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콰트로스 - 내전편
우석훈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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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와 사포엔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류는 멸망위기에 내몰린다. 인간은 엄청난 치유력과 내구성을 지닌 4년생 호모 콰트로스라는 돌연변이가 되는데. 그 과정을 연구하던 과학자 오현아는 그들을 후원하고 조력한다. 그리고 AI현아를 만들어 호모 콰트로스의 새로운 문명의 발전에 도움을 준다.

 

울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호모 콰트로스는 4년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4년생들의 삶 속에서도 자본가는 생겨나기 마련. 4년의 삶보다 더 긴 수명을 향한 욕망으로 6년생 호모 섹스투스로의 변화를 꾀하는 세력이 서울을 기반으로 성장하게 된다.

 

”2년만 더, 6세 시대, 호모 섹스투스“ (p.183)

 

삶이 안정된 4년생 중산층들에게 수명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 스트레스가 욕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p.191)

 

강력한 선동으로 그들은 정치권을 흔들어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장악한다. 과연 호모 섹스투스 프로젝트는 성공할 것인가!

 

4년의 압축된 인생을 사는 호모 콰트로스의 삶은 인상적이다. 두 달의 임신 기간과 생후 6개월이면 학교에 가는 아이,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빠르게 출산하는 모습들에서 오히려 답답함이 느껴졌다.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수명을 단축하고 그에 맞춰 변화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달까. 마치 유튜브에서 16편짜리 장편 드라마를 1시간 30분으로 줄여 놓은 것 같아서 섬뜩했다.

 

전반부의 세계관 설명이 다소 반복적이었다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기후재난과 전쟁 등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떠올려 볼 때, 120세 시대에서 4세 시대로 갈 수도 있음을 상상케 해주는 이 책이 생각날 것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상을 보는듯하여 류승완감독의 추천이 이해가 간다.

 

오늘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내일 행복할 수 있을까? 난 오늘 행복한 사람들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 진심으로.“ (p.360) 라는 책 속 대통령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문장이라서 더욱이 그러하다. 이런 대통령 어디 없나요?

 

나는 4세 시대의 삶이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계획된 삶을 원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모콰트로스의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happybooks2u 해피북스투유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호모콰트로스 #우석훈 #해피북스투유 #장편소설 #SF소설 #다음문명 #정재승추천 #류승완추천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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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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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들>

최씨가문의 네 남매의 이야기로 정혼자가 있는 사회주의자 정택과 사랑의 도피를 했다가 그곳에서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돌아온 순희, 어릴 적 할머니의 뜻으로 조혼하였으나 청국의 왕녀인 순영에게 마음이 가는 순철의 이야기가 주로 그려진다.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이다.

 

김명순의 소설 <외로운 사람들>은 독일의 극작가 하우푸트만의 희곡<외로운 사람들>에 형상화된 불행한 결혼으로 야기된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가정생활로 고통받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갈등을 문화번역했다고 한다. 조혼제도가 가져오는 결혼의 문제가 남녀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로운 사람들>에서 순철이 내뱉는 -조혼의 페여.’라는 부분에서 당시 젊은이들이 생각을 들여다보게 된다.

 

책에 실린 3편의 소설이 김명순의 이야기이기도 당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소설은 흥미롭다. 자유롭게 사랑하지 못했던 당시의 모습을 여러 소설에서 보여주었던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였음을 작가는 계속 외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천사가 날 대신해>

의 오랜 친구인 세윤이 죽었다.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직장생활을 하며 나와 ‘JLPT’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갑자기 날아든 친구의 부고에 충격을 받고 친구의 생활을 들여다본다. 세윤의 직장에는 나의 대학 후배였고 껄끄러운 사이였던 로사가 있었다. 나는 새로운 직장에서 잘 적응하려던 세윤이 로사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무엇이 세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일까 궁금한데 작가는 끝내 명쾌한 답을 주지 않고 질문한다. 범인, 이유, 원인은 하나가 아니고 그 답은 우리 안에 있음을. 김명순의 소설 속 여성과 현대 지금의 여성의 모습이 닮았음과 또 다름을 <소설, 잇다> 시리즈를 통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때의 공포와 지금의 공포는 과연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매번 새로운 공포에 맞닿아 있는데 이것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게 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선 선역도 악역도 여자야. 우리가 남자들이랑 깊은 관계 맺을 일 있어? 너나 나나 조심해야 하는 건 이제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p.292)

 

술술 읽히는 소설들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함께 나눌 것들이 많음을 다시 인지시켜 준다. 해설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읽은 이들과 대화하고 싶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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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정지아 지음, 박정은 그림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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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고달프다는 것을,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가를, 정생은 그 누구보다 뼈져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난해도 아름답게 살고 싶었다. 자기 몸을 떼어 가난한 사람을 도운 저 행복한 왕자처럼. (p.80)

 

동화작가 권정생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굶주리고, 가족과 이별하고, 해방된 나라에서는 폐결핵에 걸려 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삶 속에서 항상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 희망은 바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가난이 주는 것들을 겪어내면서도 대가 없는 다정한 손길들이 그를 살게 했고 그는 그것을 평생에 걸쳐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세상을 따스하게 했다.

