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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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식인인 모토로이 하야타는 전쟁 중에 잃어버린 일본인의 마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국가의 산업과 경제를 지탱해온 탄광에서 일을 하고자 결심한다. 식민지시대에 탄광회사의 노동보도원으로 일했던 아이자토 미노루의 소개로 탄광부로 일하게 된다.

 

아이자토에게 조선의 백성들을 탄광으로 데려와 가혹한 노동을 시키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버려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 중 정남선이라는 이름을 듣게 된다.

 

탄광에는 각양각색의 인간군상들의 집합소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탄광에서 금줄로 목을 매고 죽은 이가 발생한다. 밀실에서 사람이 죽어서 자살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고 이에 하야타는 의문을 품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탄광촌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금줄에 목을 맨 사건은 과연 자살인지 타살인지 하야타는 진상을 캐기 시작한다.

낙반사고 발생일 - 오후 1시경 갱내 막장에서 아이자토 미노루가 살해되고, 오후 130분 전후 탄주101호에서 기도가 살해됨.

이틀째 오후 5시를 지났을 무렵 탄주 104호에서 기타다 기헤이가 살해됨.

사흘째 오후 1시 전후에 탄주 105호에서 니와 하타타가 살해됨.

나흘째 다섯 번째 피해자 후보인 스이모리 아쓰오는 살해당하지 않음.

 

탄광이나 광산에서는 오야마쓰미노미코토를 수호신으로 여겼는데, 지명에 여우 자가 들어가는 야코야마 지방 탄광에서는 여우신을 모셨다. 하얀 여우님과 검은 여우님 두 신을 모셨는데 백여우님은 풍요의 신, 흑여우님은 흉작의 신이다. 여기서는 갱내에서의 모든 사고를 의미했다. ”

 

일본 탄광은 미신을 잘 믿는데 갱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탄광에는 반드시 신사가 있다. 신사나 사당에는 금줄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밧줄이 둘러져 있다. 짚을 꼬아 만든 밧줄을 다시 몇 겹으로 꼬아 만든 제구로, ‘시데라 부르는 독특한 방식으로 잘라 접은 종잇조각이 달려 있다.”

 

사건이 있는 곳에서 검은 얼굴의 여우 가면을 쓴 이를 목격하는 이들이 생기고 시체들의 목에는 신성하게 여겨지는 금줄이 매어져 있어 탄광촌 사람들은 겁에 질리는데...... 과연 인간의 짓인가 여우신의 벌인가.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이야기를 일본작가인 미쓰다 신조의 소설로 만나게 되어 더 반가웠고 촘촘한 미스테리를 밝혀나가는 과정에 역시나 범인은 못 찾은 나를 오늘도 위로한다. 다음 책에는 꼭 범인을 찾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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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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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파리,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시점을 바꿔가며 여성의 삶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주인공은 마른 몸을 동경해 친한 친구와 함께 음식을 제한했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로 원치 않는 이와도 관계를 유지했다. 부모님은 이혼했고,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며 자라게 된다.

 

성년이 되어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욕구는 누른 채 바르셀로나라는 낯선 도시로 향한다. 선택이라는 것에 자신이 없고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허덕이는 주인공은 불안정하다. 책 속에 모르겠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이 마치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어떤 확실한 것이 없는 상태였던 나의 20대를 떠오르게 한다.

 

-살아오면서 확실했던 것이 있었나? 직장도 결혼도 아이도 육아도 지금의 삶도 말이다. 혹시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선택당한 것은 아니었나.

 

주인공은 매 순간 흔들리면서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그럴수록 계속 도시들은 그녀를 밀어낸다. 그럼에도 계속 그녀는 발을 내딛는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있는 남자친구의 부름을 받고 그가 있는 바르셀로나까지 가면서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그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갔다. 아이를 낳고 집에 있으면서 경력단절 여성이 되어가는 나와는 다르게 점점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남편을 보면서 느꼈던 그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뒤처지고 뭔가 하려 하면 발목을 잡히는 상황에 암담했었다.

 

손을 뻗어 내 주변의 모든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고, 쾌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싶다. 나는 끈끈하고 고통스러우며 욕망이 넘치고 반짝임으로 얼룩덜룩한 사랑을 원한다.” 살짝 후끈해지는!!!

 

결국,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젖니를 뽑아 이제 성년이 된 것. 응원하게 된다. 마른 몸을 위한 절식이 아닌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쾌락을 추구하며 자신의 질량을 충분히 드러내는 로서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그릴 테니까. 오랜만에 읽은 짙은 사랑의 성장 이야기 <젖니를 뽑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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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의 책장 -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
데버라 펠더 지음, 박희원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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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은 목소리들의 세계이다. 당신의 책장은 누구의 목소리로 구성된 세계인가. 누구의 시선으로 작성된 글이 읽히는가. 누구의 시선이 담론을 장악하는가. 다툼이 없는 지식은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 못한다.” -이라영 해제 중 발췌.

 

최근 독서모임을 통해 읽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문학동네>에서 목소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알게 됐다. 전쟁터에서 함께 싸운 전우였으나 남성과 여성이 전쟁 후에 받는 처우는 사뭇 달랐다. 이처럼 여성의 역사는 저자의 말대로 문학과 논픽션을 아울러 글이라는 맥락으로 파악 가능하다. 여기 이 책에 소개된 50인의 여성 소설가와 여성 주인공을 다룬 책들을 보며 여성이 과거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여겨졌고 어떤 존재였으며, 또한, 그것을 깨부수고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어 졌는지 알 수 있다. ‘세상과 맞서 싸울 의무를 져온여성 캐릭터들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한편씩 읽어 나간다.

