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트 랜드 - 쓰레기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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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레스트와 가장 깊은 해구, 지구 궤도에도 쓰레기가 발견된다. 이처럼 인간은 항상 많은 쓰레기를 버려왔지만 이 정도로 많은 양을 버린 적은 없었다. 영국에서는 매일 인당 1.1킬로그램, 미국에서는 2킬로그램의 쓰레기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일 인당 플라스틱 배출 양이 미국에 영국에 이어 3위로 1년에 88킬로그램을 배출한다고 한다.

 

나름 재활용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것은 나의 죄책감을 더는 것밖에는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 현실로 느껴져 씁쓸했다. 재활용되리라 믿었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되어 자연을 망친다.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팬데믹 시기에 사용하기 시작한 쿠팡, 마켓컬리의 과대포장은 줄인다고 줄여도 여전히 물건에 비해 크고 상자는 항상 여러 개가 남는다.

,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엄청나다. 지금 책상 위에 있는 것들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니. 독서대-아크릴, 휴대폰 거치대-플라스틱, 마우스 패드, 볼펜, 인덱스, 노트북도, 마우스도 내 주변에 플라스틱은 깊이 침투해 우리는 헤어질 결심을 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저자는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에서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규모에서 휠씬 더 큰 의지와 투자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재활용 업계 내의 모든 사람은 무엇이 재활용되고, 재활용되지 않는지 그 진실을 입 밖에 내야만 한다고 말한다. 지금껏 매일 씻어서 말려서 재활용했는데 말이다!!! 투명하게 알려지면 좋겠다.

 

우리보다 오래 지구에 남을 쓰레기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똑바로 보기를 저자는 권한다. 불편한 내용들이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모른 척 덮어둘 것이 아니라 직면해야 할 때이다.

 

쓰레기 매립장부터 유령도시, 하수관, 중고시장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쓰레기의 진정한 위기를 유기적으로 설명하고 또한, 버려지는 많은 음식물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기회일 수도 있음을 저자는 전한다. 재활용 잘못했다고 낙담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 나눠봐야 할 것이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이 생각났다. #좋아요는어떻게지구를파괴하는가 를 읽고 전자영수증과 종이영수증에 관해 어떤 것이 더 환경을 위하는 것일지 고민했었다. 이처럼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은 그들이 알리고자 한 부분이라는 것. 그렇기에 이런 책들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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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 초대 정책실장 이정우가 기록한 참여정부의 결정적 순간들
이정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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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참여정부가 기억에 남는다. 노대통령은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기록하며 공개하는 새로운 국정 운영 방식으로 기존 정부의 비밀주의가 아닌 공개주의를 택했다. 참여정부가 끝났을 때 남긴 정부 기록물의 건수는 약 825만 건으로 이전 모든 정부의 전체 기록을 합한 35만 건보다 20배 이상 많았다. 이것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과연 어떤 기록물들이 이번 정권에서 남을지 궁금해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실장이 되기까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한 5년을 꼬박 일기로 적어 이렇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기록의 중요성과 소중함이 느껴진다.

 

저자의 위트있는 글로 당시 참여정부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었다. 참여정부의 탄생부터 각종 개혁의 중심이자 참여정부의 공과까지 살펴보고 못다 한 이야기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읽어볼 수 있다. 참여정부라는 네이밍이 나오는 것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비하인드 스토리, 저자의 어린 시절 그리고 주변 인물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 볼 수 있는 기록물이다.

 

참여정부는 5년 내내 보수 언론의 공격에 시달렸다고 한다. 대놓고 대통령을 저격하고 정책실장 또한 공격했다. 그것과 비교하여 지금의 언론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못해 이제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 격하게 응원한다!!!

 

<‘네이버 라인 지분 50% 강제 매각논란과 관련해 일본 총무성이 한국 도쿄특파원단에게 공개적인 설명이 아닌 기자 한 명과만 이야기하려고 하자, 도쿄특파원단이 거부했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한국의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해 일본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한국 외교부가 연결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조선일보 도쿄특파원은 한국 외교부가 일본 언론플레이까지 돕느냐고 비판했다.-202457일 조선일보 특파원리포트 >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지금 진보와 보수 그 어느 쪽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는 누구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무엇에 실망하고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과연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어지러울 때 노무현 시대의 징비록, 참여정부 천일야화를 읽으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대통령이었다. 정책을 만들 때면 눈앞의 인기보다 논리적 타당성과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만을 따졌다.

