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척의 배 - 트로이아 전쟁의 여성들
나탈리 헤인스 지음, 홍한별 옮김 / 돌고래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이 끝나면 남자들은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여자들은 목숨만 빼고 모든 걸 잃었다. ”

 

그늘 속에 있던 여자들. 잊히고, 무시당하고, 말하지 않은 것을 노래했어. 그들이 너무 오래 기다렸으므로 노래로 그들을 기렸지. 이 이야기는 한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야.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지. 전쟁이 인간 절반의 삶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아닌데. 왜 우리는 그 절반의 이야기를 무시하지? (p.396)

 

헬레네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그리스- 트로이아 전쟁 속 여성들의 이야기.

딸에게 결혼식이라고 속여 제사의 제물로 바친 그리스의 아가멤논은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오랜 복수의 계획으로 전후 죽임을 당한다. 오딧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20년이나 자리를 비운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아이를 키우고 남편이 돌아왔으나 전쟁은 겪은 그는 기다리던 남편의 모습이 아니다. 카산드라는 예언자가 되지만 아폴로신의 잠자리를 거부한 죄로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그녀는 계속 일어날 일을 보게 된다. 안드로마케는 남편과 아들을 모두 그리스인에게 잃고 전쟁 노예가 되고, 그리스인의 부인으로 살며 아이를 낳는다. 또한, 죽은 남편의 동생과 결혼하여 그리스에 작은 트로이아를 만든다.

 

전쟁에 나가 상대편을 학살하고 용맹을 떨친 남자들의 이야기는 음유시인들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다. 그러나 뒤에 남겨진 여성들에게 어떤 용기가 필요한지 노래하는 이는 없다. 이 책은 트로이아 전쟁의 여인들의 노래이다. 침략자 그리스이건 침략당한 트로이아의 여인들이건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장의 참혹함보다 남겨진 이들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를 생각할 때 그것에 희생된 수많은 목숨의 그들의 전리품이었을까.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길었고 모든 것이 부서져 버린다. 천척의 배를 타고 온 그리스인들의 트로이아 전쟁 여성 서사시로 다시 씌여진 <천척의 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