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앤드 앤솔러지
전건우 외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이라는 주제로 전건우, 정명섭, 정보라, 정해연 4명의 작가들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한국인의 강한 애착을 가진 집. 단지 공간이라는 의미보다 가족, 가정이라는 의미가 크다. 집이 주는 안락함, 편안함이 아닌 다른 이야기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이 무섭게 다가왔다.

 

집이 공포스러울 때가 있었다. 사춘기가 극에 달했을 때 그런 아이에게 우리가 지쳐갈 때 남편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둘의 부딪힘이 너무 힘들었다. 둘 만 집에 있다고 생각하면 밖에서도 허둥지둥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웠다. 그러자 집이 싫어졌다. 이런 힘듦을 주는 공간이 싫어져 떠나고 싶어졌었다. 집안에 감돌던 그 무거움이란...집에 들어가기도 싫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힘들었던 시간을 생활흔으로 가진 집의 기억을 소환해 주는 소설이었다. 누구나 을 떠올리고 무서웠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으리라.

 

 

누군가 살았던 집

주인공은 빚을 지고 서울로 도망치든 올라와서 여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한다. 집 구할 돈이 빠듯해 다른집에 비해 월등히 싼 집을 구하는데...

그 집에서 귀신이 나오나 싶을 만큼 오싹하고 기괴한 일들이 벌어진다. 집에 남은 생활흔을 주제로 눈에 보이는 흔적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가진 집으로 작가는 초대한다.

 

죽은 집

고독사한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혜영과 유진. 그런집을 죽은집이라 부른다. 그러던 중 전세사기로 자신의 집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사건 해결을 해 나아간다. 안락한 공간이어야 하는 집이 공포의 공간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전세사기 뉴스가 한동안 뉴스를 장식하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아직도 죽은 집이 많다.

 

반송 사유

김혜와 양현이 주고 받는 메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남편의 교수부임으로 시골로 내려가 살게 되면서 메일로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중 낚시 바늘이 등장해 이야기를 미스터리하게 이끈다. 둘의 주고 받는 메일 속에 집안의 음울한 기운이 도는데...마지막까지 흥미로운 반전이...

 

 

그렇게 살아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악몽에 시달리는 주인공. 오랫동안 장기 투병했던 아버지를 끝까지 간병한 주인공과 엄마. 아버지의 죽음으로 셋이던 집에 둘이 남았다. 그 집안에 감도는 기운은 무엇일까.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죄책감을 가진 남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 .

 

문제라는 건 원래 작게 시작했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걸 당시에는 몰랐다. 이를테면 그건 곰팡이 같은 것이었다. 검푸른 색의 곰팡이가 한두 군데 생겼을 때 싹 긁어내지 않으면 금세 벽 전체로 퍼지니까. (p.10)

 

나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무서워.”(p.64)

 

어차피 오섬이는 강사고 나도 지금 무직이니 대출 받으려고 해도 돈 빌려주지도 않아. 그런데 월세는 아무리 찾아봐도 이런 집밖에 없어. 한참 시골에 뚝 떨어진 외딴 집. (p.134)

 

지금 우리가 아버지가 살아나길 기다리는 건지, 죽기를 기다리는 건지 모르겠어.”(p.181)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아니, 솔직히 바랐다. 너무 지쳤다. 그런데 그것이 나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는 걸 나는 잊고 있었다. 나보다 더 지쳤을, 하루종일 환자만 보고 있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힘들었을 또 한사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죽음을 바랐기에, 나는 죄책감으로 악몽을 꾼다. 엄마 역시 악몽을 꾸고 있었다. 엄마의 죄책감은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p.219)

@Nexusbooks 좋은 책 감사합니다.

 

#당신이가장위험한곳집 #전건우 #정명섭 #정보라 #정해연 #앤드앤솔러지 #공포소설 #무서운이야기 #괴담 #집이젤로무서워 #무서움주의 #공포 #서스펜스 #책리뷰 #북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완독 #서평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군가 이 마을에서
사노 히로미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8월
평점 :
품절




 

아파트의 몸값을 올리고자 매매하한선을 담합하고, 주민이 아니면 아파트 안을 보행할 수 없게 휀스를 치고 비밀번호가 있는 문으로 차단기를 설치한다. 임대 동과 거리를 두어 아파트를 짓고 한 아파트 안에서 배정학교도 다르게 견고한 성채를 도시에 세운다.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실제 이야기들이다. 이 소설은 나와 내 주변을 생각해보게 하는 사회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는 소망을 가져본다.

