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프로젝트 -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본격 장르만화 단편집
봉봉 지음 / 씨네21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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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NA

<아나>라고 불리우는 인공자궁이 출시된지 30년주년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인공자궁이 인류에게 축복이었는지 재앙이었는지는 현재까지도 계속 논란의 중심이다. 아나는 인공자궁으로 태어난 최초의 인간. 아나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에 공개되며 소비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인공자궁을 만든 회사의 주식은 연일 상한가를 치지만 어느 순간 회사의 여러 비리들로 폭락하게 되고 아나는 사라진다...

 

<멋진 신세계>를 읽은 20대들은 책 속의 유토피아가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임신도, 출산도 없고 태어날 때부터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이 있다면 살고 싶다고. 그 책을 읽었던 나 포함의 사람들은 정말 놀랐다.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사이 무엇이 바뀐 것일까. 인공자궁으로 출산 할 수 있다면 그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얼마나 될까.

 

2. 웰다잉 프로젝트

웰다잉 프로젝트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와 연출로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준비된 전문가들을 통해 4주에 걸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TV로 보여주는 리얼리티쇼이다. 1500:1의 경쟁력을 뚫고 선정된 3명의 죽음을 TV를 통해 시청자들은 함께 보고 공감하며, 그들이 하는 연출 속 상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3명은 각기 비행기에서 투신, 동맥 절단, 약물복용이라는 죽음을 선택하고 죽음 리허설 업체는 물탱크에서 죽음 리허설을 진행한다. 그 과정들이 모두 공개되고 죽음까지도 상품으로 이어지는 모습에서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내가 생각하는 죽음과는 다른 모습에서 괴리감이 느껴지고 각종 자극적인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는 방송을 생각하면 작가님의 상상력은 다가올 미래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3. 붉은 여왕

외모 교정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시대. 모두 평범한 외모인데 유독 다르게 생긴 이는 외모 소수자로 불린다. 그가 원하는 것은 평범해지는 것. 동료와 함께 외모 교정술을 개발하여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한 후 세상은 점점 더 아름답고 특별한 것을 원하게 되는데... 결국 궁극의 아름다움을 구현한 인조 육체까지 등장하게 된다.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이 표현된 작품이었다. 남과 다른 특별하고 싶은 욕망으로 끝이 없는 곳으로 추락하는 느낌이다. 윤리는 사라지고 개인의 욕망과 그 욕망을 이용한 자본시장이 남는다. 씁쓸한 내용이지만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내 욕망이 과연 진짜 내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4. 마지막 비행

청년3명은 비튜브 조회수를 늘리려 가짜로 8015번 버스의 승객들을 납치해 국회로 간다고 동영상을 업로드한다. 그것이 뉴스로 전해지면서 테러로 분류되어 세상의 이목을 집중한다. 실제 의도와는 다르게 정의와 자유를 표방하고 언론의 억측으로 투쟁의 상징이 되고 마는데..그들은 과연 국회까지 버스를 몰고 갈 것인가.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로 누구나 일인방송 할 수 있는 시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검증되지 않은 날 것을 퍼트리는 가짜뉴스가 생각이 났다. 그들의 행동은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윤리는 사라지고 돈이 되면 뭐든 하는 지금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유튜브 얼마나 보고 얼마나 믿으시나요?

 

5. 햄스터가 손톱을 먹었다

손톱 먹은 쥐는 내 분신이 되어 나타난다. 햄스터도 가능하다!!! 나를 닮아 느리고 실수가 많은 햄스터는 또 하나의 내가 되어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간다. 가족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외로움을 지닌 안타까운 여성이 다시 일어서는 멋진 이야기. 지금이라도 손톱을 먹일 햄스터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6. 신은 변기

소중한 것을 바쳐라

모든 죄는 씻을 수 있다.”

부모님이 할머니를 모시고 사라졌다. 그곳은 변기를 신으로 모시는 사이비 마을!

죄를 씻어주는 변기 신의 존재는 너무나도 괴이하고 무서웠다. 죄는 씻어주는 방식 또한 엽기 그 자체. 인간의 어두운 욕심을 채워주는 사이비 종교와 그 안에서 행해지는 무서운 일들. 그리고 죄라고 불리는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호러 미스테리 작품이었다.

