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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가족 - 우리는 입양 가족, 오늘도 소란합니다 ㅣ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 당선작 1
김혜연 지음 / 사과나무 / 2020년 1월
평점 :
아이가 생겼다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아니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그 와중에 웃을 일이 참 많다는 것, 상상도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 중에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이다. 다만 지금은, 내 삶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조언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진짜 기도할 게 아니라면 기도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입양에서 얻은 기쁨이 크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가슴 아픈 사람들에게 함부로 입양을 권하지 않는다. 각자의 바람을 응원한다. 그리고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모두에게 찾아올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한다. - P. 224
아이를 만난다는 것, 생각보다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이 계획한대로 쉽고 빠르게 아이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다. 내 본래 계획은 신혼 생활을 6개월 정도 가지고 아이를 갖는 거였다. 하지만, 아이는 절대 계획대로 와주지 않았다. 해가 넘어가고, 또 넘어가고. 또 넘어가면서 심적 부담감은 커져만 갔고 그로인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었다. 주요 원인은 주변의 관심 때문이었다. 결혼 전에는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 언제 결혼을 하는지 묻곤 했는데 결혼을 하고나니 아이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몇년을 지치지도 않고 매일 여러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받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생각보다 빨리 와주지 않는걸 대체 어쩌란 말인가. 우리 부부도 너무나 아이를 원하지만,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을.. 오죽하면 나중엔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되기도 했었다. 더 나중에는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리고 싶기도 했고. 나 역시 난임의 힘든 과정을 거쳤고, 어렵게 내 아이들을 만난터라 저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난임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른다. 그 아프고 힘든 심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 역시 다른 이에게 함부로 조언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맞는거기도 하고. 이런 일에 주변의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이될 뿐이다.
어렵게 아이를 가졌고 키우고 있기에 요즘 쏟아지는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무나 쉽게 아이를 가지고 낳고도 아이를 버리고 학대하는 이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용서가 되지 않는다. 때로는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어째서 아이의 소중함을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보다 아이를 쉽게 가질 수 있는 건지 말이다. 아이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기적이 오기를, 임신을 원치 않는 이들 역시 그들의 바램이 이루어지기를, 그래서 학대받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빌고 또 빈다.
기적처럼 가족을 만난 경우라 해도 함께 살기까지 힘든 여정이 남아 있다. 베이비박스 아기들은 호적이 없기 때문에 성본창설(개인의 성씨를 만드는 절차)부터 시작한다. 거듭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서류 접수가 시작된다. 부모의 서류와 아이의 서류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법원 접수, 판결, 개명..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막히는 과정이다. 자주 있는 사례가 아니기에 담당 공무원들이 실수를 하거나 명절이 끼여 있거나, 인사이동이 있거나,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다음 단계를 기다려야만 한다. 보통 아기 입양 하면 홀트나 동방사회복지회 등 유명한 입양단체들을 떠올리는데 그 경로로 통해 입양되는 아기의 다수가 호적이 있는 아기들이다. 낳은 이가 자기 호적에 올린 뒤 입양 보내기로 결정한, 행정적 절차를 마친 아기들이다. 그러나 그 수는 많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이를 입양 보내면서 자기 서류에 증거를 남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바보 같은 절차다. 어쨌든 해당 기관에 속한 아기들의 입양은 행정적으로 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 P. 92-93
저자가 소중한 딸을 만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입양 절차가 이렇게 까다롭고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줄은 처음 알았다. 이야기 속에 한 부부는 1년의 기다림 끝에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세상에, 1년이라니. 물론, 한 아이의 인생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하는게 맞지만, 너무 많은 단계의 서류 작업과 절차는 입양을 원하는 이들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또한, 여전히 입양특례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저자의 말대로 상식적으로 입양을 보낼 아이를 누가 자신의 호적에 올리겠는가. 아이를 위해서라지만, 결국 이 법 때문에 많은 아기들이 베이비박스로 버려지고 입양 시기를 놓친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법 개정과 절차는 손을 봐야하는게 맞는 듯 싶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나 울컥하기도 했고, 아이를 입양함으로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아이가 성장하면서 많은 일이 있을테지만, 잘 극복해 나가며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