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식물 - 아피스토 식물 에세이
아피스토(신주현) 지음 / 미디어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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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논스톱 식물집사 아피스토TV>의 주인장이자 수초와 물고기, 정글플랜트와 열대관엽식물을 사랑하는 저자의 식물 에세이다.

다정한 글과 식물을 소개하고 식물 키우는 다양한 팁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앞치마를 두른 여성을 상상했다면 큰 오산! 읽다가 나도 깜짝 놀란 부분은 아피스토님은 남자였다는 것. 식물을 키우며 나를 더 깊게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찐덕후를 볼 수 있었다.

 

나도 하늘나라로 보낸 식물들이 꽤 되는데 올리브나무, 로즈마리이다. 올리브나무는 너무 정성을 들였는지 사온 지 한달도 안되어 바싹 말라서 내 마음을 아프게 했고 3년이나 키웠던 내 싱싱한 로즈마리는 어느 장마가 길었던 여름 잎들이 누렇게 떨어지고 나를 떠났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식물은 10년 가까이 키운 율마인데 사람 키만큼 자라서 나의 큰 기쁨이다. 아파트 특성상 베렌다에 내놓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환기를 시켜주고 물을 충분히 주어 나름 잘 관리되고 있다. 한겨울에도 베렌다에 그냥 둘 수 있고 사시사철 푸른 잎을 내어주는 율마를 나는 사랑한다. 율마 두 그루를 보고 순 따기를 하며 손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면 세상 평화롭고 행복하다. 식물을 키우면서 깨닫게 되는 건 너무 지나친 관심도,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도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나친 관심보다 항상 지켜보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식물을 만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식물조차 공부하고 키워야 하냐고 질문한다면 그래야 한다고 할 테다. 그들이 흙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뽑아내어 새 잎을 내는 모습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과 나의 성장을 함께 볼 수 있는 식물 에세이 <처음 식물>이다.

 

기르기 시작한 이상 더 이상 잡초가 아닙니다.” (p.148)

 

취미가 아닌 취향 공동체로 진화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더욱 세밀하고, 더욱 극단적으로 서로 결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 취향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젓은 구루(guru,스승)이 아닌 크루(crew,친구)인지 모릅니다. ‘나와 같은 취향의 누군가가 또 있구나하는 반가움이 우리를 외롭지 않게 합니다.(p.176)

 

식물을 키우면서 든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물도 식물을 만나야 순환을 하는구나!’

물은 흙으로 스민 뒤 식물의 뿌리로 흡수되어 줄기를 타고 오릅니다. 그 물은 잎의 숨구멍으로 나와 수증기로 증발해버리지요. 하지만 수증기는 다시 비가 되어 흙으로 스밉니다. 물은 그렇게 식물의 몸 안팍을 돌아다닙니다. (p.196)

 

, 책의 각 챕터마다 유튜브 큐알코드가 있어 더 생생하게 아피스토님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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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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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내전을 배경으로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랜 역사적 갈등이 소설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아일랜드 퀸턴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한 영국 여성 애니 우드컴으로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킬네이에서 가족들과 살던 소년 윌리 퀸턴은 블랙 앤즈 탠즈 군인들의 학살로 아버지와 두 여동생을 잃는다. 사건의 생존자로 살아남은 어머니와 고모들은 그 후 일상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한다.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고 윌리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무료한 일상을 보낸다. 어느 날 찾아온 이모와 사촌 메리앤으로 인해 윌리는 삶의 희망을 갖는데 그 또한 잠시일 뿐 윌리의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암울한 현재를 마주하고도 행복했던 과거의 공간인 킬네이로 회귀하려 했던 윌리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었는데 비극으로 치닫는 전개에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또한, 홀몸이 아닌 채 그를 찾아온 메리앤을 마을 사람들 모두 돌려 보내려 애쓰는 모습들도 기억에 남는다.

 

가혹한 삶을 살아내고 또 그들의 그런 삶을 지탱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헤매는 윌리, 그를 기다리는 매리엔, 과거를 알고 싶어하는 아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슬픔 속에서 위로 받기를, 하느님의 말씀이 아일랜드에 임하길 ’(p.322) 간절히 기도하며 일생을 보낸 조세핀에게서 그들의 마음이 엿보였다.

 

전쟁과 내전으로 할퀴어져 상처 난 그들을 보며 삶은 그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버텨내는 것이라는 것. 그 바탕에는 서로를 위하고 보듬는 사랑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끝까지 긴장하고 읽어 내려간 소설 <운명의 꼭두각시>였다.

