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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평점 :
옛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그 옛 이야기를
재해석 했다고 해서 궁금했다.
사실 나는 이 책이 재해석한 소설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소설은 아니었지만,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였더랬다.
와.. 그 옛 이야기들을 한번도 이런 시각으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꽤나 충격이었다.
첫 이야기부터 엄청나다.
우리가 흔히 쓰는 '쥐뿔, 개뿔'의 의미가
사실은 욕이었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게다가 '쥐뿔'의 진짜 의미란. 정말이지.. -_-;;
으악 할 정도다. 그러고보면..
왜 난 한번도 '쥐뿔, 개뿔'이란 단어의 진짜 의미를
찾아볼 생각을 안했을까?
그렇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쥐뿔'이라던지
'개뿔'은 존재하지 않는거니 말이다.
어쩌다 이런 말이 탄생한건지 왜 난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런식으로 모든 단어를 찾아볼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진짜 의미가 뭔지도 모른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이 참 많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옛 이야기에서 흔하게 접했던 효자와 열녀가
사실은 그렇게 되도록 떠밀리고 만들어진거라면?
국가에서 주는 혜택과 사람들의 시선와 체면, 권위 때문에
한 사람의 희생을 강요했던 거라면?
간혹 드라마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등장하기는 했다.
그때도 그저 드라마 속 이야기에 집중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더랬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에전에 읽은 책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도 같다. 그런데 이 책처럼 이렇게 와닿는건 처음이다.
실제로 존재했던 열녀와 효자들 중에 이렇게 내몰려서
만들어진 열녀와 효자가 있을거라 생각하니..
한켠에 소름이 돋는다. 희생당한 그 억울함을 어찌할까..!!
맞다. 우리 옛 이야기 속에서는 항상 '마녀사냥'을 당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 한 사람의 희생을 발판삼아
내게 주어진 상황이나 죄를 그 사람에게 전가시켰다.
내가 나쁜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쁜거라며
그렇게 내 죄는 없애버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부분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일뿐이니까. 나 역시 그랬고.
한때 동화의 원작이 인기리에 등장했다.
원작이 이렇게 잔인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몇편 읽고 정말 너무 놀랬다.
옛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는게 아닌가.
이런 잔혹 동화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생각한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옛 이야기도 이런 잔혹동화 못지 않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없다.
옛 이야기를 좋아하면서도 이런 부분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저 앵혈. 전에 책과 영화 속에서 등장해서 알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것을 철석같이 믿었다는게 어이가 없다.
게다가 더 화가나는 건 이런식으로 여자들의 처녀성을
강요 받아야 했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자기 멋대로 살면서.
옛 시대의 여성들의 삶이란. 정말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온종일 집안일에 남편, 아이들 시중, 거기에 논,밭일까지.
허리 한번 제대로 필 시간이 없어 보였다.
세탁기와 청소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현대에
태어났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요즘도 많은 부모들이 저지르는 일,
그래서 사건이 뉴스를 통해 나올 때마다
분노하게 되는 일.
바로 자녀들을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일이다.
지금도 이런 일이 많은 것을, 예전이라고 다를까.
아니, 예전엔 더 심했다.
이야기 속에서조차 아이들은 자유롭지 못했고
부모에 의해 삶이 좌우되었다.
장화홍련도 이런 속뜻이 숨겨져 있을거라
예상이 된다니. 다른 시각으로 본 이야기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서 너무 오냐오냐 해서도 안되지만,
무엇보다 형재 자매 간에 편애가 있어서는 안된다.
때로는 아이를 온전히 믿어줄 수도 있어야 하고,
반대로 의심 할 때도 있어야 한다.
뭐 안다고해도 잘 안되는게 현실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우 누이>의 부모처럼 어리석게
아이들을 키우지는 말아야한다.
그들은 스스로 화를 자초한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쥐 변신설화, 옹고집전, 배따라기>
<열녀함양박씨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춘향전>
<구운몽, 옥루몽>
<옥루몽, 홍계월전>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가>
<손순매아, 헨젤과 그레텔, 장화홍령전>
<해와달이 된 오누이, 여우누이>
<최고운전>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미리 이 이야기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본다면
더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상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던 책!!
한번쯤 꼭 읽어보라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꽤나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