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Philos 시리즈 27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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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기위해 저자는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자본론이 실천적 의미의 책이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경제지식이 없는 나 또한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서적은 노노!!!

 

최근의 경제적 불평등, 기후 변화, 여기에 겹친 팬데믹과 전쟁으로 자본주의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을 하면 언젠가 모두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낙수효과의 신화는 설득력을 잃었다.

이에 저자는 우리는 어떤 사회,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또 그것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87년생 저자는 새로운 시각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들여다본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자기계발 열풍이다.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된다며 나오는 자기계발서들과 자신을 채찍질하며 성공을 쫓는 모습들이다. 저자가 가성비사고(코스파)’라고 부르는 이것은 모든 일에 수익률을 추청하고 모든 것에 효율화를 대입한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놀랍도록 같다는것에 씁쓸했다.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라는 것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알게 되는 단편이다.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노동윤리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부업이 권장되고, 쉬는 날에는 자기 계발 세미나로 붐빈다. 결국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의 시간을 타인에게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p.91)

 

책 속에는 화폐로 측정할 수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풍요롭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풍부한 상태, 그것이 바로 사회의 입니다. -깨끗한 공기, 윤택한 물, 자연의 풍요 (p.28)‘라고 설명되어 있다. 누구나 누려야 하는 것이 상품이 되어 자본주의시장에 나와 우리는 그것을 사고 또 노동하여 돈을 벌고 소비한다. 저자는 우리가 삶에서 누려야 할 풍요는 놓치고 아직도 성장을 위해 달려나가고 있는 자본주의사회를 비판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사상이 주는 대안이 흥미로운 것은 지금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과도 매우 맞닿아 있어서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을 바로 차려야 할 지금 꼭 읽어야 할 책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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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약 금지 -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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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공부를 하고 서울살이 10년 차 외국인인 저자가 바라본 한국이야기. 내 나라 이야기를 외국인이? 가능해? 수박 겉핥기가 아니겠어? 게다가 한국어로 썼다고? 책을 펼칠 때까지도 나는 의심했다.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읽으며 웃음이 터지고 거기서 다름을 느꼈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이 책의 재미가 더해졌다. 물론 떡튀순을 사랑한다는 말에는 백퍼 공감했다! 서울이라는 공간만을 보고 한국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저자도 알기에 <한국 요약 금지>라는 기발한 제목이 되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서울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가장 먼저 발전하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급변하니까. 서울에 살면서 금방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않나!

 

한국어의 어려움을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도 어려워한다는 것에 다소 안도감을 느끼고 기뻐하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우리 말을 더 사랑해야함을 오히려 느끼게 되어 묘한 기분이 든다. 한국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어느새 매료된다.

 

한국에 맛없는 치킨은 없었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유일하게 맛없었던 치킨은 KFC라고! 한국의 치킨 시장은 어마어마하다. 자영업 1순위로 치킨집을 생각할 정도이니. 어디서 사 먹어도 평타 가능한 프라이드 치킨, 통닭, 순살, 닭강정...갑자기 치킨이 땡긴다.

 

저자는 또한 한국에 살면서 한국 차에 대한 향수를 말하고 우리 것을 더 보존하고 더 한국 것을 한국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에 힘을 기울여야 함을 말한다. 우리가 수입하고 모방하고 따라가는 트렌드라는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예전 어떤 문구가 생각한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런 느낌의 문구였는데 우린 무엇을 잃고 무엇을 쫓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그냥 재미로 읽기 시작했다가 내 나라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한국어 뿐 아니라 책, 영화, 문화, 저출산 문제까지 깊이 있게 바라보는 저자의 글이 공감되기도 반성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저자가 느끼는 한국은 내가 내 나라라서 느끼는 것이 아닌 애정이 느껴져 살짝 설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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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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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시간에 과연 무엇을 할까. 예술로 나를 채움으로써 다시 나로 있게 하는 시간이 아닐까. 가슴을 울리는 음악으로 감동 받고, 다양한 인생의 모습을 영화로 본다. 마음에 오래 여운이 남는 그림을 감상하고 자연을 표현한 곳을 방문한다.

 

우리의 삶에 예술은 깊이 녹아져 있다. 웅장한 건물과 아름다운 곡선의 예술을 보며 감탄하고 그것을 구현한 작가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영화 속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음악은 다시 찾아서 듣고 그때의 감동에 전율한다. 어릴 적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보던 만화영화들은 나의 삶의 자양분이다. 책을 통해 하루하루 살아가며 이야기로 채워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건축가 김중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작가 돌턴 트럼보, 월북 화가 이쾌대, 영화감독 김기영, 아름다운 배우 히스 레저, 힘든 삶 속에서도 예술 의지를 보여주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여성 아티스트들......