 

-킬네이 가로수 길의 크고 하얀 대문이 녹슬지 않았기를, 불에 탄 정문 옆집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지 않았기를.

 

-어둠을 응시하며 방해받지 않은 채로 두는 편이 나은 것이 무엇일지, 그들이 내가 영국으로 가져갈까 봐 두려워하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곱씹었다.

 

-“내 존재의 모든 세부, 내 몸의 모든 혈관, 내 모든 친밀한 부분이 눈을 감고 쓰러지고 싶게 만든 그 부드러움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난도질당한 삶들, 그림자의 피조물들. 그의 아버지의 말처럼 운명의 꼭두각시들. 우리는 유령이 되었다.

 

@hanibook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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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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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의 시대에서 개인의 시대에 돌입한 지금 저자는 기존의 권위가 쪼개지고 융합되는 과정과 새로운 권위가 창조되는 과정을 다양하게 관찰하여 새로운 개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임을 예견한다. 저자는 그들을 핵개인이라 정의하며 핵개인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하는지 관찰한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누구의 삶도 도구화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저자는 피력한다. 서로를 보살피는 것은 사람에 대한 도리이나 내 삶이 그 자원이 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정부는 인구집단의 유지와 번성을 위해서라도 공적 시스템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돌봄이 개인에게 지워져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노상 집에 있다는 이유로 며느리, 딸들은 돌봄자가 된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의 이런 모습들을 접했기에 더 와닿는 글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저자는 서로가 품앗이하듯 소비해주는 작은 장터가 생길 것이라 예견하는데 이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느슨한 자주적 공동체라 한다. 이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작지만 꾸준하게 먹고 사는 것이라 하는데 내가 지향하는 삶이라서 더 반가웠다.

 

책속에 모두의 삶이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고 서로 간에 완전체로 자립이 가능한 구조를 함께 만든다면 결국 선순환이 돌고 돌아 필요한 이에게 간다고 한다. 서로 간에 완전체로 자립이 가능한 구조란 과연 무엇일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체 안에서의 논의가 시급하다.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어야 하기에 희망적이라 말하고 싶다.

 

책의 제목을 보고 큰 기대를 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젊은 세대의 뚜렷한 의식과 정체성 중 어떤 것들은 기성세대로부터

피로하게 느꼈던 행위나 가치의 반작용이기도 합니다.

 

-관행적 표현과 차별적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언어를 새로운 표현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익숙한 표현일지라도 변화한 사회에 맞추어 낯설게 바라보고 세심하게 언어를 재정의 할수록 계속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EX)유니섹스, 젠더리스, 여성적, 남성적

 

-생성형 AI로 인한 내부자 카르텔이 깨진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3.3으로 세금환급을 받은 사람이 많고 그 이유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쉽게 버튼만 누르면 되게 만들었기 때문인데 과연 축복일까, 재앙일까? 인류에게는 축복이고 나에게는 재앙일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부동산, 세제, 법률 등의 고유 전문 영역을 파괴하는 서비스들이 출현함으로.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각자 잘 사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며 교류할 때 의무는 경감되고 우리의 삶은 더 다채로워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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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자미라 엘 우아실.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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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온갖 이야기들이 있다. 옛날 이야기부터 뉴스에 보도되는 이야기들,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이야기들...어떤 이야기가 진짜인지 언젠가부터 궁금해졌다. 가짜 뉴스는 난무하고 믿을 곳이 필요했던 걸까.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이런 이야기들은 어디서 시작되었고 이것들의 방향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책을 읽어 보게 된다.

여러 이야기들이 갖는 공통된 플롯이 있음을 저자는 소개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뇌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또한 우리는 이야기에 힘에 대해 바르게 인식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가 될 때 그 힘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이야기 능력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유일무이한 인간이 된다.”

 

이야기는 좋게 사용될 수도 나쁘게 사용될 수도 있음을 1978년 미국에서 방영한 홀로코스트와 나치의 선동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좋은 이야기만큼 우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없다. 이야기는 소진되지 않고, 자신의 힘을 모아 간직하고 있으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펼쳐질 수 있음을 자기보존이라는 말로 설명했는데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 또한, 인간의 서사적 진화로 말미암아 우리 삶의 토대가 점진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현상(기후재난)을 지적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의 부재를 걱정하고, 우리는 지금의 이야기를 넘어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지 질문한다.

