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 기억하는 사람과 책임감 있는 사회에 관하여
노명우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난 災難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

유의어 날벼락 대환 사변

 

언젠가부터 재난이라는 단어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마치 일상이 되어버린 듯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이게 현실이냐 말이다.

 

광주, 제주4.3, 삼풍 백화점, 세월호, 구의역, 태안화력발전소, 이태원 참사,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난징, 힐스버러, 르완다...... 책 속에 나온 참사들은 우리 사회의 재난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나라 다른 시간인데 재난은 약속이나 한 듯 닮아있다.

 

사회학자인 저자 노명우와 함께 사회학의 시선으로 재난을 들여다본다. 제목이 바로 질문이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청소년책이라서 더 쉽게 읽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쉽지 않다.

 

재난이라는 단어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 피해자는 뜻밖에 일어난 일로 한순간에 희생자가 되어 고난에 시달리게 된다.

 

재난은 결코 그냥 일어나지 않으며 반드시 잠정국면과 전조국면으로 사태가 발생한다. 참사가 일어난 후에는 반격의 여론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억과 책임이 필요함을 저자는 말한다.

 

기억의 힘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섣부른 사태의 봉합이나 책임 면피성 처방만으로는 부족함을 알기에, 기억의 힘은 숨어 있는 재난의 심해를 반성적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재난을 낳은 구조의 뿌리를 건드려야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음을 믿기에, 기억의 힘은 쉽게 사태의 비극을 잊어버리려 하지 않습니다. (p.108)

 

재난 이후 재난의 기억을 희생자, 생존자 그리고 가족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됩니다. 재난 이후 기억의 힘을 관리하는 사람은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재난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호소도 들었습니다. 이제 기억을 힘을 관리해야 하는 당사자는 우리 모두입니다. (p.122)

 

사회적 책임지기는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을 아울러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를 위한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가 모여 우리가 되고 결국 재난의 희생자는 누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참사의 메커니즘을 끊고 더이상 재난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안녕한 사회로 가는 길은 기억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서로를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내일은 오늘의 재난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해시태그로 #기억합니다 로 우리는 계속 말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다. 무엇이든 해서 다음 세대에는 이런 재난이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못하고 타인과 함께 사회를 구성해야 생존할 수 있는 공통 존재입니다. ‘사회적 책임지기는 재난의 직접적 희생자, 생존자 그리고 유가족을 비롯한 동시대 사람을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를 위한 일입니다. 재난이 불러온 끔찍한 과거를 잊고 반격의 힘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참사를 만들어 냈던 메커니즘은 계속 작동할 것입니다. 메커니즘이 중단되지 않으면 미래의 누군가는 그에 의한 희생자가 됩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참사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존재일 수 있을까요? (p.150)

 

캄보디아 학살 박물관, 홀로코스트 기념관, 힐즈버러 추모비, 아우슈비츠 수용소, 제주 4·3 평화공원, 5·18 민주 묘지, 민주인권기념관,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전태일 기념관, 노근리 평화공원 등 이 세상의 모든 기념물()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내일은 오늘의 재난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p.166)

 

@woorischool 우리학교출판사에서 도서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모르는 건 슬픔이 됩니다
히토쓰바시대학교 사회학부 가토 게이키 세미나 지음, 김혜영 옮김, 가토 게이키 감수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케이팝을 좋아하고 최애가 한국 연예인인데 반일이라면?

-한국이 좋다고 했을 뿐인데

-한국 연예인은 왜 위안부굿즈를 착용해?

-한국은 왜 군함도세계유산 등재를 반대한 거야?

-케이팝 아티스트가 입은 원폭 티셔츠

 

위의 질문으로 시작해서 어딘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는 일본 대학생들이 모여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세미나를 가졌다.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끝없이 토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한다.

 

지금의 일본의 우익정치 세력과 부모 세대의 왜곡된 역사관으로 한국이 싫을 이유가 없는 그들은 혼란스럽다. 그것은 나라가 잘못된 역사 인식을 주입했고 더 알려고 하지 않은 전 세대의 책임도 크다.

 

자신이 일본의 가해 역사는 외면한 채 유리하고 즐거운 부분만 골라보는 문화 소비를 하고 있었다고 그것조차 특권이었음을 알게 되기도.

 

그러던 중 오스트리아 역사 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의 연루라는 개념에 다다른다. ‘과거의 잘못은 현대인이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그 잘못에서 파생된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역사의 풍화 과정에 직접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과거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p.189)

 

알아간다는 것이 연루에 기인한 행동 중에 하나라고 말하며 더 올바른 역사를 알아야 함을 말한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문제가 아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는 누구인가를 가르쳐 줄 것이다. (p.202)

 

올바른 역사를 모르고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뭔가 답답했을 것이다. 계속해서 길이 막히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어른들은 대답을 회피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막고 내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이 나라가 국제적으로 다른 모습임을 알게 되는 순간. 내 존재 자체를 믿지 못하는 단계가 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유무나 전공자 수준으로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얼마나 나의 일로서 일상 속에서 의식할 수 있는가, 그리고 피해자와 연대할 수 있는가이다. (p.212)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는 일본 정부는 정말 답이 없다. 그러나 이 대학생들이 세미나를 열고 책을 읽고 서로를 알려고 노력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고 한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이들이 있어 조금 다른 미래를 꿈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happybooks2u 해피북스투유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박,타박,타박.

또렷하게 들린 소리는 지면을 밟으면서 뒤에서 쫓아오는 소음이었다. 발소리라고 느끼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타박.

똑같은 장소를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마침내 깨달은 것이다.