 

책 속 25인의 예술가들의 삶은 그들의 예술만큼이나 다채롭고 경이롭고 또한 안타깝기도 하다. 그중 주디 갈란드의 생애를 다룬 영화 <주디>를 최근 봤던 것이 떠올라 그녀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영화 <미션>의 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한 엔리오 모리꼬네는 2015년이 되어서야 88세의 나이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음악이라서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에 놀라웠다. 보수적인 미국 영화계의 일면을 보여줘서 씁쓸하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삶에 위로와 안식을 주는 예술가들의 면면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예술가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둘러싼 벽을 깨어나가고 오해와 편견에 맞서며 끊임없이 창조했던 이들의 발자취를 아껴가며 한편씩 읽어내려갔다.

 

삶을 사랑하고 예술을 동경하며 하루를 영원처럼 살았던 25인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책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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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블루칼라 여자 -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박정연 지음, 황지현 사진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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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여기에 있고, 여자는 어디에나 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곳에, 또는 당신이 상상한 모든 곳에. 편견에 안주하지 않은 늙은 여자들 덕분에 어린 여자들은 제 삶의 선택지를 또 한 칸 늘린다.”-장일호 기자 추천사 중 발췌

 

여기 10명의 블루칼라 여성 노동자들이 삶을 살아가는 뜨거운 이야기가 있다. 남성 노동자의 자리라고 여겼던 현장의 일을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로 만든 여자들이다.

 

먹고 살아야 했기에 트럭을 몰고, 용접기를 어깨에 메고, 아파트를 세우고 기차를 정비한다. 여자라서 차별받고 혼자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는 경험이 모두 있었다는 것, 여자라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기 위해 더 노력했다는 것, 그리고 여자가 현장에 더 많아져야 함을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말한다.

 

일터의 여성들에게는 자부심이 있다. 누가 지워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자부심이다. 사회적으로 현장 일을 노가다라고 부르며 안 좋은 인식으로 대할 때 그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 일을 고집하고 이어나가는 이들이 있고 2030세대 중에서 현장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변화를 일으키는 여성 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다.

 

사회가 심어놓은 인식을 하나하나 깨어나가고 변화할 때, 함께 우리의 자리를 단단히 만들어 갈 것이다. 블루칼라 여성 노동자로 지금까지는 생존했다면 이제는 차별 없이 공존해야 할 때이다. 일터에서 여자가 아닌 동료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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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러시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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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와 서인은 빛나는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빛나는 순간. 진우는 그들이 늘 그것을 기다려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붉은 햇빛이 차 안에 가득 들어찼다. 그는 온통 붉기만 한 세계를 바라보았다. (pp.82~83) <골드 러시>

 

호주 식당에서 만나 457비자를 받아 함께 살며 식당에서, 홀에서 일하는 서인과 진우. 결혼 7주년을 맞아 예약한 여행 골드 러시”. 지하 광산을 개조해서 만든 숙소에서 1, 금광체험, 오프 로드를 달릴 수 있는 사륜구동 렌터카 포함의 여행사 프로모션 상품이다. 일에 지쳐서 함께 하는 시간도 없는 그들이 떠난 여행에서 그들은 무엇을 찾고 싶었던 걸까. 함께 하는 삶 속에서 빛나는 순간이 없었다는 말이 서글프다. 호주 영주권을 얻기 위해 외도한 파트너와도 살아가고, 일하느라 지쳐 서로 마주 볼 시간도 없는 그들은 빛나 본 적이 없다. 빛을 찾아온 호주는 낯설고 삶은 팍팍하다. 그 빛은 과연 잡을 수 있을까. 나를 위해 빛날 것인가.

 

책 속 8편의 단편들의 인물들은 낯선 나라에서 삶을 살아내느라,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쓴다. 그곳이 어디든 삶은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고 녹록지 않다. 하물며 외국에서 소수자로 살아남기란 더 힘들다.

 

입국하기 위해 결혼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는 입국 심사원, 아무리 힘들어도 이곳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계속 상기하는 대학생 아들을 둔 아빠, 빈 껍데기 같은 결혼 생활과 하루하루 힘든 노동으로 벼텨내는 부부, 천재지변으로 장사도 되지 않고 그 와중에 아들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선 자리는 흔들리고 위태롭다. 지금을 살아내는 힘듦은 우리의 그것과도 똑같이 닮았다. 힘듦안에서 서로를 보듬고 괜찮다고 괜찮냐고 물으면서 한 걸음 더 내딛어 본다. 빛으로 다가가야 하니까 말이다.

 

지금 어떻게, , 무엇을 위해 살고 있냐고 책은 내게 질문한다. 잘 살고 있냐고, 뭐 잊은 것은 없냐고. 네가 바라보는 그 빛을 잘 따라가고 있냐고 말이다. 매 순간 삶을 살아가지만, 가끔 여기가 어디인지 나침반은 흔들린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서로를 비추어줄 수 있는 북극성으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기를, 서로가 있기에 더 힘을 내자고 용기 내어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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