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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문틈의 아이
구혜경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평점 :

최근 학대로 숨지거나 다치는 아이들에 관한 기사를 자주 접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관련 기사들이 더 눈에 띄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할수도 이해할수도 없는 일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누군가가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그랬다면 달라졌을 결과의 사건들이 수두룩 했다. 관련 법과 사회보장제도가 달라져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위험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주변의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참 많이 느낀다. 이 책의 주인공인 보민이 딱 이런 상황에 노출되었다. 가사도우미로서 지켜야할 선이 있지만, 모른척 하고 넘어가자니 한 어린아이가 위험하다. 이러자니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고 자신이 어떤 일에 끼어들게 되는건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한데, 저러자니 아이가 위태롭다. 고민을 하긴 했지만 결국 그녀는 선을 넘는다.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한 아이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걸 알면서 모른척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아이를 구출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를 학대하는 이가 아이의 아빠였기 때문이다. 학대의 증거도 없다. 그저 아이의 엄마와 오빠에게 들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녀가 확인한 것은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짐작할만한 상황 뿐이다. 아이를 만날 수도, 볼 수도 없고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어디로 빼돌리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위치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처음엔 시간대도 겹치지 않고, 보수도 좋은 부촌 아파트의 세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다. 당장 돈이 많이 필요하기도 했고, 세 집 모두 크게 까다롭지 않아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돈을 많이 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은 옳았다. 너무 좋은 조건에, 보통 찾는 아줌마 가사도우미가 아닌 최대한 젊은 가사도우미를 찾는다는 것에 조금은 의심을 해봤어야 했다. 뭐 그래도 결국 일은 수락했겠지만.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될 줄 그 누가 생각이나 하겠나.
가독성은 좋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은 납득이 안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구출해야 하는건가 싶은..?!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 때문이라고 해야겠으나, 그렇게 따지면 주변 인물들 역시 평범하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야할 듯 하다. 여기서 가장 피해를 본 건 결국 보민. 내가 볼때 이 사건에서 보민은 득이 되는 건 눈꼽만치도 없고 실만 가득 얻었다. 상대방은 자신이 원하는 패를 모두 손에 쥐었음에도 말이다. 이렇게 보면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선의를 가지고 도우려고 해도 결과가 이렇게 사람 뒷통수를 치는 거라면, 그 누가 남을 도우려고 할까. 아마 앞으로 보민은 쉬이 다시 누군가를 도울 생각을 하기 힘들 것 같다.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 아이라도 의심부터 하고 볼 듯!! 뺨을 때리는 뜻밖의 반전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