……안 되겠어. 도망칠 수 없어. ”

 

패전 후 밀거래가 성행하여 암시장이 곳곳에 생겨나고 노점상조직인 데키야는 이를 관리하고 정부는 이를 암암리에 묵인한다. 그런 암시장 중 하나인 붉은 미로에 붉은 옷을 입은 이가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는데...전편의 모토로이 하야타의 건국대학 동기이자 데키야 두목의 아들인 구마가이 신이치는 상권을 위협하는 붉은 옷사건의 해결을 부탁한다.

 

주요 등장인물은 미군과 사귀고 임신한 아케요, 신이치의 첫사랑이자 파친코를 운영하는 기사이치의 딸 쇼코는 조선인 양부모를 둔 신지와 결혼해 임신 중이다. 전쟁고아로 파친코에서 일하는 세이이치. 또 다른 파친코 직원 중국인 양씨. 그리고 순사 이자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쇼코가 살해당하고 뱃속의 태아를 꺼내 안고 있는 기사이치가 발견된다. 기사이치는 범인으로 몰려 경찰에게 잡혀가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사건의 장소가 밀실이었으므로.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붉은 옷은 또다시 나타나 다른 임산부를 노린다. 왜 임산부인가!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미로에서 사라져 버리는 붉은 옷의 정체는 과연 누구인가! 하야타는 신이치와 함께 사건을 계속해서 수사하며 추리하는데...

 

임산부를 노리고 식칼을 사용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야타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용의선상에 오른 이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지며 점점 사건의 중심에 가까워진다. 전쟁이 남긴 폐허 같은 곳에서도 다시 삶은 시작되고 또 그런 삶속에서 기이한 사건은 벌어진다. 과연 하야타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가족으로부터 성추행, 이를 방관하고 희생양으로 삼았던 어머니.

저자의 이야기는 그것을 직면하기까지를 솔직하게 내보인다.

 

세계 곳곳의 학대받고 차별받는 여성들.

강간이 만연한 곳.

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과 함께 나눈 것들도 글로 담았다.

그것은 곧 저자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한편 한편이 모두 강렬하다.

문장들은 슬픔을 담고 있으나

뜨겁고 다정하며 아름답다.

 

최근 책 모임에서 읽은 <속죄>가 생각났고

지금 읽고 있는 책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도 겹쳐진다.

속죄, 용서, 가족 살인... 무거운 주제이나 우리는 알아야 하고 소리 내야 한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소리 내어 말이 될 때.

그것은 이야기가 되고 서로가 될 수 있다.

혼자가 아닌. 여기에 내가 있다고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그런 연대가 필요하다.

서로를 해방시켜 줄 수 있도록 말이다.

 

나 또한 해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말하지 않고 숨기는 것이 아니고 말하고 또 말할 것이다.

 

땅속에 파묻혀 지하 세계 속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읽는 법을 배우고,

폭력적이지 않은 유일한 방어책은

수백만 마리가 일제히 함께 날아오는 것이라는

매미처럼 말이다.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니.

함께 서로를 껴안고 또 말하고 해방되기를 바라게 된다.

이 책은 뜨거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튼 뒤에서
사라 델 주디체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깨달음은

대부분 커튼 뒤에서 시작되고, 커튼 뒤에서 끝났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에 프랑스에 살던 소녀 야엘의 이야기이다. 야엘의 엄마는 유대인이고 아빠는 아니다. 엄마는 병환으로 자리를 보전하다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곧 재혼을 한다. 야엘과 여동생은 학교를 다니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프랑스 정세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야엘은 우연히 아빠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고 아빠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아버지는 전쟁에 징집당하고, 야엘은 독일군의 진격을 매일 라디오로 들으며 남은 가족과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군의 폭격으로 야엘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유대인이라고 생각하며 자란 야엘은 유대인이 아니어야 하는 지금의 삶이 혼란스러웠고 주변의 시선도 따가워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모습들이 따스한 그림으로 그려져 마치 전쟁 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대인 학살을 다룬 책에 이런 귀여운 그림이라니. 어두운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아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묵직한 여운이 느껴진다.

 

프랑스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 조부모 중 유대인이 있으면 유대인으로 분류되어 아이들은 수용소 구금을 당하게 되어 경찰이 집으로 찾아온다. 야엘과 동생은 커튼 뒤에 숨었다. 자신을 잡으러 온 경찰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나쁜 생각을 담아놓는 단지에 담아둘 끔찍한 생각들이 넘쳐난다는 상상을 한다.

 

숨 막히는 수색이 조여온다.

 

한 장의 커튼 뒤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소녀를 보며 가슴을 졸이게 된다.

야엘은 이대로 죽는다면 다음 생에는 무엇이 될지 생각해본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나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

 

야엘의 바램은 나 자신으로 억압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그런 세상을 말하는 것이겠지. 커튼 뒤에서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는 아이를 보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제발...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장을 넘긴다. 당연히 보호되어야 할 아이가 커튼 뒤에서 죽음 후를 상상한다는 것이, 그 두려움이 전해지는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전쟁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을지 두려워진다. 전쟁으로 희생되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아이들의 희생이라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 더 이상 어른들의 폭력적인 세상에 희생되는 아이들이 없기를.

 

-당시 비시정부가 관리하던 프랑스 남부 수용소에서는 수감자들을 직접 죽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용소의 상황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렀다. 76,000명의 유대인들이 프랑스 정부 관할 수용소에 수감되었는데, 그중 어린이의 숫자는 11,000명에 이르렀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2,500명에 불과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