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기대 감각

 

연세대의 수업 중 <사회문제와 공정>이라는 강의계획서가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었다. 학생 A20225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6월에는 두 명의 다른 학생과 더불어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p.13)이에 관련해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에서는 온라인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 글을 기고하는 것이 과제였다. 이 책 <공정 감각><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의 장로서 기대했던 학생들의 삭제된 (혹은 삭제될) 글들의 모음집이다.

 

저자는 이 글들이 삭제되었기에 학생들은 다양한 생각을 펼쳐 공유하고, 질문과 답, 비판적 시각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더 크고 넓은 사유로 발전시켜나갈 기회를 잃었다고 한다. 또한 삭제 되지 않고 남은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과잉 대표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20대가 다른’ ‘다양한사유의 주체라는 것을 삭제된 글들을 복원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지금의 공정 감각이 사실은 공존 감각을 지워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청소노동자 고소와 소송

-언더도그마라는 보수 담론의 이야기들

-지식생산자로서의 대학이 가능한지

-비정규직

-노동의 계층화

-공정성문제를 가시화한 인천국제공항사태

-구조적 성차별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

-학벌의 서열화 과잠이야기

-장애인이동원 문제

-성소수자지우기

-비건 이야기

 

책 속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내가 20대에 대해 무지했다고 반성하게 된다. 세대를 가르는 말로 나와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들로 과잉 대표 되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언론으로 보고 들으며 그것이 그들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개인주의를 넘어서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분법적인 세대론으로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갈라 치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만들어놓은 자본주의 안에 병들어가는 건 다음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 속의 20대들 하나하나가 공존 감각을 갖고 민주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아직 희망이 있다. 정치적으로 우울한 나날들이었는데 단비 같은 책을 만났다. 바로 <공정 감각>이다.

 

학생들의 학습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조용한 환경에서 공부할 권리인 학습권과 인간다운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인 노동권을 비교할 때, 한 사회가 지향 해햐 할 지식을 생산하는 곳으로서 대학은 후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어떤 권리도 누군가의 생존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p.55)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능력주의가 실은 시험주의혹은 증명서주의는 아닐지 질문해야 한다. 한 번 통과한 시험과 시험 통과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어지는 졸업장 등의 증명서는 졸업 후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 효율성, 창의성, 사회성, 인품 등의 능력에 관해 설명해주는 바가 전혀 없다. (p.97)

 

모든 여성은 여성 전용이 붙지 않은 공간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역차별이라 가벼이 폄하되는, 성차별을 시정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가 사라지는 사회를 꿈꾼다. (p.135)

 

한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출신 지역에 따라, 부모의 사회적, 문화적 자본의 크기에 따라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의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대학교에 입학한 것이 개인적인 기쁨일지언정,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노력으로만 이룬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선배로서 새내기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195)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에 불만을 갖고, 이들의 시위방식이 반문명적이라 폄훼하며 조롱하는 정치인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결국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이 더 많은 사람에게 보장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과 다를바 없음을 알아야 한다. (p.240)

 

김누리교수는 추천사에서 자본독재가 파괴한 대학의 폐허를 목도 하고 있고 자본은 대학을 물리적으로 점령한 게 아니라, 대학의 영혼을 빼앗았다고 표현하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시위하는 청소노동자를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학의 죽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개탄하며, 지금 한국의 대학은 가장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경험하는 전쟁터가 되었다는 말을 한다. 다행히 그 안에 유토피아의 기억을 간직하고 고투하는 이들이 있어 진보한다는 말로 희망을 준다.

 

@moonyebooks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