 

한편한편 몰입해서 읽었고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들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경고도 비틀어진 인간의 욕망도, 모두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웰메이드 작품들이다.

 

@hanabook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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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언어 나이는 몇 살입니까? - 말과 글의 노화를 막기 위한 언어병리학자의 조언
이미숙 지음 / 남해의봄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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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노화를 막기 위한 언어병리학자의 조언

 

대학원에서 청각언어치료학과 언어치료학 전공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노화로 변해가는 언어 생활에 대한 궁굼증을 일반인과 나누고자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어떤 단어가 입안에서만 맴돌고 생각이 나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종종 있다. 꼭 기억해 내려 하면 주변에서 대수롭지 않은 듯 그만 하라고 하지만 나는 끈질기게 답을 찾아내고는 했다. ..노화였다니...

 

저자는 현재의 언어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원인과 증상을 구체화하는일이 시작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사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과 다양한 체크리스트를 실어 스스로 체크해 볼 수 있도록 해서 유요한 부분이었다. 언어의 불편함을 느끼는 원인으로 주관적 호소, 경도인지장애, 치매, 실어증, 난청, 고립, 우울, 편견, 노화를 꼽아 실제를 보여준다.

증상별 대처법을 알려주고 읽기를 생활화하고 쓰기, 의사소통 파트너를 만들 것을 권한다. 그리고 뇌를 단련하는 일로 외국어 배우기를 추천하는데 실천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그 안에서 나의 가치를 찾는 자원봉사, 예술창작을 즐길 수 있는 서예, 목공, 공예, 자수, 합창단 등을 소개하고 해보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는 것을 소개하며 남아있는 노년의 날들의 경이로움을 위해 시도하라고 권한다.

 

언어라는 것은 말을 하는 것인데 나 혼자서는 언어생활이 불가능하다.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함으로써 나의 언어를 챙기고 나의 삶을 챙기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건강한 일상 활동은 건강한 언어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1. 다중 언어생활자 되기-외국어 배우기

2. 뇌와 언어에 유익한 신체활동-고강도 산책, 댄스

3. 관계망을 확대하는 커뮤니티 활동-자원봉사, 예술활동

4. 101가지 도전-수영 배우기, 손자와 퍼즐 풀기, 영어로 자기소개하기, 수채화 동아리 가입하기 등

 

실제 생활에 사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나에게도 어르신들에게도 좋은 실용서가 될 책 <당신의 언어 나이는 몇 살입니까?>이다.

 

@namhaebomnal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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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미래 - 사라진 북극, 기상전문기자의 지구 최북단 취재기
신방실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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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북극,

기상전문기자의 지구 최북단 취재기

 

[고장 난 심장, 북극의 경고]kbs시사 기획 창의 다큐멘터리이다. 저자는 기상전문기자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던 북극이 뜨거워지면서 몰고 오는 재난에 대해 주목했다. 북극의 온난화가 몰고 온 제트기류 약화가 우리나라의 한파와 열돔 폭염, 장마, 태풍, 미세먼지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기상전문기자의 눈으로 보여준다.

북극의 위기가 북극곰이나 북극 주민만의 문제가 아닌 곧 나의 위기라는 연결고리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북극 빙하와 해수면 상승, 해빙과 한반도 기후 재난, 영구동토층의 붕괴가 불러올 기후의 티핑 포인트’. 스발바르 종자 저장고의 침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p.245)

 

올 여름 유난히 습하고 더웠던 기억이 난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못 버텼다. 북극의 위기로 오는 여파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북극곰이 사라지고 있다는 캠페인을 본적이 있는데 먼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저자가 경험한 북극곰은 해빙이 사라지면서 물범을 사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순록을 사냥한다고 한다. 또한 순록 역시 겨울철 눈 대신 비가 내리자 눈을 헤치고 먹던 풀이 단단한 얼음 속에 갇혀 집단 폐사했다고 한다. 그 후 해초를 입에 물은 순록을 발견했다고 하니 기후의 변화로 동물들은 식단을 바꾸고 있다. 독일에서 열리는 기후 미식 축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기후 미식자가 되자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무조건 채식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기후 미식을 통해 점차 고기의 소비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기후위기를 조금이나마 늦추는 것도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물들도 기후변화로 식단을 바꾸는데 우리라고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당장 고기를 끊는 것은 어렵겠지만 서서히 실천해 보기로. 멀리 있는 북극의 위기를 나의 위기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책 <되돌릴 수 없는 미래>이다. 지금이라도 행동하자.

