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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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바디올로지 #이유진 #디플롯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 구호처럼 각자의 몸 이야기를 개인적인 것이라고 치부하는 데서 비극이 발생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교하게 쌓아 올린 담론장 속에 놓이게 되는지, 몸은 어떻게 저항하면서 탈주하는지,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이 어디쯤 있으며 어디로 향하는지 질문하면서이 이 책을 썼다.” 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다.


가슴, 엉덩이, 머리카락, 섹스와 출산, 얼굴, 성형, 털, 포르노와 성폭력, 피부,냄새, 혀, 땀, 이빨, 숨과 호흡, 항문, 단식 등을 통해 몸의 기억들과 주저하고 증언하는 몸의 이야기, 소멸하는 신체와 그 이후의 세계까지 몸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담론을 빼곡히 담았다.


숏 커트에 주로 검은색 옷을 즐겨 입는 딸아이는 가끔 여성 화장실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들어왔다가 자신을 보고 다시 나가는 사람도 있다고. 주변의 시선에서 남자인가? 하는 눈빛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남자는 짧은 머리, 여자는 긴 머리라는 공식이 익숙하다. 남자아이가 머리를 기르면 미술 하냐, 음악 하냐? 여자 아이가 머리가 짧고 스포티한 의상을 즐겨 입으면 운동 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고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들이 사회적으로 정상, 비정상을 가르고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 내 몸을 담론화하고 있다.


“때로 여성의 긴 머리는 유혹적이고 짧은 머리는 도전적이다. 남성의 긴 머리는 퇴폐적이고 지나치게 짧은 머리는 폭력적이다. 그렇다면 두발은 과연 어떠해야 ‘정상’인가?”


근대 이후 한반도에서 두발만큼 사회적 규제가 강력하고 촘촘하게 작동하는 신체 부위는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남성들의 단발령으로 상투를 잘랐고 여성들은 대개 자발적으로 단발 유행을 따랐다. 1920년대에 근대는 ‘모단’으로 일컬어졌다. 신여성은 ‘모단걸’ ‘단발랑’으로 불렸는데 이 호칭엔 성적으로 문란하고 사치와 방종이 심하다는 편견이 들씌워졌다. 저항의 의미로 잘랐던 여성의 단발은 뜨거운 논란거리였고 남자들은 가부장제와 남성성에 대한 도전으로 이를 비난했다. 소설가 염상섭, 아동문학가 방정환 등 모던 보이 다수가 여자의 단발은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비판했고, ‘여자 단발 가부 토론’까지 열렸었다고!


2022년 이란의 반히잡 시위 이후엔 여성의 히잡을 인권 탄압으로 보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지만 여성의 머리카락은 자본과 정치권력이 작동하는 신체 구성물이라는 데는 아직 변함이 없다.


또한 인류학자들은 긴 머리카락을 절제되지 않는 섹슈얼리티, 통제되지 않는 생식력에 비유한다고! 왕자를 홀리는 라푼젤, 정성스레 빗질하며 어부들을 유혹하는 로렐라이, 아폴론이 애태우던 다프네의 빛나는 머리카락도 여성성의 표상이 된다. 갑작스레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 “실연했냐”고 묻는 것은 머리카락 자르기가 여성성의 훼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저항을 위해 삭발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이때 머리카락은 신념의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내 머리를 깍을 것인가, 남이 내 머리를 깍을 것인가. 머리카락은 권력의 표현이라고. 남의 머리카락을 마음대로 하는 권력자고, 자기 머리카락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가 바로 힘이 있는 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 몸이 만들어진 것이 나만의 것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음을, 사회적으로 부여된 내 몸과 진짜 내가 생각하는 내 몸을 떠올려보면서 과연 내 생각이었던 것일까 라는 질문이 들었다. 권력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내 몸이 되는 것의 첫 번째로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내 몸을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기도.


#이키다서평단 으로 디플롯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kida_library

@dplotpress


#사회과학 #젠더 #여성 #몸 #책 #책추천 #강추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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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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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폴오스터 #정영목_옮김 #열린책들


“왜 다른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은 영원히 사라진 반면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은 기억 속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지.”p.141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 #바움가트너 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그의 이름은 나무를 가꾸는 사람 즉, 정원사라는 뜻이다. 기억의 정원에서 우연히 찾은 지난 날의 순간들을 통해 삶에 담긴 깊은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바움가트너는 아내를 상실하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여러 일들 속에서 불에 타버린 냄비를 보고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46년을 함께한 아내 애나의 죽음은 그렇게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왔고 깊은 기억은 갑자기 튀어 나온다. 상실 후에도 애나 없는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그의 마음은 감히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리움은 애나의 타자기 소리도 들리게 하고 이미 끊어진 전화기로 전화도 걸려오게 하는데…


