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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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와 서인은 빛나는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빛나는 순간. 진우는 그들이 늘 그것을 기다려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붉은 햇빛이 차 안에 가득 들어찼다. 그는 온통 붉기만 한 세계를 바라보았다. (pp.82~83) <골드 러시>

 

호주 식당에서 만나 457비자를 받아 함께 살며 식당에서, 홀에서 일하는 서인과 진우. 결혼 7주년을 맞아 예약한 여행 골드 러시”. 지하 광산을 개조해서 만든 숙소에서 1, 금광체험, 오프 로드를 달릴 수 있는 사륜구동 렌터카 포함의 여행사 프로모션 상품이다. 일에 지쳐서 함께 하는 시간도 없는 그들이 떠난 여행에서 그들은 무엇을 찾고 싶었던 걸까. 함께 하는 삶 속에서 빛나는 순간이 없었다는 말이 서글프다. 호주 영주권을 얻기 위해 외도한 파트너와도 살아가고, 일하느라 지쳐 서로 마주 볼 시간도 없는 그들은 빛나 본 적이 없다. 빛을 찾아온 호주는 낯설고 삶은 팍팍하다. 그 빛은 과연 잡을 수 있을까. 나를 위해 빛날 것인가.

 

책 속 8편의 단편들의 인물들은 낯선 나라에서 삶을 살아내느라,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쓴다. 그곳이 어디든 삶은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고 녹록지 않다. 하물며 외국에서 소수자로 살아남기란 더 힘들다.

 

입국하기 위해 결혼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는 입국 심사원, 아무리 힘들어도 이곳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계속 상기하는 대학생 아들을 둔 아빠, 빈 껍데기 같은 결혼 생활과 하루하루 힘든 노동으로 벼텨내는 부부, 천재지변으로 장사도 되지 않고 그 와중에 아들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선 자리는 흔들리고 위태롭다. 지금을 살아내는 힘듦은 우리의 그것과도 똑같이 닮았다. 힘듦안에서 서로를 보듬고 괜찮다고 괜찮냐고 물으면서 한 걸음 더 내딛어 본다. 빛으로 다가가야 하니까 말이다.

 

지금 어떻게, , 무엇을 위해 살고 있냐고 책은 내게 질문한다. 잘 살고 있냐고, 뭐 잊은 것은 없냐고. 네가 바라보는 그 빛을 잘 따라가고 있냐고 말이다. 매 순간 삶을 살아가지만, 가끔 여기가 어디인지 나침반은 흔들린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서로를 비추어줄 수 있는 북극성으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기를, 서로가 있기에 더 힘을 내자고 용기 내어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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