 

지금 행동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이다.”

 

북극곰이 먹이를 사냥하는 대신 차가운 바위에 누워있는 시간이 늘고 있어요. 항상 먹이가 필요한 북극 최대의 포식자에게 최대의 위기가 닥친 거예요.

영리한 포식자들은 결국 생존을 위해 식단을 바꿨습니다. 순록을 사냥하기 시작한 거예요. (p.78)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곳이 바로 스발바르예요. 그래서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바다에선 해빙이 사라지고 산 정상과 골짜기에선 눈이 실종됐어요. 올해도 봄이 빨리 오면서 모든 얼음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녹아버렸어요. (p.81)

 

기후변화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여름철 북극의 해빙 면적이 100아래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700만에서 300만대로, 여기서 다시 100선까지 무너지면 말 그대로 해빙이 없는상태에 접어들게 된다. 하얀 해빙 대신 시퍼런 파도가 넘실대고, 쇄빙선이 필요 없는 북극 바다. 빠르면 그 풍경을 10년 안에 마주할 수도 있다는 비극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p.111)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서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갔고 북극 상공을 돌던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극 제트기류라고 부르는 바람이 예전처럼 강하게 북극 주변을 돌지 못하고 뱀처럼 구불구불 밀려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류가 지나는 곳에는 북극의 냉기가 쏟아져 나왔고 오래 정체할수록 한파 피해는 커졌다. (pp.113~114)

 

영구동토층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오래된 생물 사체가 묻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지막 빙하기 때 묻힌 지층도 존재하고, 거대한 숲이나 때때로 동결 보존된 매머드 사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p.137)

 

기후위기의 부조리와 불공평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에 최대한 매진해야 한다. 앞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에서 500ppm, 그 이상 티핑 포인트라고 불리는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우리 기억 속의 기후는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기후가 닥칠지 모른다. 마치 절벽 아래로 툭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중략)

기후의 붕괴는 북극에서 시작돼 모두를 무너트릴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되돌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 즉시 행동해야 한다.(p.156~157)

 

기후위기로 빙하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잠들어 있던 미지의 존재가 우후죽순 깨어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p.198)

 

영구동토층은 판도라의 상자인 것 같아요. 열리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죠. 많은 탄소가 나올 뿐만 아니라 아가 말했던 미생물에 의한 또 다른 질병이 창궐할 수도 있고, 기후변화, 질병 모든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그런 판도라의 상자인 거죠. -서울대학교 환경과학대학원 교수 정수종 (p.278)

 

@moonhaksoochup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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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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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기대 감각

 

연세대의 수업 중 <사회문제와 공정>이라는 강의계획서가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었다. 학생 A20225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6월에는 두 명의 다른 학생과 더불어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p.13)이에 관련해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에서는 온라인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 글을 기고하는 것이 과제였다. 이 책 <공정 감각><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의 장로서 기대했던 학생들의 삭제된 (혹은 삭제될) 글들의 모음집이다.

 

저자는 이 글들이 삭제되었기에 학생들은 다양한 생각을 펼쳐 공유하고, 질문과 답, 비판적 시각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더 크고 넓은 사유로 발전시켜나갈 기회를 잃었다고 한다. 또한 삭제 되지 않고 남은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과잉 대표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20대가 다른’ ‘다양한사유의 주체라는 것을 삭제된 글들을 복원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지금의 공정 감각이 사실은 공존 감각을 지워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청소노동자 고소와 소송

-언더도그마라는 보수 담론의 이야기들

-지식생산자로서의 대학이 가능한지

-비정규직

-노동의 계층화

-공정성문제를 가시화한 인천국제공항사태

-구조적 성차별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

-학벌의 서열화 과잠이야기

-장애인이동원 문제

-성소수자지우기

-비건 이야기

 

책 속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내가 20대에 대해 무지했다고 반성하게 된다. 세대를 가르는 말로 나와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들로 과잉 대표 되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언론으로 보고 들으며 그것이 그들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개인주의를 넘어서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분법적인 세대론으로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갈라 치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만들어놓은 자본주의 안에 병들어가는 건 다음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 속의 20대들 하나하나가 공존 감각을 갖고 민주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아직 희망이 있다. 정치적으로 우울한 나날들이었는데 단비 같은 책을 만났다. 바로 <공정 감각>이다.

