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에서
사라 델 주디체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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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깨달음은

대부분 커튼 뒤에서 시작되고, 커튼 뒤에서 끝났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에 프랑스에 살던 소녀 야엘의 이야기이다. 야엘의 엄마는 유대인이고 아빠는 아니다. 엄마는 병환으로 자리를 보전하다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곧 재혼을 한다. 야엘과 여동생은 학교를 다니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프랑스 정세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야엘은 우연히 아빠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고 아빠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아버지는 전쟁에 징집당하고, 야엘은 독일군의 진격을 매일 라디오로 들으며 남은 가족과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군의 폭격으로 야엘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유대인이라고 생각하며 자란 야엘은 유대인이 아니어야 하는 지금의 삶이 혼란스러웠고 주변의 시선도 따가워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모습들이 따스한 그림으로 그려져 마치 전쟁 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대인 학살을 다룬 책에 이런 귀여운 그림이라니. 어두운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아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묵직한 여운이 느껴진다.

 

프랑스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 조부모 중 유대인이 있으면 유대인으로 분류되어 아이들은 수용소 구금을 당하게 되어 경찰이 집으로 찾아온다. 야엘과 동생은 커튼 뒤에 숨었다. 자신을 잡으러 온 경찰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나쁜 생각을 담아놓는 단지에 담아둘 끔찍한 생각들이 넘쳐난다는 상상을 한다.

 

숨 막히는 수색이 조여온다.

 

한 장의 커튼 뒤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소녀를 보며 가슴을 졸이게 된다.

야엘은 이대로 죽는다면 다음 생에는 무엇이 될지 생각해본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나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

 

야엘의 바램은 나 자신으로 억압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그런 세상을 말하는 것이겠지. 커튼 뒤에서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는 아이를 보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제발...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장을 넘긴다. 당연히 보호되어야 할 아이가 커튼 뒤에서 죽음 후를 상상한다는 것이, 그 두려움이 전해지는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전쟁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을지 두려워진다. 전쟁으로 희생되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아이들의 희생이라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 더 이상 어른들의 폭력적인 세상에 희생되는 아이들이 없기를.

 

-당시 비시정부가 관리하던 프랑스 남부 수용소에서는 수감자들을 직접 죽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용소의 상황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렀다. 76,000명의 유대인들이 프랑스 정부 관할 수용소에 수감되었는데, 그중 어린이의 숫자는 11,000명에 이르렀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2,500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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