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의 세계 - 다원 패권 시대, 한국의 선택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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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전쟁의 해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해로 2024년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쟁의 시대를 전쟁 없이, 한반도 평화를 지켜가면서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저자는 고민한다. 대한민국이 최대한 평화 지향적 균형 외교에 나서야 한반도에서의 무력 갈등의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미국과 일본만이 아닌,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도 긍정적이고 평화적으로 협력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적극적으로 건설하고 발전해나가야 함을 말한다


24224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만 2년째에 접어들어 현재 3년차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지원이 예산안을 통과하지 못해 우크라이나는 위기에 몰렸다. 또한, 푸틴의 정적이자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니발니가 사망했고 죽음의 배후에 푸틴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길어지는 전쟁으로 미국과 서방의 나라들의 피로가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전쟁에 예전보다 전쟁의 소식은 덜 전해지고 우리는 둔감해져 간다. 그러나 지금도 폭격과 참혹함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정세를 민감하게 알지는 못해도 대한민국이 불안하다는 느낌은 피부로 와닿는다. 통제되는 언론과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대선만이 뉴스거리인 지금이 안타깝다. 대외외교를 실리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의 수호를 위해 나서줘야 할 대통령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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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척의 배 - 트로이아 전쟁의 여성들
나탈리 헤인스 지음, 홍한별 옮김 / 돌고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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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면 남자들은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여자들은 목숨만 빼고 모든 걸 잃었다. ”

 

그늘 속에 있던 여자들. 잊히고, 무시당하고, 말하지 않은 것을 노래했어. 그들이 너무 오래 기다렸으므로 노래로 그들을 기렸지. 이 이야기는 한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야.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지. 전쟁이 인간 절반의 삶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아닌데. 왜 우리는 그 절반의 이야기를 무시하지? (p.396)

 

헬레네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그리스- 트로이아 전쟁 속 여성들의 이야기.

딸에게 결혼식이라고 속여 제사의 제물로 바친 그리스의 아가멤논은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오랜 복수의 계획으로 전후 죽임을 당한다. 오딧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20년이나 자리를 비운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아이를 키우고 남편이 돌아왔으나 전쟁은 겪은 그는 기다리던 남편의 모습이 아니다. 카산드라는 예언자가 되지만 아폴로신의 잠자리를 거부한 죄로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그녀는 계속 일어날 일을 보게 된다. 안드로마케는 남편과 아들을 모두 그리스인에게 잃고 전쟁 노예가 되고, 그리스인의 부인으로 살며 아이를 낳는다. 또한, 죽은 남편의 동생과 결혼하여 그리스에 작은 트로이아를 만든다.

 

전쟁에 나가 상대편을 학살하고 용맹을 떨친 남자들의 이야기는 음유시인들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다. 그러나 뒤에 남겨진 여성들에게 어떤 용기가 필요한지 노래하는 이는 없다. 이 책은 트로이아 전쟁의 여인들의 노래이다. 침략자 그리스이건 침략당한 트로이아의 여인들이건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장의 참혹함보다 남겨진 이들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를 생각할 때 그것에 희생된 수많은 목숨의 그들의 전리품이었을까.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길었고 모든 것이 부서져 버린다. 천척의 배를 타고 온 그리스인들의 트로이아 전쟁 여성 서사시로 다시 씌여진 <천척의 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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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
이언주 지음 / 비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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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것.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호들갑 떨지 않고, 미처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더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음걸음 이어나갔다. (p.7)

 

화재성이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하는 예능들로 갈수록 자극적인 미디어 시대인 지금, 유퀴즈가 200회를 넘겨 인기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호들갑 떨지 않고라는 서문을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에 우리는 목말라 있는 것인가. 유퀴즈 속 다양한 인물들의 지금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어보자.

 

차장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디를 가는 것인지 궁금해서 시작했다는 것에, 누군가에게 오늘 뭐 했냐고 어떤 일을 하냐고 요즘 어떠냐고 묻는 그 질문은 우리가 받아본 지 오래된 질문이다.

 

SNS를 통해 나의 현재를 알리고 수시로 상태 메시지와 카톡 프로필을 다시 설정한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알린다. 누가 물어봤냐? 그래.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물어봐 주세요. 오늘 뭐 먹었냐고.’라는 글을 읽고 갑자기 먹먹해졌다. 오늘 뭐 먹었냐는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나눌 수 있는 시작의 말이니. 오늘 당장 주변에 묻고 싶어진다.

 

오늘 뭐 먹었어요?, 뭐 먹고 싶어요?”라고.