 

정생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이야기가 거미줄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고구마 가게에서 남들을 속이고 있을 때 물건값을 주지 않았다며 기어이 돈을 주고 갔던 순박한 시골 아주머니며, 나무를 닮았다는 목생이 형이며, 주인에게 늘 맞고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도쿄 혼마치의 경순 누나며, 지금까지 만난 숱한 사람들이 정생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p.87)

 

정생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헤매고 다닌 세상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정생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었다. 돈 오십 원과 고구마 몇 개에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리던 문둥이 청년, 열흘 동안 매일 아침 찾아갔지만 한 번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깡통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아 준 점촌의 자그마한 식당 아주머니, 가로수 밑에 쓰러져 있을 때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헐레벌떡 달려와 먹여준 할머니, 뱃삯도 안 받고 강을 건네준 뱃사공, 자기가 빌어 온 밥을 기꺼이 먹여 준 외팔이 사내, 그 고마운 사람들이 외롭디외로운 정생의 마음속에서 등불인 양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pp.119~120)

 

권정생의 머릿속, 가슴 깊은 곳에 함께 하는 이들이 그를 일으켜 세우고 또 손잡아 주었던 것일까.

 

받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는 것, 그리고 받은 그것을 진심으로 행하는 것. 자신의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더 슬픈 것을 바라보며 깊이 아파하고 다정한 손길을 내밀어주는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의 일생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책을 덮으면 나는 또 잊고 나를 위해 살아갈 테지만 지금 이 순간 뜨거워진 감정을 기억하고 싶다. 그 감정을 기억함으로써 다시금 정생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야 하기에. 작은 시간들이 쌓여 결국 더 넓고 깊은 마음으로 갈 수 있는 첫 발걸음이 되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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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가의 배신 - 김학의 사건이 예고한 파국, 검찰정권은 공정과 상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이춘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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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자기 조직에 대한 도전을 응징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합리적 토론은 아예 배제하고, 상대를 문제아조직 부적응자로 만들어 따돌림을 당하게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상대는 악마화하여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만든다. (p.127)

 

지금 우리는 어떤 정권에서 살고 있을까.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권이 촛불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해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일삼는 검찰 국가를 맞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정부는 전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아 우리나라는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가고 있다고.

 

김학의 사건을 통해 검찰과 정치 권력의 관계와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들의 개입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저자는 보여준다. 검찰의 제 식구 챙기기에 억지 수사, 듣도 보도 못한 식의 어거지 논리로 검찰 국가를 지나 검찰 공화국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언론은 마구잡이로 수사하고, 전 정권 인사들에게는 보복 수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사 조작 사건’, ‘김건희 명품백 수수의혹 등에는 꿈적하지도 않는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나라, 우리나라의 현주소이다. 시민들을 바보로 아는지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민주화를 위한 뜨거운 운동들이 있었던 우리나라가 다시 무서운 시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향한 꺽이지 않는 마음을 다시 되새겨 봐야 할 때이다.

 

저자는 기자 정신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기록하고자 책을 썼다고 한다. 너무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hanibook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8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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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과 신자유주의 -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Philos 시리즈 28
게리 거스틀 지음, 홍기빈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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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인종, 계급 등을 중심으로 미국의 정치와 사회의 구조를 해명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 오던 저자는 정치질서라는 독특한 개념을 통해 반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미국 사회 전체를 지배한 정치경제 및 문화적 질서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해명하는 방법론을 이제 신자유주의 질서의 흥망이라는 주제로 옮겨 확장했다.

 

평소 알던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 정도였는데, 뉴딜 질서의 흥망부터 신자유주의의 흥망까지 역사적으로 공부해볼 수 있는 책이다.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봄으로써 한 나라의 정치경제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또한 그것이 세계 질서에 미친 영향까지도 볼 수 있어 한 권의 역사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또한, 새로운 정치 질서가 탄생하는 과정들에 있어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가 없어진 지금 세계를 움직일 새로운 정치 질서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질문이 묵직하게 기억된다.

 

신자유주의를 정치 질서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궁금하다면 꼭 일독해 보기를 권한다. 독서모임에서 진행했던 <도넛 경제학/케이트 레이워스 지음.홍기빈 옮김/학고재 >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직후에 역자는 트럼프는 4년 후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예언한 바 있었다. 올해 정말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권위주의 정치의 시작이자 미국식 대의 민주주의의 종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미국 내의 정치 변동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와 극우파 권위주의 체제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역자는 우려한다. 이러한 내일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길.

 

@21_arte 아르테출판사의 북서퍼2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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