 

나의 일생은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막상 대통령이 되고 보니 앞으로 5년간 국민의 먹을거리를 어떻게 장만하나 하는 고민이 앞선다.“

정말 어려운 것은 서민 경제다. 앞으로 경제에 전념할 생각이다.“

경기가 나쁘다고 내가 욕먹어도 좋습니다. 멀리 보고 원칙대로 갑시다.“

 

그립습니다. 노무현대통령님.

 

@hanibook 한겨레출판사의 하니포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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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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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신이경은 엄마가 죽음으로 외할아버지를 따라 외갓집으로 온다. 이모, 삼촌과 함께 살게 된다. 네 명의 밥상을 차리지만 혼자 밥을 먹고 어두운 방에 매일 혼자 남겨진다. 식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외할아버지는 삼촌과 함께 하루 종일 벽돌공장에서 모래가 많이 섞인 벽돌을 만들고, 이모는 농협에서 남의 돈을 센다.

 

외가쪽 사람들은 대체로 말이 없는 편이다. 아예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같다. 그들이 말을 할 때는 서로 뺨을 후려치며 싸울 때가 거의 전부다.’ (p.16)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다. 화자의 외로움이 전해지는 문장들이 서걱서걱 모래가 씹히는 듯 마치 할아버지의 벽돌공장에서 나는 사막의 냄새가 코끝으로 스미는 것 같다.

 

나에게 가족이 생겼다. 밥상을 차려놓고 식구들을 기다린다. 상 위에는 네 벌의 수저가 놓여 있다. 나는 혼자 밥을 먹고 아침이면 혼자 어두운 방안에 남겨진다. (p.13)

 

책 속의 화자가 사는 동네의 강물이 언저리부터 썩어가고 악취가 풍긴다는 문장이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여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샛강은 언저리부터 썩어들어가고 있다. 뱀처럼 가늘고 긴 강이다. 이곳은 늘 습기로 가득 차 있다.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고즈넉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고 을씨년스럽다. (p.14)

강은 언저리부터 썩어가고 있다. 악취가 날로 심해진다. (p.20)

저녁인데도 거리에는 뿌옇게 안개가 피어오른다. 지독한 악취가 풍긴다. 이 모든 것은 강 때문이다. (p.33)

 

가족이라는 혈연으로 묶여 떠나고 끊어내지 않으면 계속 이어지는 가난과 불행의 고리가 숨막히게 죄어오는 느낌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로 서로 크게 다투어도 괜찮아진다는 말은 예전 말이지 않을까.

 

불행은 우성偶性이고 행복은 열성劣性이다. 그래서 불행은 유전되지만 행복은 유전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불행해지는데, 노력해야만 행복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p.107) 는 문학평론가 김미현의 말에 절망과 희망을 함께 느낀다.

 

하루 두 번 기차가 출발하는 기차역을 서성이는 삼촌과 화자는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고 결국 남아 있게 된다. 먼저 떠난 이가 행복할지 남은 이들이 행복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일. 남은 이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은 화자가 가꾸는 꽃밭처럼 알록달록할 것이라 믿고 싶다. 부디 불행의 고리를 끊어내고 밝은 나날들이 이경에게 펼쳐지기를. 그러함으로 우리도 희망을 갖게 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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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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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아는 나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청소년기의 나와 성년기의 나 그리고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의 나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어 종종 당황하는 일이 있다.

 

아이와 함께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낸다는 것이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짐, 위로와 격려를 받는 경험이 쌓일 때 안전함을 느끼고 나로서 오롯이 성장할 수 있다. 아이도 나도 마음을 열고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을 맑히고 싶다. 활짝 연 마음으로 나를 맑히는 것이 곧 나와 주변을 맑히는 것이니까.