그는 이제 인간 그루터기,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어 주었던 반쪽을 잃어버리고 반쪽만 남은 사람인데, 그래, 사라진 팔다리는 아직 그대로이고, 아직 아프다. 너무 아파서 가끔 몸에 당장이라도 불이 붙어 그 자리에서 그를 완전히 태워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p.37


육체의 상실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겪는 상실도 그 아픔의 깊이는 같을 것이다. 매 순간 아픔을 상기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까. 아니면 그 고통으로 인해 상실을 더 깊이 기억하고 싶을까.


이제 세부적인 것은 기억에 없지만, 한 가지, 어딘가에서 차를 세우고 피크닉 점심을 먹었던 일, 모래가 많은 땅에 담요를 펼치고 애나의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을 건너다 보았던 일은 떠오른다. 그때 그는 강렬한 행복감이 큰물처럼 밀려오는 바람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말했다. 이 순간을 기억하도록 해, 얘야. 남은 평생 기억해, 앞으로 너한테 일어날 어떤 일도 지금 이것보다 중요하진 않을테니까. p.242


살면서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일까 떠올려본다. 엄마가 나를 따뜻하게 포옹해준 적이 있었던가. 어릴 적 눈이 폴폴 날리던 겨울, 엄마 등에 업혀 병원에 다녀왔다. 눈이 그친 후 햇살이 비추었고 나는 마당에 나와 앉아서 귤을 까먹은 기억이 난다. 그때 귤의 달콤함이 생생하다. 내게 엄마의 사랑은 “사랑한다”는 단어가 아니라 눈 오는 날 나를 등에 업고, 달콤한 귤을 까주던 그때의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떤 큰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닌 기억들이 가끔 툭 떠오를 때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다시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닿는다. 노년의 시간이란 어쩌면 균열 된 기억들을 잘 추스르면서 남은 시간을 마무리할 수 있는 선물 같은 것일까.


바움가트너의 기억들은 실타래처럼 얽혀 복잡하다. 그만큼 우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또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이 이어지니 복잡함은 당연하다. 40을 훌쩍 넘게 살아가다 보니 삶이란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각각의 삶에서 한 조각의 기억을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지금을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고 내일의 삶에 대한 기대 또한 충분하게,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상실 앞에 서면 나는 눈물부터 나는데 아무래도 내가 먼저 갈 것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기 때문일 것이다. 홀로 남겨질 배우자가 나 없이 잘 살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된다. 아닌가? 기우일까?

미리 걱정하지 말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결론을 지어보자. 지금의 사소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갑자기 기억날 때 그 행복감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야 남은 이가 누구든 그 삶 또한 잘 살아 질 테니.


문장들에서 정신없이 헤매고 흠뻑 취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최근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았다는.


@openbooks21 열린책들 서평단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영미문학 #장편소설 #책 #책추천 #책리뷰 #hongeunkyeong

그는 이제 인간 그루터기,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어 주었던 반쪽을 잃어버리고 반쪽만 남은 사람인데, 그래, 사라진 팔다리는 아직 그대로이고, 아직 아프다. 너무 아파서 가끔 몸에 당장이라도 불이 붙어 그 자리에서 그를 완전히 태워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P37

오늘 일을 일찍 중단하고 이 근사한 오후에 뒷마당에 나와 앉아 생각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도 좋다. 단기 기억이란 걸 이렇게 짚어 가다 보니 장기 기억도 생각하게 되고, 장기라는 말과 함께 먼 과거의 이미지들이 마음의 저 먼 구석에서 깜빡거리기 시작하여, 갑자기 무엇을 발견할 수 있나 보기 위해 그곳의 덤불과 관목을 뒤져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 P135

이제 구름은 옮겨 가서 해는 가리지 않았지만 빛은 조금 변했다. 간신히 알아차릴만큼 미세한 변화지만, 그런 변화로 인해 사물이 더 진해지고 결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느낌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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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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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초압축교양수업 #임성훈 #다산북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AI에게 물어보면 척척 나온다. 그러나 쉽게 익힌 것은 그만큼 빨리 휘발되고 돌아서면 없는 기억이 된다. 독서라는 경험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험을 외주화하지 말아야 할 때!

“‘아는 척’ 하지 말고 직접 읽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진짜 앎으로 만들 수 있다.”

인류의 탄생부터 근대까지 일어난 사건들, 철학자의 사유들, 지금까지 읽히는 문학까지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무엇 하나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다. 복잡한 뉴런처럼 엉켜있는 실들을 한 가닥씩 풀어보는 시간 #초압축교양수업 과 함께 라면 가능하다.

