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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아파트 ㅣ 매드앤미러 3
전건우.전혜진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월
평점 :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매드앤미러 프로젝트 : ‘매력적인 한 문장이 각기 다른 작가를 만날 때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한 텍스티의 프로젝트.
첫번째 공통 한 줄 : 뭔가가 있는 폐아파트 단지로 사라져 버린 조카를 구하러 가야 한다. ▶ 전건우 - 괴리공간 / 전혜진 - Missing
같은 단 한 문장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모든 면에서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에 놀라워하며 읽었다. 다 읽은 후 작가 7문 7답을 보고 '상대 장면 가져오기' 미션이 있었음을 알았고, 긴가민가 싶은 장면들이 떠올라 다시 각 이야기를 살펴보며 해당 장면을 유추해봤다. 내가 찾은 장면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상대의 장면을 가져와 이렇게 이야기 속에 녹아낼 수 있구나 싶어 또 한번 놀랐었다. 이번에 세번째로 만나보는 매드앤미러 시리즈. 역시 흥미롭다. 덕분에 곧 읽어볼 네번째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괴리공간 : 이 세계와 이세계(異世界) 사이에 펼쳐진 공간. 즉,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에 걸쳐 있는 곳이자 그 자체로 불가해한 특성을 지닌 공간. 괴리공간 안에는 그곳을 떠도는 미지의 생물체 '공간수'가 있다.> 폐아파트 단지 내에 존재하는 괴리공간. 정부의 특수부서에서 관리하는, 일반인에겐 알려지지 않은 이 곳에 33살의 가난한 취준생 '최재수'가 일주일 단기 아르바이트로 오게 된다. 단 일주일이었지만, 이 일도 절실했던 재수에겐 폐아파트 단지 13개 동을 정해진 시간에 순찰만 하면 되는 야간 경비 일이 꽤 괜찮은 일거리였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여섯째 날 밤의 일만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모른채 끝났을 일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늑대 인간과 살육,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나 늑대인간을 제압하고 현장을 정리한 무리들. 죽을 뻔 했다는 사실과 함께 있는 줄도 몰랐던 '낮은 존재감'이라는 능력으로 단기 계약직으로의 취직까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잘 적응해 나가던 어느 날, 조카가 괴리공간으로 가출(?)을 했고, 재수는 조카를 찾으러 괴리공간으로 뛰어든다. 이번 사건은 조직에 그의 능력(?)을 알리는 큰 계기가 된다.
여성청소년과 김선재 경감. 그녀는 집안의 이방인이었다. 경찰인 아빠와 주부인 엄마. 부모는 첫째 아들 우재만이 그들의 자식인냥 행동했고, 선재는 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모든 것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10살이 되던 해, 우재로 인해 선재가 겪어야 했던 불행한 일도 부모에 의해 감춰지고 잊혀졌다. 경찰인 아빠와 아들 우재의 앞날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런 말도 안되는 차별, 학대, 방임 속에서도 선재는 부모의 애정을 바랬고, 인정을 원했다. 경찰이 되었고, 직장에선 능력도 인정 받았지만 정작 부모는 딸이 아들의 앞길을 막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픈 부모의 뒷바라지도 모두 선재가 했지만, 부모는 끝까지 선재를 외면한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서였을까. 우재 역시 동생을 사람 취급 하지 않았다. 그랬으니 그런 일도 서슴치 않았겠지. 어느새 다가온 아빠의 49재.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조카가 페아파트 단지로 사라졌다. 단지 내로 말썽쟁이 조카를 찾아나선 선재는 조카가 아닌 왠 여자아이를 발견했고, 그 아이로 인해 외면하고 있던 진실과 마주한다.
첫번재 이야기는 은근 유머러스하면서 흥미진진했다면, 두번째 이야기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슬프면서 화가 났다. 딸이라는, 여자라는 이유로 받은 부당한 모든 일을 감내한 선재가 바보 같으면서도 그녀 혼자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권력과 시스템에 분노했다. 마지막의 그 쓸쓸함이란.. 끝까지 외면 당했으면서도 꿋꿋히 자신의 일을 해낸 그녀가 멋있으면서도 안쓰럽고 눈물이 났다. 너무 매력적인 두 이야기,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