 

마음을 맑힌다는 것은 겹겹으로 닫힌 내 마음을 활짝 여는 일입니다. 마음이 열려야 이미 열려 있는 세상과 내가 하나를 이루어요. 내 마음이 활짝 열려야 이미 열린 세상과 내가 하나를 이룹니다. (p.219)

 

법정스님의 미공개 강연을 책으로 엮어낸 <진짜 나를 찾아라>는 어떤 내가 되어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종교를 떠나서 오랜 경험과 따스한 시선에서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해준다.

 

비워내고 그 고독을 오롯이 느끼고 그곳의 나를 직면하는 시간. 더 깊이 나를 바라보기를.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지만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은 나를 숨 쉬게 한다. 그런 나를 찾기까지의 긴 시간을 떠올려 보니 끊임없이 무언가를 도전했었다.

결국, 책이었고 사람이었다. 나를 열어 내보이고 상대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은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사람을 더 사람답게 하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음을.

 

책을 덮고 리뷰를 쓰는데 오늘의 햇빛이 어제보다 더 눈부시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음을 맑힌다혼자 소리내어 말해본다. 비워내고 마음을 열어 나를 맑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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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 레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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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사회가 피해자를 대하는 방식에 따라 그 사회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 가해자는 오히려 큰소리치고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임을 숨기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그런 웅성거림이 듣기 싫고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서.

 

13살 아이가 엄마가 아빠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충격적이다. 그전부터 사건의 전조는 있었다. 아빠의 꾸준한 학대와 폭력, 가스라이팅. 아빠는 엄마에게 집착하고 괴롭히고 폭력을 가하고 결국 죽였다.

 

아이가 더 힘든 건 아빠가 아이에게는 다소 다정했다는 것이다. 그런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고 자라던 아이의 눈앞에서 아빠는 엄마를 칼로 여러 번 찔러서 죽였다.

 

이것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가정 안에서 일어난 가정 폭력이 아니라 사회적 사건이다. 문을 닫고 들어간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 집의 일이라며 애써 외면하지 않았던가.

 

어릴 적 엄마에게 폭력적인 아빠의 모습이 겹쳐 보여 너무나 힘든 소설이었다. 소설이지만 마치 내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저자는 내 안의 힘들었던 것들을 꺼내어 문장으로 쏟아낸다.

 

동생은 그를 원망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았지만, 그들을 이어주는 모든 것, 여전히 그들을 한데 묶어주는 모든 것을 강물에 던져버리는 게 쉽지 않았다. 바로 그런 모순이 레아를 망가뜨렸다. (p.161)

 

그는 여전히 내 아버지였고, 마지막까지 그럴 것이고, 우리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이고,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고, 감정이 있었고, 그 감정은 큰불로 소실되었지만, 완전히 꺼지지 않은 재가 남아 있었다. (p.202)

 

가족 안에서 이뤄지는 폭력의 상흔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렇다. 그것은 생채기 정도가 아닌 아주 큰 흉터가 되어 어떤 계기가 되면 폭발할 수도 있다. 일상 속 불쑥 올라오는 힘든 감정을 다독이며 살아야 할 화자와 레아를 보며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사실,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겪었던 트라우마도 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충격이 가한 폭력은 이상하게도 온전히 남아 있었고 악몽도 줄지 않았다. (p.221)

 

우리는 이 사건을 치정이 아닌 사회적 사건으로 보아야 했다. 우리는 비극으로 끝난 부부싸움이 아닌, 지속적인 폭력과 공포가 어디로 치닫는지에 관해 말해야 했다. 살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내세우며 지배하려는 한 남자의 욕구에 관해 말해야 했다. 눈이 먼 사회를 말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일에 이름 붙이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말해야 했다.

(p.203)

 

피해자는 투명인간이 되고 이 사회는 마치 아무 일 없이 안전하다는 듯이 흘러간다. 우리는 그런 일을 쉽게 잊고 소리 내어 말하기를 꺼린다. 내밀한 가정 안에서 일어난 폭력이 살인까지 가는 동안 많은 신호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외면하기도 무시하기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 한다. 가장 내밀한 곳에 가장 예리한 방식의 폭력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주시해야 한다. 우리는 괜찮지 않으니까.

 

읽는 내내 힘들었지만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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