 

실종된 일가족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 마사키는 실종 당시 가족이 살던 마을을 방문한다. 고급주택가인 이 마을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마을을 표방하는 견고한 공동체이다. 폐쇠적인 마을에서 실종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과정에 숨겨졌던 진실들이 하나씩 실체를 드러낸다. 그 안에서 사건을 맡은 마사키의 죄의식도 맞물려 흥미롭다.

회사의 자체 결함 리콜을 은폐하는데 동조하게 되고 안타깝게 자녀를 잃게 된 마사키, 유괴된 아이의 살해를 겪게 되는 기모토씨, 범죄에 가담하게 함으로써 같은 운명 공동체를 만드는 마을 사람들, 그들의 범죄를 파헤치려는 료코. 다양한 인물을 통해 범죄의 추리를 따라가게 된다. 공동체안에서 개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그 공동체가 안전해야 가능하다. 어떤 다양한 의견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동체란 안전하고 든든한 울타리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얼마든지 무서운 집단 이기주의의 단체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을을 위해서 그들은 무엇이든지 한다. 나와 너를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에 집단 이기주의가 겹쳐진다.

 

책은 한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사건으로 사람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 떠오르게 하는 동조 압력 미스터리이다. 태풍이 몰아치는 밤. 섬뜩한 미스터리 소설을 읽었다.

 

그렇지만 죄를 짓고 사과도 없이 뻔뻔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그대로 놔둬도 된다는 말인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워 무슨 짓을 벌여도 괜찮다는 건가. (p.128)

 

이대로 괜찮아?

에리가 그렇게 묻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내 상황은 에리가 주변에 휩쓸리며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가담했던 일과 똑같지 않은가. (p.133)

 

방범대의 임무는 마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소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p.145)

 

가정에는 부부가 있고, 아이는 둘 이상 있어야 한다. 남편은 번듯한 일에 종사하고, 아내는 바깥일 대신 가정을 지켜야 한다.” (p167)

 

당연한 것당연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고자 하는 문제의식도 없이, 마을의 운영 방침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노부카와 부부의 암묵적인 지시를 주위 사람들이 따르는 형태로 당연해졌다. (p.177)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려면 그 정도의 규칙은 감수해야죠.”

편견을 갖자는 소리가 아니에요. 우리랑 다른 사람들을 구별하자는 거죠. 우리가 만들어 온 이 마을을 위해서.”(p.185)

 

외부에서 제멋대로 들어온 놈이 전염병 바이러스를 갖고 오면 어쩔거야? 아무도 모르는 사이 감염돼. 그래도 괜찮겠어? 이건 다 마을을 위해서야.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p246)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누군가이마을에서 #사노히로미 #문예춘추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도서 #동조압력 #사회파미스터리 #집단이기주의 #서스펜스 #책리뷰 #북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일본소설 #장편소설 #소설 #미스터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탱크라는 제목과 표지를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책은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어떤 매달림, 기원 등의 것을 신이 없는 믿음이라는 말로 보여준다.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기도를 하고,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오라고 염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도선, 양우, 둡둡, 손부경, 황영경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은 다 읽어간다.

 

특별한 종교가 없는 나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으면 기도보다 노력해서 얻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으로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이 생기면 두 손을 모아 무릎에 놓고 고개를 숙이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다. 이 책은 믿음, 인간의 간절한 염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믿으려고 했으나 어둠에 잠식당한 사람. 믿어 주지 못해서 사랑을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사람. 믿음을 믿음으로써 탱크처럼 견고하고 단단해지는 사람. 그 믿음을 의심하고 믿지 못해서 탱크를 없애려는 사람. 우리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다.

 

책 속에 늘 그랬듯 모든 미래는 빠짐없이 과거가 된다는 사실을 믿으며, 그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쓴다. (p.204)” 라는 구절은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염원하는 작가의 메시지로 다가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또한, 책은 탱크 안의 텅 빈 믿음이 주는 나의 자기다움은 무엇일까 질문하게 한다. 나다운 나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믿음을 갖기 위해 나만의 탱크를 가져야 하나 생각이 든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탱크 하나쯤 있지 않나. 없다면 탱크 하나 놔 드려야겠다.

 

모든 것은 안에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감정, 최초의 자아, 최초의 세계.

