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하늘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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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서이자 선언문인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는 현대 사회를 사로잡은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에 대한 날카로운 탐구이자, 인류가 나아가야 할 삶의 목적을 새롭게 제시하는 로드맵이 될 것이다.” 책날개 소개

 

제목을 보고는 환경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삶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짚어주고 길을 제시해주는 인문서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1부 단 하나의 신화에서는 쓰레기 언덕은 쓰레기 매립지를 덮어 꽃을 가꾸고 공원화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인간의 탐욕으로 소비했던 것들의 산을 메우고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쓰레기 매립지가 생각났다. 여러 곳을 공원화 혹은 캠핑장으로 만들어 우리의 쓰레기산을 감추었다.

소비지상주의와 성장중독에 관한 글로 시작해 끝없이 질주하는 도파민 시스템, 필요가 아닌 욕망이 되어버린 우리의 소비. 기업의 브랜딩전략과 마케팅의 노예가 되어버린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시사된다. 읽으면서 완전 뜨끔해져 나의 소비를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환경을 생각한다는 리싸이클링 제품들의 그린워싱도 생각이 나서 올바른 소비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 질문을 던져주는 시간이었다.

 

사실 20세기는 쓰레기를 눈에 띄지 않게 만들려는 하나의 기나긴 실험이었다. 인류는 매립지를 꽃으로 덮는다. 하지만 그러더라도 자신이 소비할 물건을 만들 재료를 모두 들고 가야 한다면 우리는 매주 물건이 가득한 쇼핑백 300개씩을 추가로 짊어진 채로 귀가해야 할 것이다. (p.49)

 

물건을 잃으면서 우리 자신을 잃는 기분을 느낀다면 그 반대도 성립된다. 새로운 물건을 사면 새로이 회복되었다는 기분이 든다. 구매는 자기를 완성해주고 자기 가치를 확인해주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그리는 자회상에서 각각의 구매는 한 번의 붓질과 같다. 우리는 언제 증발할지 모르는 수증기 같은 자신을 단단히 붙잡아두기 위해 물건을 산다. (p.91)

 

책 속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삶의 방식이고 당신이 실행하기로 결심한 행동들이나 삶의 의미는 평생 습관처럼 이어지는 영혼의 활동에서 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소비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의 지금의 모습이 아닌 삶. 나는 에우다이모니아를 하고 있는가? 대답은 노코멘트.

 

2부 새로운 이야기들에서는 일에서 느끼는 기쁨’-수제, ‘자연의 숭고함’-숭고함, ‘거대하고 지속적인 배려’-돌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요즘 돌봄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돌봄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개인의 행복을 두어 소비문화 안의 행복을 설명한다. 더 큰 현실을 가리는 작은 행복을 경계하라는.

저자는 소비지상주의 안의 우리들에게 제시된 대안들을 자발적으로 선택할지, 기후 재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될지의 선택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라는 문구에서 딱 지금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풍요롭지만 황폐하고 부와 가난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기후 재난의 코앞에 서 있는 우리는 지금 잘못된 삶의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어떤 삶의 방식을 가져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연일 지속되는 찜통더위와 잼버리 사태, 무차별 폭행 등으로 시끄럽고 두려운 이때 이 책이 주는 질문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자연의 힘과 마주한 인간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결코 그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비문화의 주장은 그와 정반대이다. 소비문화는 당신이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의 지배자라고, 화산은 당신을 삼킬 엄두를 못 낼 거라고 속삭인다. (p.181)

 

돌봄의 목표와 일상적 소비문화의 목표가 매우 동떨어져 있기에 둘 중 한 가지에 시간을 쏟다 보면 다른 쪽이 낯설고 이상해 보인다. 돌봄은 대체로 제때 나타나고, 자기 시간을 쪼개어 남에게 나눠주며, 감정 노동을 하고, 이기심을 억누르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비문화는 그 가운데 아무것도 권하지 않으며 우리가 좇아야 할 단 하나의 빛나는 목표만을 제시한다. 바로 행복이다. (p.231)

 

@across_pub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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