 와이오밍 주의 잭슨홀에서 실제로 현장을 경험하고 리서치하여 완성된 작품이다. 책에 소개된 애니메이터들 중 한국인의 이름도 여럿 보여 또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에 여러 사람이 살을 붙이고 보태서 오래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계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Frozen>의 작품 스케치들을 볼 수 있어 더없이 소중한 그림책이다. 책을 보자마자 기쁨에 탄성을 지르며 내 손에서 낚아채 간 큰아이는 소중히 대하라 엄히 명했다.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도, 지금 처음 엘사를 만나는 아이에게도 더없이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책임은 분명하다.

 

책 머리에 소개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리사 킨은 꿈꿨던 장면이 커다란 스크린을 채우는 영화가 되는 환상적인 일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것은 바로 꿈꾸는 것이 동화만큼이나 마법 같은 일이라는 것이었답니다.”라고 말한다. 동화를 영화로 만드는 가슴 뛰는 작업으로 우리 모두에게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이 이야기를 모두 만나보길 권한다.

 

#나예서평단 으로 반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nayeh @barn_publisher

 

#프로즌 #릴리머레이 #반출판사 #겨울왕국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선물 #엘사 #올라프 #안나 #그림책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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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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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다. 거기에는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p.9)

 

뱉지 못한 말들이 글이 되었음을 고백하는 작가는 어딘가 모난 구석이 있다. 그 모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마음속에 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감추고자 어떤 척, 나이에 맞는 어른인 척을 연기하며 살아야 하는 나 역시 그러하다. 모남을 그냥 두지 않고 그것에서 또 세상을 견디는 힘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임지은이라는 작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람, 누군가에게 먼저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람이 골고루 섞여 있는 게 세상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찔리기도 또 보듬어지기도 한다. 어떤 순간에도 볕이 드는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가는 개를 보면서 깨닫기도, 화가 나서 소리치는 이에게 선뜻 내민 탱크보이가 그 순간을 무뎌지게도 하는 것. 세상은 이렇듯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낮 동안의 열기가 무색하리만큼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러나 내가 사람들에게 배워온 것 또한 그 밤의 바람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당황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서로의 무언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p.208)

 

에세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나 자신의 이럴 수밖에 없음에 대해 쓴 글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반듯하게 자로 잰 듯이 굴러가는 건 실제로는 없으니 이럴 수밖에 없는 것들은 차고 넘친다.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고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찼다면 어쩌면 우리는 글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 때, 절망 앞에 놓일 때 나를 다시 일으켜주는 것은 글이었고 그것이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서 기인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12월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시간에 멈춰있는 나를 지금으로 가만히 불러본다.

 

오은 시인의 추천사는 이 책을 완벽하게 소개한다.

삶은 기쁨과 슬픔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혼탁한 혼탕이다. 그 혼탕에 몸 담그며 임지은이 발견한 것은 낙차다. 낙차는 높낮이나 시간, 수준 등의 차이로 나를 일깨운다. 성찰 이후에 생생해지는 것은 어김없이 나다. 그는 냉장고의 소음에서 사시사철의 슬픔을 감지하고 후회가 하는 일로부터 꿈꾼다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은 곡절 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몇 곱절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나무가 갈색이지만 갈색이지만은 않, 그에게는 모노톤의 일상조차 형형색색의 현장이다. 삶에 도사린 갖가지 모순과 양가적 감정은 번번이 그를 뒤흔들지만, 그때마다 임지은은 더욱 세게 용기를 움켜쥔다. 연중무휴로 사랑하고 헤아리는 이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오은, 시인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길수록 거기에는 모난 마음들이 불현 듯 솟아나는 나에게 짙은 애정과 미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이다. (p.7)

 

너는 월요병이 있지만 나는 그냥 병이 있어 시발, 늘 스위치를 켜둔다고.’(p.82)

 

텐트 안에서 개는 한 뼘의 볕이 있는 자리에 자기 몸을 두기도 하고, 난로 앞 조금 더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고 웅크리기도 한다. 주어진 데서 기어이 제 몸만큼의 좋음을 찾아내는 것이다.

너는 바로 아는구나.’

내가 오래 걸려 배운 걸 개는 그냥 해낸다. 기특하고 근사한 개 같으니.(중략)

스스로를 보살피는 게 죄가 아니라는 걸 개조차 그냥 안다. 나는 개처럼 살아서 숨 쉰다. 개에게 배운 바, 그건 머무르는 자리에서 언제나 한 뼘의 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p.104~106)

 

거듭 인생의 쓴 맛을 보다 보면 삶의 지지분함을 처리하는 게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나는 나무를 보는 방식으로도 지지분한 시간을 지나갈 수 있다. 그건 때로 살아간다는 것에 다름없다. (p.202)

 

@hanibook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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