그중 오직 최초의 꿈만이 우리 세계의 바깥에 미래를 펼쳐놓았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꿈의 미래를 안으로 끌어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 (p11)

 

종교도 없고 기도해본 적도 없었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일단 두 손을 모으고 보았다. 도시 사이로 떠오른 보름달에도, 얼핏 천사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는 구름에도, 걷다가 가방 위에 내려앉는 단풍잎에도 손을 모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자신의 인생이 무너지지 않기를, 언젠가 가졌던 성공을 다시 맛보기를, 그리하여 머지않아 딸과 함께 살 수 있게 되기를. (pp.23~24)”

 

Subconscious Tank(잠재의식 탱크). 물탱크나 기름탱크, 혹은 싱크 탱크처럼 그 검고 작은 컨터이너는 서브켠셔스 탱크로 불리고 있었고 기도자들은 그것을 줄여 그냥 탱크라고 불렀다. (pp.66~67)

 

탱크는 너무 어두워요.”

반면 탱크 밖은 늘 밝았다. 이 극명한 빛의 격차는 누구에게나 평등했다. 탱크의 주인은 말했다. 탱크 안팎의 어둠과 빛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 같은 거라고. 빛은 바로 밖에, 우리와 맞닿아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라고. 그러나 유독 맑고 화창한 날 탱크를 찾은 어떤 기도자들은 안팎의 빛과 어둠의 격차가 너무 커서 절망스러워 하기도 했다. 한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어둠에 끔찍한 생각을 하거나 기도를 하기 전보다 더 비관적인 상태가 되기도 했다. (p.138~139)

 

시간을 가져봐 부경아. 네가 진짜 원하는 걸 제대로 생각해보는 시간. 원하는 게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네 자신을 제대로 생각해 보는 시간. 분명 너의 안에도 무언가를 향한 믿음이 있어. 그 무언가가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걸 타고 가장 밑으로 내려가다 보면 거기에 너도 모르던 네 자신이 있을 거야.(p.182)

 

탱크는 아무것도 아니다. 탱크가 특별해진 것은 탱크가 꼭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탱크는 없어져야 했다. 새로운 탱크는 절대 생겨선 안 된다. (pp.237~238)

 

@hanibook 좋은 책 감사합니다.

 

#탱크 #김희재 #탱크단 #한겨레문학상 #한겨레출판 #믿음 #텅빈믿음 #다른믿음 #희망 #북리뷰 #책리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완독 #서평도서 #장편소설 #한국소설 #소설추천 #수상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조현병 삼촌 -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하여
이하늬 지음 / 아몬드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도록 없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나에게는 조현병에 걸린 삼촌이 있다.”

 

조현병에 걸린 삼촌을 감추고 살았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할머니, 엄마, 조카인 저자가 삼촌을 돌봤다.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하고, 약을 잘 먹는지, 집을 나가면 찾으러 다니고... 그들의 삶에서 삼촌은 돌봐야 할 사람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저자는 힘겹게 그러나 솔직하게 담아낸다. 저자는 조현병 당사자인 삼촌의 하루와 삼촌이 가진 생각, 가족의 어려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는 무척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이며 정치적(pp.9~10)이라고 표현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당사자인 삼촌과 또 다른 조현병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게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채 일을 하지 못하고 없는 사람처럼 비밀에 싸여 있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읽을수록 부끄러워 졌다. “조현병의 사전적인 의미는 현악기의 음률을 고른다는 뜻이다. 조현병의 증상이 마치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pp.221~222)”고 한다. 정확한 병명도 어떤 병인지도 모른 채 뉴스에 나오는 것만 듣고 판단했던 자신에게 말이다. 그들을 비밀에 싸이게 한 건 나고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병의 사전적 의미부터 조현병을 이해하고 대처 하는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도 소개한다.

 

정신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이 차별 없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고 모두 함께 어우러져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는 이 이야기를 지금 함께 나누는 것이다.

아파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지원은커녕 낙인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족은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고, 노동하지 못하는 몸을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p.9)

 

삼촌의 발병 후 엄마에게 동생을 돌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성인이 돼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도 엄마는 삼촌의 실질적인 보호자였다. (p.81)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언젠가는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돈은 숨기고 병은 소문내야 하니까. (p.98)

 

희수 : 가난했으니까 선택지가 적었고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물리적.정서적인 고통이 더 컸죠. (p175)

가족이 힘든게 이런 부분이었다. 원망만 남은 줄 알았는데 사랑의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다는 걸 알게 될 때. (p.177)

 

이처럼 자의든 강제든 입원이 너무 어려우니 가족들은 입원 제도에 불만이 많다. 때문에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문제의 본질은 입원요건이 아니다. 가족이 이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p.201)

아픈 사람은 원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정신질환. 장애인에게는 이 당연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p.203)

 

내가 나일수 있으려면 동시에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학자 조한진희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그 너머를 질문해야 한다. 어떤 조건이 특정 존재를 약자로 만드는가? 약자를 약자로 만들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내가 나로 삼촌이 삼촌으로 있어도 되는 세상을 바란다. (pp.225~226)

 

 

@almondbook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 감사합니다.