 

안부는 이처럼 사소해도 좋다. 오늘 잘 지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소소한 인사가 누적되면 다정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오늘까지 나를 살게 한 힘에는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준 이의 다정한 관찰력과, 그 이야기에 함께 웃은 이들의 다정한 관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나에게, 또 곁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안부를 처방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 뭐 먹었어?’ ‘ 뭐 먹고 싶어?’ (p.248~249)-예일대 정신과 교수 나종호

 

유재석, 조세호의 콤비로 진행되는 유퀴즈의 회의부터 촬영까지 메인 작가인 저자의 글들을 읽으며 한 편의 방송이 나오기까지의 다양한 이들의 품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송 때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어 더 반갑다.

6시 전에 촬영 끝나고 칼퇴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에 깊은 응원을 보낸다. 표준 근무 시간을 지켜도 양질의 방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반가운 문구다.

유퀴즈를 만드시는 분들! ‘오늘 뭐 먹었나요, 뭐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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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김준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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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가 없으면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사회적 약자, 최저시급을 받는 저소득층, 영어가 외국어인 40대 늦깎이 학생으로서 캐나다 사회가 차려놓은 밥상에 식구 수 만큼 빈 숟가락을 얹은 지 3년째 되던 20184, 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렌프루 카운티 소속 공무원이자 파라메딕으로 채용되었다.

 

한국에서 실패해서, 혹은 사회가 정한 성공의 기준에 스스로 미치지 못한 탓에, 그리고 내 역량으로는 그 기준을 맞출 자신이 없어서 여기로 왔다. 할 줄 아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뭐든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다.

 

현재의 직업인 파라메딕으로 일하는 중에도 , 이 직업 참 괜찮다싶은 경우가 있다. 멈췄던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어 의식을 회복했을 때도 좋았고, 출혈이 심한 환자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환자의 상태가 점차 좋아질 때나, 살 수 있을까 싶은 외상 환자를 신속히 헬기에 실어 보내고 한숨 돌릴 때도 좋았다. 그렇게 삶과 죽음을 오가는 극적인 순간만큼이나 이 직업이 좋을 때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세요?”라는 사소한 한마디를 사람들에게 주저 없이 건넬 수 있을 때이다.

 

2년 전 만났던 환자를 다시 만나게 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환자는 그사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발작으로 911을 부른 상태. 더 잘살아보겠다고 열심히 살던 중 자신이 닮고 싶었던 삶을 사는 사람이 다시 아프자 저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런 순간 환자는 괜찮아. 나도 괜찮아질 거고, 너도 괜찮아질 거야.” 라는 말을 했고 저자는 울음을 터트린다. 맞잡은 손으로 전해졌을 뜨거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비춰보고 배우게 되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제적인 압박이 심할 때 딸아이가 가져온 학교숙제가 저자를 많이 바꾸게 되었다고. ‘나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아오기였다. 그때까지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은 고사하고 그래야 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았던 저자는 아픈 것도 모르고 스스로를 너무 함부로 대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 자신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니 , 참 안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를 측은해하고 아끼는 마음이 생기고 커져서 슬프고 힘든 감정까지 모두 안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외국에서 40대 가장으로 먹고 살아야 할 걱정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저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치열하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나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 알아오기라는 과제를 들었을 때 놀라웠다. 우리는 이런 주제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까.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오롯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니. 시도해 봄 직하다.

 

저자가 파라메딕으로 일하면서 겪은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폭력적 현장이기도, 차마 읽어내려가기 어려운 먹먹함이 존재하기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매일에 감사했다는 그의 글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우리는 잊고 있었다. 매일의 반짝이는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한발씩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것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책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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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미술 -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모든 것의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 미술문화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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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 용이 나오는 영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다양한 크리처가 나오는 <페니 드레드 풀>, 판타지 소설 <테메레르>, <반지의 제왕>, <십이국기> 등 내가 즐겨 읽고 보던 것들이다. 지금 이 세계에 발 딛고 있지만 내가 꿈꾸는 미지의 그곳에서 나는 용을 보고, 나만의 기린을 꿈꾸고 모험을 떠나곤 했다. 책 속에 있던 삽화들, 혹은 글로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들, 영상 속 주인공들은 한없이 아름답기도 기괴하기도 했다. 판타지에 빠져 있는 동안은 현재를 잊고 다른 내가 되는 시간이었다.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동안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그 시절을 어찌 부정하겠는가. 나는 어떤 미지의 존재가 있다고 믿는다. 반드시.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환상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마블 시리즈, DC 코믹스의 히어로와 빌런들에 우리가 열광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의 강한 바램이 환상의 존재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으니 우리는 아직도 환상의 세계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상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저자의 초대에 응해보자.

 

저자는 말한다.

생동하는 캔버스를 응시하며 깊고 차분하게 호흡한 뒤 당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 즉 고도로 훈련한 상상력을 휘두르기만 하라. 그러면 다른 세계로, 신비로운 통로로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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