역사의 시작인 4대 문명-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이집트 문명, 황하 문명을 외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내게 역사는 흥미를 느끼기보다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던 과목이었다. 그렇게 외운 역사는 오랫동안 단어로만 남는다. 의미는 잊게 되고.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 ‘역사’의 굵직한 순간과 사건들을 시대 순으로 살펴본다. 문명으로 시작에서 종교의 영향이 컸던 시대, 제국의 탄생과 멸망, 중세 시대 서양과 동양의 이야기에서 근대화의 물결을 일으킨 혁명들을 만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까지 뻥 뚤린 철도처럼 막힘없이 읽힌다.

몽골 제국의 유럽 영토 확장으로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무역로를 통해 흑사병은 빠르게 전파되었다고!

‘안녹산의 난’에서 안녹산이 양귀비의 양 아들이었다니!

고대로부터 좋은 삶, 선을 추구하는 삶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학문으로 연구한 철학자들의 학설, 기독교 신학의 기초가 된 철학의 출현, 지금도 많이 읽히는 마키아벨리, 칸트, 데카르트, “삶은 고통이다.” 라는 말의 쇼펜하우어까지. 철학의 주요 텍스트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었다니. 항상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라서 더 와 닿는다. 철학은 비트겐슈타인으로 시작해 봐야겠다.

인류 최초의 서사인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일리아스>,<오디세이아>,<그리스 신화>,<사기>,<삼국지>, 중세의 <햄릿>,<걸리버 여행기>,<오만과 편견>등, 근대의 <변신>,<데미안>,<파리 대왕>까지 문학을 통해 우리가 계속해서 보려고 하는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일 것이다. 인류의 커다란 숙제인 나를 찾는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학은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니겠는가.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를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삶은 팍팍하기만 한데 또, 인생이라는 커다란 무게 앞에 겸손해진다. 제목만 알았던 영웅 서사시를 꼭 읽어보리라!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인간적이다 못해 인간보다 더 세속적이다. 저자는 당시의 신들의 모습은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신화의 주 소비층은 귀족었으니 지금의 자유, 평등, 정의의 잣대는 살짝 내려놓기를.

역사, 철학, 문학을 알면 사회 현상의 ‘맥락’ 을 이해하게 된다. 당장 삶에서 ‘문사철’ 이 필요한가 묻는다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연결된 삶에서 지금 이 순간의 역사 또한 기록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논어에 이르기를 “배우고 때에 맞게 그것을 행하면 기쁘지 않겠는가!” 하였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끊임없는 배움이고 앎의 목마름이다. 당신과 내가 배움에 ‘교양’ 한 스푼 얹어서 더 나은 삶으로의 여정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앎으로의 마중물이 되어줄 것은 분명하다.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 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dasanbooks @ekida_library

#문사철 #교양 #상식 #철학 #문학 #역사 #인류사 #교양수업 #책 #도서리뷰 #책스타그램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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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대학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7
김동식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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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평친클나쓰


악마대학교 창조융합학과 학생들은 인간을 타락 시키기 위한 리포트를 작성한다. 악마들은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성 시키려 한다. 최소한의 마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것이 포인트. 어디서나 효율이 강조됨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영생’에 대한 욕망 - 시간을 되돌려주는 ‘시간 역재생기’를 통해 인간이 원하는 과거로 보내버리는 것. 이것을 악마는 ‘영생의 덫’이라고 말한다. 과거로 계속해서 돌아가 현실엔 없는 사람이 된다.

‘사랑’에 대한 욕망 -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남은 수명을 쓰는 것. 게임하듯 상대를 공략하게 되고 결국 원했던 사랑은 뒤로 한 채 쾌락을 쫓게 된다.

‘돈’에 대한 욕망 - 누군가의 죽음을 놓고 홀수 년도에 죽을지, 짝수 년도에 죽을지 맞히는 베팅을 하게 한다. 처음에는 돈을 벌다가 결국 악에 베팅하게 되는데…


영생, 사랑, 돈 에 대한 욕망으로 망가져 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다. 악마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이 현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 김동식은 이렇게 현실에 기반을 둔 허를 찌르는 소설을 써내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한방 제대로 맞았다. 원 펀치 쓰리 강냉이.