 

#나의조현병삼촌 #이하늬 #아몬드 #에세이 #인문 #심리 #심리에세이 #북리뷰 #책리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도서 #완독 #추천 #내가나로 #나자신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하늘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상서이자 선언문인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는 현대 사회를 사로잡은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에 대한 날카로운 탐구이자, 인류가 나아가야 할 삶의 목적을 새롭게 제시하는 로드맵이 될 것이다.” 책날개 소개

 

제목을 보고는 환경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삶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짚어주고 길을 제시해주는 인문서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1부 단 하나의 신화에서는 쓰레기 언덕은 쓰레기 매립지를 덮어 꽃을 가꾸고 공원화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인간의 탐욕으로 소비했던 것들의 산을 메우고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쓰레기 매립지가 생각났다. 여러 곳을 공원화 혹은 캠핑장으로 만들어 우리의 쓰레기산을 감추었다.

소비지상주의와 성장중독에 관한 글로 시작해 끝없이 질주하는 도파민 시스템, 필요가 아닌 욕망이 되어버린 우리의 소비. 기업의 브랜딩전략과 마케팅의 노예가 되어버린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시사된다. 읽으면서 완전 뜨끔해져 나의 소비를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환경을 생각한다는 리싸이클링 제품들의 그린워싱도 생각이 나서 올바른 소비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 질문을 던져주는 시간이었다.

 

사실 20세기는 쓰레기를 눈에 띄지 않게 만들려는 하나의 기나긴 실험이었다. 인류는 매립지를 꽃으로 덮는다. 하지만 그러더라도 자신이 소비할 물건을 만들 재료를 모두 들고 가야 한다면 우리는 매주 물건이 가득한 쇼핑백 300개씩을 추가로 짊어진 채로 귀가해야 할 것이다. (p.49)

 

물건을 잃으면서 우리 자신을 잃는 기분을 느낀다면 그 반대도 성립된다. 새로운 물건을 사면 새로이 회복되었다는 기분이 든다. 구매는 자기를 완성해주고 자기 가치를 확인해주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그리는 자회상에서 각각의 구매는 한 번의 붓질과 같다. 우리는 언제 증발할지 모르는 수증기 같은 자신을 단단히 붙잡아두기 위해 물건을 산다. (p.91)

 

책 속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삶의 방식이고 당신이 실행하기로 결심한 행동들이나 삶의 의미는 평생 습관처럼 이어지는 영혼의 활동에서 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소비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의 지금의 모습이 아닌 삶. 나는 에우다이모니아를 하고 있는가? 대답은 노코멘트.

 

2부 새로운 이야기들에서는 일에서 느끼는 기쁨’-수제, ‘자연의 숭고함’-숭고함, ‘거대하고 지속적인 배려’-돌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요즘 돌봄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돌봄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개인의 행복을 두어 소비문화 안의 행복을 설명한다. 더 큰 현실을 가리는 작은 행복을 경계하라는.

저자는 소비지상주의 안의 우리들에게 제시된 대안들을 자발적으로 선택할지, 기후 재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될지의 선택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라는 문구에서 딱 지금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풍요롭지만 황폐하고 부와 가난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기후 재난의 코앞에 서 있는 우리는 지금 잘못된 삶의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어떤 삶의 방식을 가져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연일 지속되는 찜통더위와 잼버리 사태, 무차별 폭행 등으로 시끄럽고 두려운 이때 이 책이 주는 질문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자연의 힘과 마주한 인간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결코 그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비문화의 주장은 그와 정반대이다. 소비문화는 당신이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의 지배자라고, 화산은 당신을 삼킬 엄두를 못 낼 거라고 속삭인다. (p.181)

 

돌봄의 목표와 일상적 소비문화의 목표가 매우 동떨어져 있기에 둘 중 한 가지에 시간을 쏟다 보면 다른 쪽이 낯설고 이상해 보인다. 돌봄은 대체로 제때 나타나고, 자기 시간을 쪼개어 남에게 나눠주며, 감정 노동을 하고, 이기심을 억누르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비문화는 그 가운데 아무것도 권하지 않으며 우리가 좇아야 할 단 하나의 빛나는 목표만을 제시한다. 바로 행복이다. (p.231)

 

@across_pub 좋은 책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