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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독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5
황모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9월
평점 :
지금도 성별을 선택하거나 유전병과 같은 병이 발병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한 후 임신을 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있다. 하지만 윤리적, 도덕적 등 여러 이슈와 확실한 안전성, 그리고 어디서 어디까지 이 기술을 적용할지에 대한 기준 등 다양한 문제점들로 인해 일반적으로 상용화 되기까지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그렇지 않은가. 누구나 내 아이가 똑똑하고 예쁘고 잘생기길 바랄텐데,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이런 부분까지 가능하게 한다면 100명이면 100명 모두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미래 이런 사람들이 넘친다고 가정하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채 그냥 일반적으로 태어난 이들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태어난 이들에게 또 다른 유전적 혹은 후천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인간은 신이 아니다. 때문에 생명의 탄생에 어디까지 개입하느냐는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 속 상황처럼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상용화되어 있는 미래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여기서도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의 미래는 매우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받아 태어난 아이들에겐 보장된 미래가 있지만, 돈이 없는 부모에게서 그냥 자연스럽게 태어난 아이들은 국가가 해주는 의무교육을 마치고나면 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두뇌부터 외모까지 모든 것에서 다르다보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조차 얻기 힘들고, 사회에 진출하는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비-편집인들은 가난을 되물림하는 밑바닥에서도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주인공 한정민. 그는 비-편집인으로서 희망이 없는 삶을 마감하려던 인물이다. 그때 그의 앞에 '노아'라는 편집인이 나타나 그의 팀이 진행하는 임상실험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드디어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온건가 싶었던 정민은 노아의 반복되는 요청에 모두 응했고, 그의 통장에는 전이라면 꿈도 꿀 수 없었던 금액들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건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태로 정민은 노아라는 연구원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에 참여하다 점차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와.. 읽으면서 몇번이나 소름이 끼쳤는지 모른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당연한 세상이 온다고 할 때,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솔직히 지금까지는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저 병과 관련해 그런 요인들을 제거하고 태어날 수 있다면, 좋은 방향의 연구와 방법이 아닌가 정도만 생각해 봤을 뿐이다. 그런데 실용화가 되고 그것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분명 나타난다고 본다면, 이건 정말 실행되지 말아야 하는 기술이거나 유전적으로 이어지는 질병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해야할 듯 하다. 편집 기술이 당연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차별.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외면해 버리는 국가 시스템. 이런 기가막힌 세상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말이다.