 

학생들의 학습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조용한 환경에서 공부할 권리인 학습권과 인간다운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인 노동권을 비교할 때, 한 사회가 지향 해햐 할 지식을 생산하는 곳으로서 대학은 후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어떤 권리도 누군가의 생존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p.55)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능력주의가 실은 시험주의혹은 증명서주의는 아닐지 질문해야 한다. 한 번 통과한 시험과 시험 통과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어지는 졸업장 등의 증명서는 졸업 후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 효율성, 창의성, 사회성, 인품 등의 능력에 관해 설명해주는 바가 전혀 없다. (p.97)

 

모든 여성은 여성 전용이 붙지 않은 공간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역차별이라 가벼이 폄하되는, 성차별을 시정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가 사라지는 사회를 꿈꾼다. (p.135)

 

한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출신 지역에 따라, 부모의 사회적, 문화적 자본의 크기에 따라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의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대학교에 입학한 것이 개인적인 기쁨일지언정,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노력으로만 이룬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선배로서 새내기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195)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에 불만을 갖고, 이들의 시위방식이 반문명적이라 폄훼하며 조롱하는 정치인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결국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이 더 많은 사람에게 보장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과 다를바 없음을 알아야 한다. (p.240)

 

김누리교수는 추천사에서 자본독재가 파괴한 대학의 폐허를 목도 하고 있고 자본은 대학을 물리적으로 점령한 게 아니라, 대학의 영혼을 빼앗았다고 표현하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시위하는 청소노동자를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학의 죽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개탄하며, 지금 한국의 대학은 가장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경험하는 전쟁터가 되었다는 말을 한다. 다행히 그 안에 유토피아의 기억을 간직하고 고투하는 이들이 있어 진보한다는 말로 희망을 준다.

 

@moonyebooks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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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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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노아와 미국으로 이민온 은영은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가까워져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접하게 되는 두 사람. 둘 중 노아는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혼자 남겨진 은영은 총기난사건의 가해자가 한국인 이민자라는 것에 두려움과 그에 대해 같은 이민자로서의 삶에 공감하는 자신, 또한 그에 따른 죄책감까지. 다양한 감정들로 혼란스러워 한다. 이에 상담사의 권고에 따라 노아와의 일을 기록하던 은영은 자신이 몰랐던 노아의 모습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으로.

한국에서 노아의 자취를 따라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자신의 마음에 상처도, 친구 현진과의 관계에도,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실과 아픔이 있어도 삶은 살아지고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안에서도 한 줄기의 빛으로 기억되는 노아와의 왈츠를 떠올리는 현진을 보며 상실에 대해, 은영이 가진 죄책감도 좀 놓아 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상처를 마주 보고 그 안에 나를 들여다봄으로써 은영은 다시 일어선다. 삶은 이어지니까.

 

총소리가 들린다.

들린다고 생각한다.

그 소리를 지우려고 애쓰지 않는다.

폭력의 기억은 지문처럼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몸으로 배웠다. (pp.55~56)

 

분노와 슬픔은 다르면서도 어쩌면 뿌리가 같은 감정인지도 몰라.”(p.99)

 

어떤 사람은 단 한 번 폭력에 노출대도 삶이 파괴될 수 있대.

한 번?

, 단 한 번.

한 번 짓밟히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꽃대 같은 사람이구나.

. 영혼이 짓밟히는 단 한 번.

영호니?

. 영혼이.

영혼이 아프면 다 아픈 거잖아.

다 아픈거지.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놀이가 평범한 누군가에게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악몽이 되기도 해.(p.149)

 

비극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의 후에 남겨져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세월호도 이태원참사도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그만 이야기하라는 뾰족한 말보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함께 진실을 요구하고 진상규명에 더 소리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잠재적 피해자이고 가해자일 수 있으므로.

 

@ehbook_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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