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시점을 바꿔가며 여성의 삶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주인공은 마른 몸을 동경해 친한 친구와 함께 음식을 제한했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로 원치 않는 이와도 관계를 유지했다. 부모님은 이혼했고,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며 자라게 된다.

 

성년이 되어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욕구는 누른 채 바르셀로나라는 낯선 도시로 향한다. 선택이라는 것에 자신이 없고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허덕이는 주인공은 불안정하다. 책 속에 모르겠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이 마치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어떤 확실한 것이 없는 상태였던 나의 20대를 떠오르게 한다.

 

-살아오면서 확실했던 것이 있었나? 직장도 결혼도 아이도 육아도 지금의 삶도 말이다. 혹시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선택당한 것은 아니었나.

 

주인공은 매 순간 흔들리면서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그럴수록 계속 도시들은 그녀를 밀어낸다. 그럼에도 계속 그녀는 발을 내딛는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있는 남자친구의 부름을 받고 그가 있는 바르셀로나까지 가면서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그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갔다. 아이를 낳고 집에 있으면서 경력단절 여성이 되어가는 나와는 다르게 점점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남편을 보면서 느꼈던 그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뒤처지고 뭔가 하려 하면 발목을 잡히는 상황에 암담했었다.

 

손을 뻗어 내 주변의 모든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고, 쾌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싶다. 나는 끈끈하고 고통스러우며 욕망이 넘치고 반짝임으로 얼룩덜룩한 사랑을 원한다.” 살짝 후끈해지는!!!

 

결국,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젖니를 뽑아 이제 성년이 된 것. 응원하게 된다. 마른 몸을 위한 절식이 아닌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쾌락을 추구하며 자신의 질량을 충분히 드러내는 로서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그릴 테니까. 오랜만에 읽은 짙은 사랑의 성장 이야기 <젖니를 뽑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