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상 식탁
설재인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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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본모습이라는게 있을까? 본성이라는게 단 하나일까? 문득 이런 의문들이 들게 했던 소설이다. 창문 하나 없이 단 둘이 옆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방 안에서 10분 안에 죽고 살 사람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아마 누구나 '나' 자신을 먼저 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터였다. 두 사람의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 속 인간관계들을 보면 상대방 보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에 더 집중한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만약 네 쌍 모두 상대방을 굉장히 귀하고 애틋하게 여기는 관계였다면, 어떤 이야기가 되었을까?



뱅상 식탁 = 식당 주인이자 셰프인 정빈승이 운영하는 100% 예약제인 레스토랑. 런치, 디너에 삼 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네 테이블 모두 한 타임씩만 예약을 받는다. 입장 전 전자기기는 모두 반납을 한 상태로 입장하게 된다. <상대에 대한 온전한 집중>을 콘셉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 중.

1번 테이블 (수창, 애진) = 소설가를 꿈꾸는 만학도이자 대학원 동기.

2번 테이블 (정란, 연주) = 모녀.

3번 테이블 (상아, 유진) = 20년 만에 만난 동창.

4번 테이블 (성미, 민경) = 동갑내기 직장 동료.

언제부터인가 머릿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살아가던 빈승. 그의 삶은 '미미'라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기 전과 후로 나뉜다. 온갖 학대를 일삼던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벗어나기 힘든 가난과 친구 하나 없는 인생 속에 우울증을 앓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인생은 죽지 못해 사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러다 무시하려 애를 써왔던 '미미'의 목소리에 따라 구입한 복권이 1등에 당첨되고, 그 돈으로 성형수술을 한 뒤 식당을 열며 새 인생이 시작되었다. 다만 그 새 인생이 미미가 속한 기관이 요구하는 연구와 실험을 위해 인간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세상에서 그는 철저하게 소외된 혼자였으니까.

드디어 어느 정도 관찰과 기록이 모이고 실험이 진행될 때가 되었다. 예약된 손님들이 테이블마다 앉고 식사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을 때, 레스토랑에는 새로운 규칙을 알리는 빈승의 목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로운 규칙이란, 10분 동안 각 테이블마다 살 사람과 죽을 사람을 결정해 살 사람들이 복도로 나올 것! 이로 인해 각 테이블은 난리가 난다. 애틋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관계의 네 쌍 모두 살아남기 위한 머리 굴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8명 모두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마음이 너무나 달랐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속마음들이 튀어나온다. 과연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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