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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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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는 주인공 다치바나는, 과거 도작 사건으로 인해 한직으로 밀려난 상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불명의 ‘X’라는 인물로부터 원고 하나를 받게 된다. 내용은 ‘완전범죄로 당신을 살인하겠다’.
스릴러의 대가라 자부하는 다치바나는 후배 유카와 함께, 이 도발적인 원고의 발신자이자 살인을 예고한 ‘X’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다치바나가 죽는 날까지, 앞으로 00일”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의 모든 이가 의심스럽게 보이기 시작하고, 결국 ‘X’는 직접 만나자며 대담한 제안을 해온다.
대형 공포 채널을 운영하는 작가 야가미의 이야기로 점점 빠져들어, 독자는 점점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조차 혼란에 빠지게 된다.나 역시 이야기 속 화자가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착각했고, 제대로 헛다리를 짚었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이 소설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독백을 통해 그려지는 심리 묘사다. 일부 장면에서는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다.
“살인을 피하기보단, 완벽한 계획으로 그를 죽이는 게 훨씬 재미있다. 녀석을 완전히 컨트롤해서, 증거를 남기지 않고 죽인다.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살인.
나는 이걸 달성할 수 있다면, 잡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p.199
‘아름다운 살인’이란 뭘까요?
그건 역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p.291
그동안 대부분의 미스터리나 스릴러가 피해자의 시선을 따라가던 데 반해, 이 작품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물론, 나는 여전히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지 말자”는 입장에 동의한다. 그들을 이해하기에는 나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서.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
혹시 어딘가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해치기 위한 ‘살인 계획’을 세우는 이가 존재하고 있지는 않을까?
작중 유카의 어머니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요즘엔 오히려,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란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문장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책의 후반부, 범인의 정체에 집착하던 나는 이런 문장과 마주하며 깊은 충격을 받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극의 살인이란 뭘까요?
범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살인.”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의 살인 계획에 동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문장은,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키다서평단을 통해 도서와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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