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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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라는 제목과 표지를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책은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어떤 매달림, 기원 등의 것을 신이 없는 믿음이라는 말로 보여준다.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기도를 하고,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오라고 염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도선, 양우, 둡둡, 손부경, 황영경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은 다 읽어간다.

 

특별한 종교가 없는 나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으면 기도보다 노력해서 얻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으로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이 생기면 두 손을 모아 무릎에 놓고 고개를 숙이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다. 이 책은 믿음, 인간의 간절한 염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믿으려고 했으나 어둠에 잠식당한 사람. 믿어 주지 못해서 사랑을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사람. 믿음을 믿음으로써 탱크처럼 견고하고 단단해지는 사람. 그 믿음을 의심하고 믿지 못해서 탱크를 없애려는 사람. 우리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다.

 

책 속에 늘 그랬듯 모든 미래는 빠짐없이 과거가 된다는 사실을 믿으며, 그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쓴다. (p.204)” 라는 구절은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염원하는 작가의 메시지로 다가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또한, 책은 탱크 안의 텅 빈 믿음이 주는 나의 자기다움은 무엇일까 질문하게 한다. 나다운 나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믿음을 갖기 위해 나만의 탱크를 가져야 하나 생각이 든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탱크 하나쯤 있지 않나. 없다면 탱크 하나 놔 드려야겠다.

 

모든 것은 안에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감정, 최초의 자아, 최초의 세계.

그중 오직 최초의 꿈만이 우리 세계의 바깥에 미래를 펼쳐놓았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꿈의 미래를 안으로 끌어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 (p11)

 

종교도 없고 기도해본 적도 없었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일단 두 손을 모으고 보았다. 도시 사이로 떠오른 보름달에도, 얼핏 천사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는 구름에도, 걷다가 가방 위에 내려앉는 단풍잎에도 손을 모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자신의 인생이 무너지지 않기를, 언젠가 가졌던 성공을 다시 맛보기를, 그리하여 머지않아 딸과 함께 살 수 있게 되기를. (pp.23~24)”

 

Subconscious Tank(잠재의식 탱크). 물탱크나 기름탱크, 혹은 싱크 탱크처럼 그 검고 작은 컨터이너는 서브켠셔스 탱크로 불리고 있었고 기도자들은 그것을 줄여 그냥 탱크라고 불렀다. (pp.66~67)

 

탱크는 너무 어두워요.”

반면 탱크 밖은 늘 밝았다. 이 극명한 빛의 격차는 누구에게나 평등했다. 탱크의 주인은 말했다. 탱크 안팎의 어둠과 빛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 같은 거라고. 빛은 바로 밖에, 우리와 맞닿아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라고. 그러나 유독 맑고 화창한 날 탱크를 찾은 어떤 기도자들은 안팎의 빛과 어둠의 격차가 너무 커서 절망스러워 하기도 했다. 한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어둠에 끔찍한 생각을 하거나 기도를 하기 전보다 더 비관적인 상태가 되기도 했다. (p.138~139)

 

시간을 가져봐 부경아. 네가 진짜 원하는 걸 제대로 생각해보는 시간. 원하는 게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네 자신을 제대로 생각해 보는 시간. 분명 너의 안에도 무언가를 향한 믿음이 있어. 그 무언가가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걸 타고 가장 밑으로 내려가다 보면 거기에 너도 모르던 네 자신이 있을 거야.(p.182)

 

탱크는 아무것도 아니다. 탱크가 특별해진 것은 탱크가 꼭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탱크는 없어져야 했다. 새로운 탱크는 절대 생겨선 안 된다. (pp.237~238)

 

@hanibook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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