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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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노아와 미국으로 이민온 은영은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가까워져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접하게 되는 두 사람. 둘 중 노아는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혼자 남겨진 은영은 총기난사건의 가해자가 한국인 이민자라는 것에 두려움과 그에 대해 같은 이민자로서의 삶에 공감하는 자신, 또한 그에 따른 죄책감까지. 다양한 감정들로 혼란스러워 한다. 이에 상담사의 권고에 따라 노아와의 일을 기록하던 은영은 자신이 몰랐던 노아의 모습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으로.

한국에서 노아의 자취를 따라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자신의 마음에 상처도, 친구 현진과의 관계에도,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실과 아픔이 있어도 삶은 살아지고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안에서도 한 줄기의 빛으로 기억되는 노아와의 왈츠를 떠올리는 현진을 보며 상실에 대해, 은영이 가진 죄책감도 좀 놓아 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상처를 마주 보고 그 안에 나를 들여다봄으로써 은영은 다시 일어선다. 삶은 이어지니까.

 

총소리가 들린다.

들린다고 생각한다.

그 소리를 지우려고 애쓰지 않는다.

폭력의 기억은 지문처럼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몸으로 배웠다. (pp.55~56)

 

분노와 슬픔은 다르면서도 어쩌면 뿌리가 같은 감정인지도 몰라.”(p.99)

 

어떤 사람은 단 한 번 폭력에 노출대도 삶이 파괴될 수 있대.

한 번?

, 단 한 번.

한 번 짓밟히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꽃대 같은 사람이구나.

. 영혼이 짓밟히는 단 한 번.

영호니?

. 영혼이.

영혼이 아프면 다 아픈 거잖아.

다 아픈거지.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놀이가 평범한 누군가에게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악몽이 되기도 해.(p.149)

 

비극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의 후에 남겨져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세월호도 이태원참사도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그만 이야기하라는 뾰족한 말보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함께 진실을 요구하고 진상규명에 더 소리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잠재적 피해자이고 가해자일 수 있으므로.

 

@ehbook_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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