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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마사 스타우트 지음, 이원천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가장 최후의 경지는 목숨을 빼앗는 일일 것이다. - P. 85
만약 어떤 사람이 소시오패시와 피에 대한 갈망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결과는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끔찍한 악몽이며 거대한 공포일 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시오패스는 폴 포트(Pol Pot)나 테드 번디(Ted Bundy) 같은 대량학살자나 연쇄살인마가 아니다. 대신 그들은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다. 양심 없는 그들은 스킵이나 스탬프 맨, 아이들을 도구로 이용하는 어머니, 심약한 환자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심리치료사, 유혹해서 조종하는 연인, 은행계좌에 있는 돈을 모두 가지고 사라지는 동업자, 사람들을 이용하고는 그런 적 없다고 우기는 매력적인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소시오패스들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고 제어하는 방법과 확실한 '승리'를 얻기 위한 계략은 굉장히 다양하다. - P. 86-87
어쨌든, 잔인한 살인범들이 가장 무섭기는 하지만 양심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자주 나타나는 유형이 아니다. 소시오패스들은 게임을 훨씬 더 선호한다. - P. 87
결국 도린은 소시오패스와 범죄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우리에게 알려 준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 차이는 단지 붙잡히느냐 마느냐일 뿐이다. - P. 137
소시오패시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으로는 자녀 양육의 여러 요인보다 폭넓은 문화적 특성이 더욱 관계 깊다. 실제로 소피오패시의 발생에 대해 특정한 자녀 양육 변수에서 답을 찾던 쪽보다는 문화와의 관련성을 연구한 쪽에서 더욱 큰 결실을 맺었다. 소시오패시는 유년기 학대나 애착장애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개인의 타고난 신경학적 요인과 개인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 사이의 어떤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 P. 217
양심은 늘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자연스러워서 우리 대부분은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나 양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 P. 342
언제부터인가 잔혹한 범죄자들에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그와 관련된 서적들이 줄을 지어 출간되기 시작했고, 어느새 우리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어떤 범죄자든 '사이코패스'가 분명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전에 어떤 책이었더라.. 분명 그 책에서도 '사이코패스'든 '소시오패스'든 우리 주변에 흔히 존재하지만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거라는.. 비슷한 말을 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이런 비슷한 말이 등장한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매력적인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정체를 매우 잘 숨기고 있을거라고 말이다. 하.. 정말.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교묘하게 사람들을 조종하고 자신의 성향을 완벽하게 숨기는, 이런 사람을 말이다.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나든 다른 누구든 이미 무슨 일인가 당했을 때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책의 이야기는 실제 사례들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흥미진진했다. 실제 사례들은 '정말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이건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기사. 누군가 그랬었다. TV나 책, 영화 속 이야기는 실제보다 훨씬 약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이다. 읽다보면 자꾸 '내 주변에는 누가 '소시오패스'일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분명 내 주변에도 없진 않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한편으로는 없는 것 같다며 부정을 하기도 한다. 정말 상대방이 완벽하게 숨기고 있는 거라면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니 더더욱. 아니, 사실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의 즐거움을 위한 게임에 내가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들은 아동 학대로 인한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서 혹은 그냥 선천적으로 가진 성향 탓에 생기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그 발생요인은 다양하고 넓은 범위에서 생각해야 했다.
특히 문화적인 요인에 의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다.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는거다. 우리나라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일이 다른 나라에서는 용인될 수 있기도 할테고, 그런 부분으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일거다로 단정지을 수 없을테니 말이다. 광범위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소시오패스들은 대부분은 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양심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나? 비도덕적이고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판단도 점차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다. 암튼 그나마 다행인건 '소시오패스'들 대부분이 살인마 유형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달리 '게임'을 즐기기는 하지만, 걱정보다는 살인마가 되는 '소시오패스'는 적은가보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럼에도 그중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는 의미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