 

다른 이의 책장을 궁금해하는 것은 책을 읽는 이들은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어떤 책들로 채우고 있는지가 곧 그의 모습이다. 생각을 나누고 확장되는 경험은 책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읽고 고민하고 토론하고 나누고 다시 생각한다.

 

SNS에서 종종 챌린지가 이어진다. 그로 인해 내 책장의 책을 소개하고 다른 이의 책장 또한 볼 수 있다. 다른 이의 책장은 새로운 미지의 영역으로 다가온다. 책장은 그 사람의 의식의 세계가 아닐는지.

 

해제를 쓴 이라영작가는 <여자만의 책장>의 책장은 미국 여자의 책장이고 이는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세상이며 참고는 될 수 있으나 모두의 책장이어야 할 필요는 없음을 말한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여자만의 책장이 꼭 나와주길. 책을 함께 읽고 책장을 다시 채우는 작업을 생각해보는 것도 토론의 소재로 좋겠다.

 

<여자만의 책장>50여 권의 책이 소개되어 다양한 책 목록과 함께 생각 거리를 던져줌에는 분명하다. 어떤 책이 좋다가 아닌 이 책이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기인한 책들이다. 모든 책에 다 흥미가 가진 않는다. 그러나 50권의 책 속에 분명히 나를 자극하는 책이 있다. 책장을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갖고, 무지했던 여성 역사의 변곡점들을 체크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 책이 많이 읽히고 책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여러 여성의 책도 함께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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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Philos 시리즈 27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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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기위해 저자는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자본론이 실천적 의미의 책이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경제지식이 없는 나 또한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서적은 노노!!!

 

최근의 경제적 불평등, 기후 변화, 여기에 겹친 팬데믹과 전쟁으로 자본주의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을 하면 언젠가 모두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낙수효과의 신화는 설득력을 잃었다.

이에 저자는 우리는 어떤 사회,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또 그것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87년생 저자는 새로운 시각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들여다본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자기계발 열풍이다.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된다며 나오는 자기계발서들과 자신을 채찍질하며 성공을 쫓는 모습들이다. 저자가 가성비사고(코스파)’라고 부르는 이것은 모든 일에 수익률을 추청하고 모든 것에 효율화를 대입한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놀랍도록 같다는것에 씁쓸했다.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라는 것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알게 되는 단편이다.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노동윤리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부업이 권장되고, 쉬는 날에는 자기 계발 세미나로 붐빈다. 결국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의 시간을 타인에게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p.91)

 

책 속에는 화폐로 측정할 수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풍요롭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풍부한 상태, 그것이 바로 사회의 입니다. -깨끗한 공기, 윤택한 물, 자연의 풍요 (p.28)‘라고 설명되어 있다. 누구나 누려야 하는 것이 상품이 되어 자본주의시장에 나와 우리는 그것을 사고 또 노동하여 돈을 벌고 소비한다. 저자는 우리가 삶에서 누려야 할 풍요는 놓치고 아직도 성장을 위해 달려나가고 있는 자본주의사회를 비판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사상이 주는 대안이 흥미로운 것은 지금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과도 매우 맞닿아 있어서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을 바로 차려야 할 지금 꼭 읽어야 할 책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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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약 금지 -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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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공부를 하고 서울살이 10년 차 외국인인 저자가 바라본 한국이야기. 내 나라 이야기를 외국인이? 가능해? 수박 겉핥기가 아니겠어? 게다가 한국어로 썼다고? 책을 펼칠 때까지도 나는 의심했다.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읽으며 웃음이 터지고 거기서 다름을 느꼈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이 책의 재미가 더해졌다. 물론 떡튀순을 사랑한다는 말에는 백퍼 공감했다! 서울이라는 공간만을 보고 한국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저자도 알기에 <한국 요약 금지>라는 기발한 제목이 되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서울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가장 먼저 발전하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급변하니까. 서울에 살면서 금방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않나!

 

한국어의 어려움을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도 어려워한다는 것에 다소 안도감을 느끼고 기뻐하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우리 말을 더 사랑해야함을 오히려 느끼게 되어 묘한 기분이 든다. 한국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어느새 매료된다.

 

한국에 맛없는 치킨은 없었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유일하게 맛없었던 치킨은 KFC라고! 한국의 치킨 시장은 어마어마하다. 자영업 1순위로 치킨집을 생각할 정도이니. 어디서 사 먹어도 평타 가능한 프라이드 치킨, 통닭, 순살, 닭강정...갑자기 치킨이 땡긴다.

 

저자는 또한 한국에 살면서 한국 차에 대한 향수를 말하고 우리 것을 더 보존하고 더 한국 것을 한국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에 힘을 기울여야 함을 말한다. 우리가 수입하고 모방하고 따라가는 트렌드라는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예전 어떤 문구가 생각한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런 느낌의 문구였는데 우린 무엇을 잃고 무엇을 쫓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그냥 재미로 읽기 시작했다가 내 나라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한국어 뿐 아니라 책, 영화, 문화, 저출산 문제까지 깊이 있게 바라보는 저자의 글이 공감되기도 반성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저자가 느끼는 한국은 내가 내 나라라서 느끼는 것이 아닌 애정이 느껴져 살짝 설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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