 

이야기라는 장치를 통해 보는 세상을 보게 하는 책. 다소 긴 호흡이라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라 힘들어도 읽어 내려간 보람이 있었던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이다.

 

옳은 것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끌어모으는 것이 성공한다. (p.254)

 

인종과 인종차별주의의 관계는 마녀와 마녀사냥과의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 마녀는 한 집단의 사람들을 적대자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하지만 이 발명의 결과는 실재적이고 잔인하다. (p.298)

 

 

강력한 적대자가 없으면 강력한 주인공도 없다. 전투에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위협이 필요하다. (p.314)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서사적 자아는 인류의 이러한 실존적 위기를 긍정적인 서사에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한다.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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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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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인 가족의 이야기로 현실 정치를 버무려내어 더 실감나는 이야기다. 대선이 있었던 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지금에 발 딛고 있기에 더 공감되고 날카롭기도 하다. 꼰대가 되어버린 전직 대학교수 아버지 영한, 전직 기자 출신으로 워커홀릭이었던 엄마 정희, 동성 애인과 독일로 떠나버린 딸 하민, 인디 밴드를 하고 가출한 아들 동민이 이들이다.

 

윤이 집권한지 1년 밖에 안되었는데 10년이 된 것 같다는 영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우리 세대가 유난히 정치적이라는 것도, 자기답게 살고 싶은 하민의 답답함에도 공감이 갔다. ‘사라진 꿈, 깨진 가족, 오지 않는 기회, 안정에 대한 욕망과 안정에 대한 두려움, 동경하는 마음과 거부하는 마음, 곧 지나가버릴 젊음. (p.169)’을 이야기하는 동민의 절규에 젊은 세대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족 안에서 정치적 다름으로, 성 정체성, 사회적 문제들로 서로 부대낌을 소설 한권에 녹여 낸다. 정치적으로 집단 우울증에 빠진 지금 저자는 나는 사람들의 상식을 믿어. 부지런히 하루하루 살면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세상이 이상한 데로 가지는 않을 거야.”(p.329)를 통해 절망보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어 한다. 나도 또한 그렇게 믿고 싶다. 정치적 현실을 사뿐하게 유쾌하게 그려내는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보시라. 나 또한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었는데 잠시나마 이 책을 읽고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문학이 주는 힘을 제대로 느껴보는 시간을 준 <그리고 봄>이었다.

 

이번 대선은 정희네 집에서도 전쟁이었다. 44각의 열전이었다. 그나마 민주당 경선이 끝나 후보가 정해지고 정희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면서 부부는 하나가 됐지만, 유권자로서 두 번째 대선을 맞는 딸은 부모의 설득에도 끝내 심상정 지지를 굽히지 않았다. (pp.13~14)

 

“4인 가족이 이렇게 제각각인데. 대통령은 어떻게 하나. 나라를 가지런히 운영하는 건 당최 불가능한 거지.” (p.24)

 

페북에서 정희 세대는 온통 나라를 구하거나 지구를 구하는 얘기들이다. (p.58)

 

하지만 서른은 판타지와 결별하는 나이, 이제 내 인생은 시시해지는 일만 남은 걸까. 책임에 가위눌리는 일만 남은 걸까. 집과 회사 사이의 셔틀인생, 연봉과 승진에 목을 매는 따분한 군상 속으로 스며들게 되는 걸까. 또는 워킹맘이라는 고단한 트랙에 올라타서 무면허 엄마 노릇을 하게 되는 걸까.(p.97)

 

나는 내 파트너도, 일도, 자유롭게 선택해 보고 싶어. 내가 사는 나라도, 사회도, 내 맘대로 골라 가져보고 싶어. 여기가 좀 갑갑해. 사람을 틀레 집어넣으려 하고. 고정관념들이 숨 못 쉬게 할 때가 있어.”(p.118)

 

그곳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경건함도 없었다. 158명의 죽음 앞에서 어찌 저토록 무례할 수 있나. 분향소를 떠난 때 영한은 모욕감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p.255)

 

아홉 달 자궁에 품었다 세상에 내보낼 때처럼 30년 내 품에 품었던 하나의 세계가 독립을 하고 있다. 딸이 이제 내 소속이 아니구나. 내 관할 밖에 있구나. 정희는 한편으론 썰렁하고 착찹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번민과 조바심 한 뭉치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딸과 엄마가 동시에 자유로워지는 순간이었다.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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