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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 버려진 고양이에게 내밀어진 손길의 기록
김바다.유주연.김소진.강지영 지음 / R(알) / 2016년 8월
평점 :
2010년~2014년까지 총 372,767마리(개 248,263 / 고양이 119,701)의 동물들이 '반려동물'에서 퇴출되어 길거리 혹은 보호소로 유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2015년 한해에만 82,100마리 동물이 버려졌고, 그중 고양이의 비율은 25.9%, 그러니까 21,300마리가 유기되었다.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놀라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왜 우리나라는 동물법을 더 강하게 개정하지 않는 것인가. 번식업자들에 대한 관리는 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생명을 가벼이 여기고 있는 것인가. 이제는 아이때부터 이루어질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 모두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초반부터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솔직히 이 숫자들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학대받고 죽임을 당하고 유기되고 있을거라 생각되어 속상하고 슬펐다. 통계는 통계일뿐, 정확한 숫자는 아닐테니 말이다.
유기되는 강아지들에 대한 소식은 참 많이 접하기도 하고, 유기견들이 보호되고 있는 보호시설에 대한 소식 또한 자주 접하곤 한다. 그런데.. 고양이 보호소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고양이 보호소도 따로 있었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을.. 반려동물로 개를 선택했다보니 자연스레 개 위주로 생각하고 보게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개인구조로 시작해 사단법인까지 설립한 유주연씨, 동사행 구산동 대형견 쉽터 공동 운영자이자 35마리의 고양이 집사로 개인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김소진씨, 다수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개인구조자 강지영씨.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세 사람 모두 평범한 직장인으로 자비로 구조를 하고 보호하고 입양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읽으면서 절로 존경심이 피어오른다. 어지간한 노력가지고는 할 수 없는 구조활동에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그들은 장애를 입고, 생명이 경각에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하루라도 사람의 품에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구조를 하고 정성을 쏟는다. 그들의 정성에 많은 고양이들이 다시 생명을 얻고 행복한 고양이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불행한 결말도 없지는 않지만,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힘을 얻는다. 그간 보호소 봉사활동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던 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다. 보호소에서 꺼내달라 안아달라 눈을 마주쳐 오는 아이들을 그대로 두고 나올 수 있을까, 울컥 쏟아지는 눈물에 제대로 봉사도 못하는건 아닐까, 덜컥 아이를 입양 혹은 임보하겠다고 집에 데려오게 되는건 아닐까, 정기적으로 봉사를 할 수는 있을까.. 실행해보지도 않고 미리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시도하지 않는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엊그제만 해도 처음으로 임보를 자청해보기도 했으니(먼저 임보처가 되어주겠다 하신 분들이 있어서 내 차례까지 오진 않았다.) 조만간 봉사를 하러 가는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버려지는 고양이에 대한, 캣맘과 캣대디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그들 덕분에 쓰레기가 파헤쳐지지 않고, 고양이들도 목숨을 이어갈 수 있음에도 그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볼 때다. 안락사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학대 또한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빠른 시일 내에 법이 강화되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 또한 지금보다 더 개선되어 많은 생명들이 길 위에서, 보호소의 차디찬 철창 안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기회가 된다면 입양이 잘 안되는 대형견과 믹스견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 한 생명이라도 더 많은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다가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기를.. 보호소 아이들 모두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래본다. 모두 한번씩은 꼭 읽어봐줬으면 싶은 책이다. 지금 우리 반려동물들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