그렇다면 내가 가진 욕망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시간'에 대한 욕망이 가장 크다. 단순히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 24시간이라는 물리적 시간의 한계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없다는 게 늘 아쉽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만약 악마가 실제로 거래를 제안한다면 나는 과연 수락할까? 시간이라는 욕망 때문에 영혼을 거래할 만큼 인간은 어리석은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어리석은 존재라서 실패하고, 실패하고 고민하면서 그 실패를 꼭 성공이 아니더라도 유연하게 이어나가는 ‘삶’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닐지. 완벽한 존재는 없기에 말이다. 눈물도 흘려보고 가슴 답답한 일들도 겪으며 살아온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과연 그 삶 속에서 악마의 거래가 없었을까? 내가 한 무수한 선택은 과연 나의 선택이었을까?

ㅎㅎㅎ 그건 상상에 맡기리~


*평친클나쓰의 친구들과의 #공개토론 으로 악의 기준부터 내가 악마라면 어떤 방법으로 인간을 파멸로 이끌지, 책에서 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ekida_library @thing_book @kch_books @minhye_writer @jji9315 @violet_bhj @hyelyun_book @hongeunkyeong @bagjeongrim21 @sympa03 @calm_grin


@hdmhbook 현대문학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악마대학교 #김동식 #현대문학 #독서모임 #책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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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첫 문장 -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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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띵북서평단


일반 대중들이 과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학문이든 그렇겠지만 내 경우는 과학이란 말이 나오면 피하고 보게 된다. 과학적 사고라는 것에 약하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연성이 아닌 인과성을 중시하는 과학적인 사고는 우리 삶에 깊이 녹아있는 사고 방식이다. 현상을 이해하는데 그 원인과 과정을 증명해 놓은 것들이 있어야 우리는 수긍하지 않는가.


#과학의첫문장 #수잔와이즈바우어 #김승진_옮김 #윌북


인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과학 원전 36권을 통해 과학자들의 새로운 발견을 만나고 마음을 흔드는 문장을 만난다. 과학의 기원부터 과학적 방법론이 생겨난 과정을 연구해 저술한 책과 과학자들을 만나보고, #지구과학, #생명과학, #우주과학 의 책들의 문장을 통해 단순히 과학 책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질문의 시작점에 닿게 한다.


“우주를 채우려면 모래가 몇 알 필요할까?”

#모래알을세는사람 의 #아르키메데스 는 ‘우주가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우주를 수학적 도구를 사용해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를 연구했고, 그가 생각한 도구는 비율이었다. 크기가 매우 다른 두 사물, 모래 한 알과 자연의 실재 전체인 우주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를 도출할 수 있는가가 그의 질문이다. 질문의 답으로 그는 ‘인간이 셀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주에 없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종은 변화하며, 계속적으로 우호적인 작은 변종들이 발생해 보존되고 축적되면서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종의기원_찰스다윈

종의 기원의 첫 문장은 아직도 많이 인용되고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힌다. 다윈은 처음으로 종의 기원에 대해 자연주의적인 설명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책은 상당히 허들이 높아 비둘기 이야기만 읽다가 덮어버리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자연주의적인 종의 기원이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그 전에 과학계의 종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읽었더니 덮어두었던 <종의 기원>을 이젠 읽어야 할 때! 읽은 척 노노!


“우리는 시공간 연속성의 개념을 이보다 더 확장시켜야 한다.” #상대성이론_알베르트아인슈타인

책을 읽다보면 가끔 만나는 과학자의 이야기나 원리들이 궁금할 때도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음을 <상대성이론>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시공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만나볼 수 있었던 소설 #아인슈타인의꿈 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은 단지 법칙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자유롭게 발명한 개념과 아이디어들로 인간의 정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물리학 이론들은 실재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감각적 인상의 넓은 세계와 연결지으려 노력한다. 따라서 우리가 만드는 사고 구조의 정당성은 우리의 이론이 그러한 연결을 만들고 있느냐,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느냐를 가지고서만 판단할 수 있다.’ p.256


이처럼 과학은 질문으로 시작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하는 과정이 그들이 연구이다. 발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라는 질문의 연속인 것. #역사로익히는과학문해력수업 이라는 부재에 맞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과학적 이론이 나오게 된 과정은 #과알못 인 내게도 흥미롭다. 과학을 딱딱한 학문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연결 지어 깊은 사유에 닿게 하기도.

고백하건데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모든 책은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법! 알아가는 지적 탐구의 시간을 통해 과학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마중물 같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는가’ 뿐 아니라 ‘우리는 왜 그것을 알아내려 했는가’ 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 분야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현상 너머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적 사고이고 책은 우리를 돕는 매개체이니. 이제 우리 과학도 씹어 먹자!


@thing_book

@willbook_pub 도서를 지원 받아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사 #지혜의타임머신 #과학의역사 #지적허영템 #책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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